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자도 인정하는 `공정한 룰` 만들어야"
재정장관ㆍ공정위원장 공정사회論
입력: 2010-09-17 17:22 / 수정: 2010-09-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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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공정거래질서를 최일선에서 지휘하는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우리 사회 화두로 등장한 '공정한 사회'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윤 장관은 17일 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쟁의 패자들마저 불공정성을 내면화한 모습이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든가,'백(back)이 좌우한다''팔이 안으로 굽지'와 같은 말들이 근사한 처세술처럼 통용되는 모습에서 공정사회의 시급성을 본다"며 "경쟁의 패자들마저 이런 불공정성을 내면화해 '이번에는 백이 약해서 입찰에 떨어졌으니 다음에 더 센 줄을 잡아야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회,부끄럽지만 이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경쟁의 룰과 과정이 공정하며 패자를 부축하는 공정사회는 천연자원 인적자원 원천기술 금융자본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사회를 어떤 경제정책 과제로 구현하고 어떻게 실행력을 확보할 것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조찬강연회에서 공정사회의 조건으로 △출발선상에서의 기회 균등 △공정한 경쟁 보장 △낙오자의 재도전 기회 부여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정 위원장은 "공정한 사회란 공평과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라며 "출발선상에서 실질적으로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서울대에서 4년 내내 교련복만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부자들만 명문대를 다니는 것 같더라"며 "시스템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나 사회로 진입하는 출발점을 고르게 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어느 기업이든지 원하는 분야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2년간 진입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으며 자유로운 시장진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경쟁 과정에서 공정성 보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으로 대기업이 협력 업체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어 힘의 차이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 ·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는 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벗어나 상생해서 동반 성장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한 번 낙오됐다고 해서 영원히 낙오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과에 승복하되 낙오된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 지인이 '한국에선 한 번 지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며 "패배자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사회가 진정한 공정 사회"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의 공정사회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LG그룹 계열사 상생협력 체결식에서는 "모든 기업과 개인에게 진입과 출발을 차별하지 않고 경쟁 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하며 패자에게도 부활과 재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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