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됐다. 물과 공기만큼 흔하디 흔한 휴대폰의 요금제 변화가 말이다. 휴대폰 요금 체계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1초' 단위로 바뀌게 됐다. 그 시작을 알린 건 다름 아닌 시장 1위 기업 SK텔레콤. 지난 3월 1일부터 초당 요금제를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태다.
그동안 압도적인 가입자수와 함께 후발 주자인 KT, LG텔레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으로 꾸준히 가격 인하 압박을 받아온터라 이번 결정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초당 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일한 이동통신사라는 점, KT와 LG텔레콤이 관련 정책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이야기꺼리다.
그래서 준비했다. SK텔레콤과 IT 블로거가 만나 초당 요금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블로거가 질문하고 SK텔레콤 관계자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블로거토크가 진행됐고 아래는 블로거토크에 참가한 5인의 IT 블로거 명단이다. SK텔레콤에서는 요금전략팀 이승하 매니저와 홍보실 배성호 부장이 각각 답변을 맡았다.
■ 초당 요금제 도입으로 연간 2,000억원 소비자에게 되돌려줘
김정철 : 개인적으로 보기엔 초당 요금제를 실시해도 경쟁사와 비교해 아직 모든 요금제가 비싸다고 느껴진다. 해외 사례를 들었는데 절대적 비교가 아니라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듯하다.
SK텔레콤 요금전략팀 이승하 매니저 : 서비스 품질이 국내외가 같다면 값도 동일하겠지만 요금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각종 외부기관 지표에서 경쟁사보다 우수하다고 나왔다. 다만 경쟁사가 들어오면서 요금 평가 부분은 점수가 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았다.
김정철 : 그렇다면 초당 요금제를 도입하더라도 어느 정도 품질을 보장받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한다는 말인가?
이승하 매니저 : 100%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요소가 모여 지금의 요금 체계를 만들었다. 해외 사례의 경우 표면 자료로만 비교하기가 어렵다. 해외의 경우 선불요금에 특별한 할인도 없다. 과금도 1분 단위가 많고 액면 그대로 비교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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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에 따르면 초당 요금제 도입으로 연간 2,000억원 정도를 소비자에게 되돌려 줄 수 있으며 통화 건수가 많은 고객에게 유리하다고. |
김정철 : 연간 2,000억원 요금 인하 효과는 SK텔레콤의 가입자 수에 비하면 낮은 것 아닌가? 그리고 해외에서 받지 않는 가입과 기본요금 등은 정부 규제 때문인가?
SK텔레콤 홍보실 배성호 부장 : 다른 이동통신사와 비교해 시설·유지운영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차이가 크고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의 입장도 요금제에 영향을 미친다. 요금의 경우 그 동안 후발사업자의 무기였는데 이제 입장이 거꾸로 바뀐 셈이다.
가입요금과 기본요금의 경우 충분히 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국회 정기보고와 감사에서도 나라별 비교가 많이 이뤄지는데 OECD 평균과 비교해 과다한 요금이나 규제가 있다면 비판이 나온다.
한지훈 : 자세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다. 그냥 자료가 있다는 말만 가지고 해외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하다.
이승하 매니저 : 사실 그 부분은 여러 논란이 많았다. 나라별 비교에서는 단순히 액면이나 소득수준만 가지고 따지기에는 각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한국형 지표를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올해 연말쯤이면 한국형 지표가 나올 것으로 본다.
■ 합리적인 데이터 요금제도 도입할 계획
김정균 : 1위 사업자가 조건 없이 초단위 과금제를 도입한 만큼 2위와 3위 사업자에게도 이를 반대할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빠른 시점에 초단위 과금제가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10초 단위 과금과 1초 단위 과금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학준 : 그런데 데이터 요금제는 아직 비싼 것 같다. 안심정액제의 경우 최저가가 1만원 최고가가 1만 9,000원인데 용량은 100MB와 2GB로 20배 차이가 난다. 의도적인 것 아닌가?
이승하 매니저 : 일반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100MB 이내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한 고객을 위해 500MB, 2GB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100MB가 1만원인데 2GB를 20만원에 받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실질적으로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을 조사해 2만원 안쪽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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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미만 통화는 아예 통화료를 부과하지 않으며 T Zone에서도 초당 요금제를 적용받아 추가 가격 할인 혜택을 기대해 볼만하다. |
한지훈 : 하지만 그 차이로 인해 실제로는 그렇게 쓰지 못하면서 조금 더 웃돈 주고 용량이 큰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나?
배성호 부장 : 통상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1만 5,000원(500MB), 1만 9,000원(2GB)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고객으로 인해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라인업을 갖추기 위한 것이고 특정 고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말 대다수의 고객은 100MB 안쪽에서 데이터를 쓰고 있다.
이학준 : 1만원 100MB 데이터 요금제에 거의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용량에 맞춰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 결정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스마트폰 비즈니스를 하려면 예전 통계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려고 해도 이메일 정도밖에 확인하지 못한다.
■ 추가 요금 인하 계획도 고려하고 있어
한지훈 : 초당 요금제를 실시해 소비자가 손해볼 이유는 없으니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음성 비중을 줄이고 데이터 요금을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이승하 매니저 : 음성 비중을 줄인다는 것을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많은 매출이 음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당 요금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데이터 요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맞고 실질적으로 요금 인하를 더할 계획은 당연히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고객 중심으로 요금 체계를 설계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점유율이건 매출액이건 무엇이 되었든 망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초당 요금제를 도입하는 셈이다.
서명덕 : 고객 중심의 요금 체계와 관련해 통화가 성공하고 나서 3초 미만의 시간에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나?
배성호 부장 :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정확히 3초를 과금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승하 매니저 : 간단한 방법으로 1∼2초 통화를 몇 번 시도하고 끊은 다음 대리점에 가서 통화내역을 확인해보면 가장 정확하다. 믿어도 된다. 충분히 자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