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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라

끝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라 노벨 화학상 로버트 그럽스, UCLA 폴 와이스 교수 초청 특강 2010년 08월 23일(월)

지난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200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그럽스(Robert H. Grubbs) 교수와 UCLA 화학과 폴 와이스(Paul Weiss) 교수의 초청 강연이 열렸다. 기초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럽스 교수와 미국을 대표하는 나노 과학자인 UCLA 화학과 폴 와이스(Paul Weiss)교수의 강연을 통해 기초과학 발전 전망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 로버트 그럽스, 폴 와이스 교수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

오후 2시 30분 일산 킨텍스 304호에 많은 학생들이 세계적인 석학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과 한양대 Honors Program 사업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강연은 지난 6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앤드류 파이어(Andrew Fire) 스탠포드대 교수의 강연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다.

현재 캘리포니아 공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럽스 교수는 탄소 분자들 사이에서 화학 결합이 어떻게 붕괴되고 형성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상호교환 화학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유기화합물을 실용화할 수 있는 ‘유기합성법’을 개발한 공로로 200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연구성과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알츠하이머병, 암 등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첨단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생명공학과 식량산업 등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그럽스 교수는 노벨상 외에도 미국화학회 유기금속화학상(1988), 고분자화학상(1995),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2000) 등을 수상하는 등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화합물의 파트너 체인지, 복분해 반응법

▲ 로버트 그럽스 교수 
그가 개발한 ‘복분해(Metathesis) 반응법’은 한 화합물에 있는 특정 원소를 다른 화합물의 원소로 바꾸는 화합물 내 분자 결합의 자리바꿈을 말한다.

그리스어에 어원을 둔 ‘meta’와 ‘tithemi’의 합성어로 화학에서는 원자나 원자군들 사이의 자리를 서로 바꾼다는 뜻으로 쓰인다. 즉 이중결합을 가진 두 물질 사이에서 금속원자를 매개로 해 2중 결합이 분해됨과 동시에 새로운 이중결합이 생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플댄스를 출 때 파트너를 바꿔가며 추는 것과 같은 모습인 화합물 내 자리바꿈을 통해 새로운 화합물을 손쉽게 합성할 수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화학 물질을 만드는 데 응용되고 있는데 특히 욕조 같은 고분자 물질 재료 및 시력을 교정하는 소프트렌즈, 호르몬제 등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유용하다. 게다가 복분해 합성법은 효율이 매우 높은데 비해 폐기물 발생이 없어 ‘그린 혁명’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자에게 필수적인 것은 창의성

그럽스 교수는 “연구에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연구에 성과를 얻기가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에서 화학과 물리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해에 정부가 지원한 연구의 비율을 보여주며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임을 피력했다. 

이어 자신과 찍은 친구들 사진을 소개하며 모두 자신의 멘토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연구든 멘토 없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며 항상 곁에 진정한 마음의 지도자를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영어로 진행된 특강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그럽스 교수는 “연구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며 “그 실패를 이겨낸 것이 바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고 그것에서 또 다른 성공의 열쇠를 찾아야한다”며 많은 이들이 실패에 낙담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창의성이라며 강연장의 학생들에게 항상 호기심을 갖고 무엇이든 질문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과학도와 연구자들에 대해 열정적이라고 평하며 단순히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탁월한 성과를 내는 연구에 집중한다면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업적의 시작은 작은 호기심

▲ 강연 중인 폴 와이스 교수 
공동 강연자로 나선 UCLA 화학과 폴 와이스(Paul Weiss)교수도 세계적인 나노 과학자다. 그는 강연에 참석한 대학 신입생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며 과학에 진지한 흥미를 가지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Asking Questions(질문하기)’라는 화두를 던지며 “나는 질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것이 큰 연구결과를 이끌었다”고 항상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와이스 교수는 강연 내내 익살스런 동작을 곁들여 학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는데 학생과 함께 호흡하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였다. 그는 UCLA학생들의 예를 들며 항상 자신에게 질문하고 함께 토론해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흥미는 마치 “포이즌(독), 드럭(마약)과 같이 중독되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며 연구 이전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 우선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소에서 실제와 만화를 항상 비교하며 가상으로 나노미터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연구를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며 고정관념을 탈피할 것을 권유했다. 최근엔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달로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한 연구도 가능하다고 전했는데, 학생들이 무궁무진한 화학의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하길 바라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제자를 아끼는 교수의 애정이 느껴졌다.

강연을 들은 박연희(한양대 화생공과 1년)양은 “책에서만 봐왔던 세계적 학자들을 직접 보고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세계적인 석학이 직접 전한 이번 강연은 관련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에게는 새로운 유기 화합물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계기가 됐으며, 연구자들에게는 최신 성과에 대한 생생한 연구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을 얻었다.

이지연 기자 | ljypop@kofac.or.kr

저작권자 2010.08.2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