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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주인공 대부분 죽게 설정 … 외국에서 돈 많이 벌려면 살리세요”

“한국 영화 주인공 대부분 죽게 설정 … 외국에서 돈 많이 벌려면 살리세요”  
할리우드 거장 보글러 단국대 강연
[중앙일보]2010.09.29 00:17 입력 / 2010.09.29 00:17 수정
“한국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이 죽는 걸로 결말이 나더군요. 거의 모든 할리우드 영화는 주인공을 살려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 냅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주인공을 살리세요!”

진지하게 강사의 말을 경청하던 수강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28일 오후 단국대 용인 죽전캠퍼스 대학원 강의실에서 열린 강의는 한국과 미국 영화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강사 크리스토퍼 보글러(사진)는 미국 할리우드의 5대 시나리오 컨설턴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 감독, 기획자, 스토리텔링 연구자 등 17명이 강의 내용을 노트에 꼼꼼히 적었다.

보글러는 단국대가 10주 과정으로 운영하는 ‘3D영화 스토리텔링 개발 프로젝트’의 강연자로 초청한 할리우드 영화계 거장 7명 중 첫 번째 주자다. 그는 대박을 터뜨린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의 시나리오를 썼다. 컨설턴트로 ‘핸콕’ ‘씬 레드 라인’ 등 여러 흥행작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며 ‘3D 영화의 스토리텔링 개발’을 교육한다. 강연은 ‘상업 영화를 어떻게 더 상업적으로 만들 것인가’로 압축됐다. 주인공이 죽는 설정을 선호하는 한국 영화에 대해 그는 “유럽의 아방가르드나 실험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스토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요인을 가족애, 감동, 꿈의 실현 등 보편적 가치에서 찾았다. 특히 “평범한 개인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꿈을 꾸도록 하는 게 할리우드 영화가 성공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영화는 세계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글러는 “그럼에도 한국 영화의 아이디어와 캐릭터, 컨셉트, 스토리가 훌륭해 흥행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보글러는 3D 영화의 가장 좋은 예로 영화 ‘아바타’를 꼽는다. 아바타는 시나리오 구상 단계에서부터 3D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입체감을 극대화하면서도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는 장면 배치가 가능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보글러는 “일반 영화의 시나리오로 3D 영화를 제작하면 과장된 입체감을 주느라 관객을 피곤하게 할 뿐 관객이 화면 속에 들어와 있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컨설턴트는 국내에 생소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계에선 비중이 작지 않다. 시나리오가 완성될 때까지 작가들이 놓치기 쉬운 대중성과 흥행적 요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보글러와 함께 할리우드의 5대 컨설턴트 반열에 오른 다라 막스도 연사로 초빙됐다.

‘슈렉 포에버’의 작가 조시 클라우스너, ‘뮬란’의 작가 레이먼드 싱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촬영 감독인 션 필립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창시자 조 램버트도 강단에 선다. 이들은 수강생들에게 3D 영화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전수한다.

강연을 기획한 단국대 우정권(스토리텔링연구센터장) 교수는 “3D 영화의 시나리오는 입체효과를 극대화하는 장면 배치와 캐릭터 컨셉트 설정 등 구상 단계부터 철저히 3D 중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는 이번 교육을 통해 제작된 시나리오가 할리우드에 진출하거나 국내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컬처 테크놀로지(CT) 육성사업의 일환이다. 우 교수는 “할리우드에서 많이 사용하는 시나리오 저작 소프트웨어의 한국화와 스토리텔링 매뉴얼을 개발해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융합미디어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유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