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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보글러 "한국영화 아이디어 할리우드서 탐낼만"

크리스토퍼 보글러 "한국영화 아이디어 할리우드서 탐낼만"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 스토리 작가
기사입력 2010.09.29 16:59:01 | 최종수정 2010.09.29 19:22:3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올드보이` `포화 속으로` 등 한국 영화를 몇 편 봤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캐릭터, 아이디어, 컨셉트 모두 훌륭했고요. 몇몇 아이디어는 할리우드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더군요."

할리우드 최고 시나리오 컨설턴트이자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보글러를 28일 단국대에서 만났다. 그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 등 작가로 활동했으며 `사선에서`와 `파이트 클럽` 등 1만편이 넘는 영화 시나리오 컨설팅을 맡았다.

그는 단국대 주관 `3D 영화 스토리텔링 개발 프로젝트`에 2주간 강사로 나서 한국 작가들에게 시나리오를 직접 컨설팅해 줄 계획이다.

보글러는 "소재 고갈로 허덕이는 할리우드에 유능한 한국 배우, 감독, 작가 등을 발굴해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며 "일례로 `지.아이.조`에 출연한 이병헌은 톰 크루즈 스타일의 매력적인 배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통하기에는 몇 가지 장벽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 배우들은 과장된 연기(overacting)를 하더군요. 소리 지르고, 울부짖고요. 극단에 치우친, 리액션이 큰 연기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정서에는 어색해요. 문화적 특수성도 영화 속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에 장애물이 됩니다. 한국 영화들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이나 상황 등을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끌어가거든요. 하지만 제3자 관점에선 꽤 낯설 뿐이죠"

그는 할리우드 영화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에 대해 "희망, 인간에 대한 믿음, 한 인간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 인류적 보편적 가치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서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의 서사 구조가 12단계에 걸친 고대 신화 속 영웅의 여정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인공은 △일상 세계에서 시작해 △모험을 떠나는 소명을 받지만 △그 소명을 거부하다 △정신적 스승을 만나고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지만 △시험에 들어 협력자와 적대자를 두게 되며 △동굴 가장 깊은 곳의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뒤 △시련을 이겨내고 △대가로 보상을 받은 후 △돌아오게 되는데 △이때 정화 과정을 거쳐 변모한 뒤 △일상으로 돌아와 여정에서 얻은 여러 혜택과 교훈 등을 주위에 나눠준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뛰어난 사례로 주저없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꼽았다.

"아바타는 상업성뿐 아니라 예술성도 매우 뛰어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한국 작가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시나리오를 쓸 때 자기 직관을 믿으세요. 스토리텔링은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능력입니다. 훈련과 교육을 통해 기술적인 면을 뛰어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진 능력, 자기 직관을 믿고 따라가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답니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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