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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DT 시론] ICT에 융합의 상상력 입히자

[DT 시론] ICT에 융합의 상상력 입히자
정경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입력: 2010-09-26 21:10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MS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업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전체 기업 순위에서도 엑손모빌에 이어 세계 2위에 달하는 놀라운 실적이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직원들에게 어떤 희망도 주지 못한다"는 말을 듣던 애플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인터넷 기업 구글 또한 소프트웨어, 휴대폰, TV 등에 진출하면서 기존 `게임의 법칙'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간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대형 기업들이 이제는 애플이나 구글과의 제휴를 갈망한다고 하니 변화의 흐름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 수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우리 정보통신산업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GDP의 8.3%, 고용의 10.3%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산업은 지난 10년간 국가경제를 이끌어 온 핵심동력이었다. 최근 일고 있는 변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정보통신산업이 과거 10년 동안 누렸던 지위를 미래에도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핵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통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먼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핵심이 융합이라는 것을 인식함과 동시에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제까지 정보통신산업에서의 변화라고 하면 주로 특정 기술의 진보를 얘기하는 것으로 통용되었다. 보다 효율적인 통신기술의 개발이라든지 반도체 집적도의 향상 등 기술의 혁신이 산업을 견인하고 스타기업을 탄생시켰다. 이에 반하여 최근의 변화는 이미 존재하고 있던 기술이나 제품 간 또는 이종 분야 간의 창조적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휴대폰이자 엔터테인먼트 기기인 동시에, 앱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게 해주는 스마트폰을 들 수 있다. 기존의 제품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융합시켜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휴대폰, TV 등의 단말기와 네트워크, 광고 등 기존 산업분야와 융합하며 그 사업 영역을 무한정 확장하고 있는 구글 또한 융합의 철학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하겠다. 한마디로 성공적인 융합은 기술 그 자체에 몰두해서라기보다 타 분야를 창의적으로 넘나들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는 융합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시각과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했기 때문이다"라고 그들의 성공을 설명한다. 이와 반대로 MP3의 실용원천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던 우리업체가 좌절한 것은 기술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이해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기술이 인문, 예술 등과 결합되어 사회와 소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융합을 이끌 창조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대학은 학과 간 계열 간 벽을 허물고 학제 간 융합과 통섭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존중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융합은 사업, 기술, 시장에 대한 기존의 질서를 부인하고 새롭게 정의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과거에 검증된 바가 적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패에 대해 가혹한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사회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정체되고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상력을 조장하고 도전을 환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이 다시 한 번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존의 변화와 다른 것이 있다면 기술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의 혁신이나 기술 간의 결합이 아닌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기술을 엮고 질서를 재편하는 융합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이러한 융합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 뼛속까지 이해하여 정보통신산업이 우리의 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계속하고 새로운 융합 환경에서도 촉매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