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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시장은 왜`달러화 재앙` 깨닫지 못하나"

"시장은 왜`달러화 재앙` 깨닫지 못하나"
미국은 돈을 풀어도 너무 많이 풀었다…경기 부양은커녕 또 다른 버블만 키워
3개월안에 금융시장에 중요한 변곡점
원자재 유망…지금이라도 금 사둬라
기사입력 2010.10.12 17:45:16 | 최종수정 2010.10.12 21:03:1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제11회 세계지식포럼 ◆

"3개월 안에 금융시장에 중요한 변곡점이 나타날 것이다." 영원한 `닥터 둠` 마크 파버 마크파버 리미티드 회장이 또 시장에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12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WKF)에서 `2011년 글로벌 증시`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미국이 무절제하게 찍어내는 달러화가 결국 `독`이 돼 금융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장 다음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2차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시장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돈을 풀어도 너무 많이 풀어 놓는다는 게 염려의 핵심이다. 그는 "미국 FRB가 돈 공장에서 돈을 계속 찍어낼 수는 있겠지만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고 걱정했다. 양적 완화 정책이 미국 경기를 제대로 부양하지도 못할뿐더러 또 다른 자산 버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파버 회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는 원래 미국 부동산시장 내에 갇혀 있던 버블이었지만 미국 통화 팽창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버블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연 직후 매일경제신문과 단독으로 인터뷰하며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라는 `쌍둥이 적자`로 세수가 줄어들자 다급하게 국채 발행과 경기 부양 정책에 나서고 있는 게 미국의 현주소"라고 혹평했다.

파버 회장은 "이 상태라면 10년 후에 미국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 규모가 전체 세수 대비 최대 35%에까지 이를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민간이 아니라 체력 약한 국가 정부가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달러화 재앙`을 시장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버 회장은 "지금 시장에서는 저금리 유동성으로 인한 표면적인 낙관론이 판을 치고 있다"며 "모두가 긍정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위기의 신호탄"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닥터 둠도 이머징마켓 성장성만큼은 인정했다. 적어도 재화 소비만 놓고 보면 이머징마켓은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얘기다.

그는 "위기만 생기면 돈부터 푸는 미국과 달리 이머징 아시아마켓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내공이 부쩍 강해졌다"며 "적어도 아시아는 필요에 따라 허리띠를 죌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파버 회장은 "최소한 미국 국채보다 나은 투자처가 많다"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머징마켓 주식"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위기가 재연된다 하더라도 이머징마켓 주식투자는 위기에 대응하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파버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이머징마켓 주식과 금, 원자재에 많이 베팅하고 있지만 현금도 상당 부분 들고 있다"며 "이는 위기 때 조정받을 이머징마켓 주식을 기동성 있게 사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소비를 근거로 원자재 투자도 긍정적으로 점쳤다. 특히 금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중국을 봐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등 한국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장점이 있지만 강한 중국 연계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한편 그는 `항상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미지가 고착될 수도 있는데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닥터 둠으로 불리는 게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파버 회장은 "내가 언제나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접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 한 방향으로 정형화한 분석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보다 다른 각도로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 `닥터 둠` 마크 파버 회장은 누구

마크 파버 회장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중요한 금융시장 변곡점을 짚어낸 원조 `닥터 둠`으로 더 유명하다. 1987년 뉴욕 증시 급락(블랙먼데이)을 정확히 예견했고 1990년 일본 버블 붕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등 실전 논리에 바탕한 뛰어난 예지력을 과시했다. 뉴욕과 취리히, 홍콩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1990년 투자자문사인 `마크 파버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김정환 기자 / 임영신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