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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美-디플레,中-인플레 걱정`G2동상이몽`"

"美-디플레,中-인플레 걱정`G2동상이몽`"
차이메리카 두 축 美-中 갈등 더 심해질것
세계경제 원기회복중…제3 대공황은 없어
금융위기후 경제중심 西에서 東으로 이동
기사입력 2010.10.12 17:43:24 | 최종수정 2010.10.12 21:02:46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제11회 세계지식포럼 ◆

"앞으로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분리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환율전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단절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지식포럼 첫째날인 12일 오후 `동과 서가 조우할 때,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글로벌 금융위기`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퍼거슨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달라진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주목했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답게 경제와 역사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퍼거슨 교수는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개념을 동원해 새로운 국제사회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사회는 디플레이션 경향이 강한 국가들과 인플레이션 경향이 뚜렷한 국가들의 두 축으로 나눠진다"며 "미국과 유럽은 전자,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후자를 각각 대표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이런 현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세계 경제의 축이 `서`에서 `동`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며 "실제 미국의 1인당 GDP와 중국의 1인당 GDP의 격차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을 합친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주인공인 퍼거슨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보완관계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 중국 경제가 얼마나 융합될지는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지만 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라는 서로 다른 걱정거리를 갖고 있는 차이메리카의 단절은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포퓰리즘 등 미국 내 불안요소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퍼거슨 교수는 또 글로벌 경제가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제3의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퍼거슨 교수는 다양한 실증적, 역사적 자료를 제시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공황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두 번째 대공황(1929~1934년) 후 가장 높은 장기 실업률을 기록한 현 미국경제를 일상적인 경기침체로 진단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퍼거슨 교수는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면 제3의 경기침체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금융위기 발발 후 2009년 6월까지 전 세계 산업생산량, 교역량 등 지표는 3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한 동향을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2009년 여름부터 이들 지표는 반등하기 시작했고, 이후 두 번째 대공황과는 다르게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도 초점을 맞췄다. 그는 "추락하던 글로벌 증시도 2009년 여름부터 회복세에 들어섰다"며 "하위권 성적표를 받았던 미국 증시 역시 같은 기간 오름세로 돌아서며 대공황 우려를 떨쳐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퍼거슨 교수는 글로벌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중국의 존재를 지난 대공황과는 가장 차별화되는 점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위기가 일어났을 때 대부분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둔화를 예측했다"면서도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 고성장을 이어간 중국과 같은 국가는 지난 두 차례의 대공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13일 `맞짱토론`을 펼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언급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축한 퍼거슨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에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대공황에서 교훈을 얻은 연준이 유효한 정책을 집행하면서 미국 경제가 또 다른 대공황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는 얘기다. 그는 "30년대 대공황 시 연준은 통화긴축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 결과 대대적인 금융회사 도산이 뒤따랐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재정정책,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활용하며 제3의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미국 경제를 구해냈다"고 판단했다.

퍼거슨 교수는 일부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국제 사회에 예전 경기침체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PIIGS(그리스, 포르투칼,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적자가 국제적 문제로 비화했다"면서도 "이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야기된 재정 건전성 악화가 금융위기로 인해 앞당겨진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신흥국가가 부채위기의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며 "GDP(국내총생산) 대비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100%에 육박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고민이 훨씬 깊다"고 덧붙였다.

■ 니얼 퍼거슨 교수는 누구

니얼 퍼거슨 교수(46)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으로 강대국의 흥망, 금융 역사 등을 다시 쓰며 경제사학계의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옥스퍼드대를 거쳐 하버드에 입성하며 최고의 학문적 커리어를 쌓았으며, 중국과 미국을 합친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방정환 기자 / 이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