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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미래의 근거, 집단지능

 낙관적 미래의 근거, 집단지능 아이디어 교환, 전문화 통해 기술혁신 2010년 09월 02일(목)

인류의 문명이 발생한 이래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당대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다.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 ‘인구론’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데 비해 식량 공급은 대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류는 식량부족이라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1960년대 베이비붐에 따른 인구폭발과 세계기근, 1970년대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다른 자원고갈, 1980년대 산성비, 1990년대 각종 병원균에 의한 전염병 대유행, 2000년대 지구온난화까지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비관론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2010년 현재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오존층 파괴, 물 부족, 생물 다양성 훼손, 석유 고갈론, 핵전쟁 위험 등 비관론을 지지할만한 근거는 수없이 많다. 이 같은 비관론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물론 존재한다.

교환·전문화 기반 집단지능, 낙관적 미래 근거 제시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과연 비관적이기만 한 것일까. 이에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매트 리들리 객원교수는 저서 ‘이성적 낙관주의자, 번영은 어떻게 진화하는가’에서 아이디어들이 서로 만나 융합을 하는 이른바 ‘집단지능’을 낙관론의 한 근거로 제시했다.

▲ 집단지능은 인류가 지구온난화에 따라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비관론에 반해 기술혁신을 통한 낙관론의 근거를 제시한다. 

집단지능이라는 개념은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사용했던 주먹도끼와 현대인이 사용하는 컴퓨터 마우스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주먹도끼와 마우스는 사람이 한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며 생김새도 비슷하다. 모두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도 같다.

하지만 주먹도끼와 마우스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주먹도끼는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이고 마우스는 여러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우스를 만드는 제조과정에 참여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마우스 제조법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모두 알고 있지는 않다.

마우스를 조립하는 사람은 마우스의 원료가 되는 플라스틱을 석유에서 캐내는 방법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석유를 캐내는 사람 역시 역으로 그렇다. 하지만 인류는 집단적이고 누적적인 이른바 집단지능을 통해 마우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평균 뇌 용량은 현생 인류보다 컸다. 이들 역시 현생 인류에 비해서는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했으며 투박하긴 하지만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같이 단시간에 혁신적인 진보를 이루지 못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즉 생물이 다양한 교잡을 통해 진화하듯이 인류 문명이 폭발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융합, 집단지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리들리 교수는 집단지능을 인류발전을 위한 기술혁신의 원동력으로 지목하며 집단지능이 ‘교환’과 ‘전문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물물교환을 하기 시작하면서 A라는 사람은 도끼만을 만들고 B라는 사람은 그물만을 만들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특화를 통해 기술적 진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의 번영에 대해 필요한 것을 교환을 통해 각자가 투입해야 하는 노동시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정의했다. 즉 노동시간이 짧아짐으로써 인류는 여가시간을 혁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교환과 전문화를 통한 집단지능이 기술혁신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최근의 몇 가지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슈퍼 그리드, 위키피디아는 각기 다른 개념이지만 공유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정보를 인터넷상의 서버에 저장해 어떤 IT기기로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IT 기기 정보의 공유를 의미한다. 슈퍼그리드는 한 국가의 에너지 자원을 여러 국가가 함께 공유하는 에너지 공유 기술을, 위키피디아는 한 사람이 만드는 지식이 아닌 다수가 참여해 공유하는 지식공유를 각각 의미한다.

반세계주의자, 교환과 전문화 옹호하는 신자유주의 비판

교환과 전문화를 토대로 한 집단지능에 대한 반박도 물론 가능하다. 교환과 전문화에 따른 비교우위는 경제학적으로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한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옹호한다는 주장이다.

각각 2001년,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나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는 세계화의 신랄한 비판자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의 저서 ‘세계화와 그의 불만’에서 “지난 97~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의 신자유주의 처방이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외환위기를 가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은행, IMF를 세계화의 쌍두마차로 비유하며 이들이 처방한 노동유연화, 자본시장 개방, 고금리 정책이 외환위기 국가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고금리 정책으로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해당 국가 기업들이 도산에 몰렸으며 노동유연화는 대량 해고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외환위기 극복의 모범생으로 불리는 말레이시아가 조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도 IMF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역설했다.

기후변화 적응할 기술혁신 충분

이 같은 자유시장주의 옹호 비판 입장에 대해 리들리 교수는 공산주의를 택한 중국의 개방이전 상황, 부패와 비현실적 관료주의로 점철된 아프리카 국가를 예로 들면서 “만약 교환과 전문화가 진행되지 않은 억압된 사회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고 반문한다.

현재 비관론의 최대 쟁점인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리들리 교수는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그는 급속하고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며 인류는 집단지능을 통한 기술혁신으로 기후 변화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09.0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