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비스/C-TIPS

[콘텐츠포럼]스토리와 신화(新話)창조

[콘텐츠포럼]스토리와 신화(新話)창조
지면일자 2010.10.05   
 
요즘 들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씁쓸하다. 사방에서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 체감이 안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해리포터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해리포터 하나가 현대자동차 10년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두었다”는 놀라운 수치를 제시하면서 우리도 그런 신화(神話)를 만들어 보자고도 한다. 과연 가능한가? 글을 쓰는 입장에서 냉정히 말하자면 가능하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해리포터의 성공이 그냥, 저절로 된 것일까?

요즘은 서점에 책을 하나 내더라도 그냥 내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스템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해리포터는 책 판매량만 해도 4억부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고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분화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전형을 보여줬다.

과연 우리도 가능할까? 기본적으로 시장의 크기로 인해서 그런 규모의 히트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발하기에 따라 해리포터를 능가할 수 있는, 그런 글들이 우리에게 지금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안되는가? 시스템의 문제이고, 인식의 문제다.

아바타는 거대한 신화를 창조했지만, 현재의 우리나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직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키우고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을 우대해야만 비로소 그러한 시스템이 시작되고 신화창조가 가능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이야기하지만 지금도 스토리에 대한 실제적인 대우는 열악하고 기반조성에 대한 투자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스토리가 필요하다고들 하면서도 정작 실제로 스토리가 필요했을 때에는 스토리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한다. 200억원짜리 프로젝트에서 과연 스토리에 대한 대우는 얼마인가? 아무나 대충 쓰면 되는, 그런 것이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물리적인 것만을 중요시 하는 풍조가 지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스토리텔링은 앞으로도 암울할 수밖에 없고 지금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타 하나 쓰지 않고 오로지 스토리로 성공한 `제빵왕 김탁구`를 보더라도 스토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 않은가. 이제라도 스토리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 10월에 2회 마감을 앞두고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화창조, `새로운 이야기` 프로젝트는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가히 마른 하늘의 단비와도 같다.

현재로서는 전무후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1억5000만원의 상금규모도 규모이지만 그 배경은 작가들을 들뜨게 하고 남음이 있다. 단순히 공모에 당선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당선작을 다시 출판으로, 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화 시키고 그것을 해외진출까지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한다. 가히 스토리를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로또라고 불릴 만하다.

이러한 일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고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져 세계 속에 우뚝한 신화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우리도 생전에 해리포터를 가져 볼 수가 있지 않을까. 최소한 그러한 희망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 스토리가 대접받는 날,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진정한 한류로서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게 될 테니까.

금강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장 twingold@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