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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크리에이터

손작업 애니 고집…“3D 언젠가 싫증날 것”

손작업 애니 고집…“3D 언젠가 싫증날 것”
‘마루 밑 아리에티’ 한국 개봉 앞둔
스즈키 프로듀서·요네바야시 감독
한겨레 남지은 기자 메일보내기
» 스즈키 도시오(사진 왼쪽) 총괄 프로듀서·요네바야시 히로마사와(오른쪽) 감독
“한국에서도 <토이 스토리 3>를 이기고 싶습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사진 왼쪽) 총괄 프로듀서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새달 9일 새 작품 <마루 밑 아리에티>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지난 20일 도쿄 스튜디오에서 이 작품으로 데뷔한 차세대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와(오른쪽) 그를 함께 만났다. 스즈키는 “(토이 스토리 같은) 3디 애니메이션은 재미있지만 언젠가는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지브리는 옛것을 지키는 수작업을 원칙으로 한다. 그것이 관객들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라고 그는 말했다.

<마루 밑…>은 지난 7월 일본에서 할리우드 픽사의 <토이 스토리 3>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손으로 작업한 셀 애니메이션과 3디 애니메이션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9월 말까지 약 100억엔(약 140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마루 밑 아리에티>의 승.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프로듀싱한 스즈키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가족의 사랑과 자연의 아름다움 등 시대를 초월해 공감하는 부분을 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마루 밑에 사는 키 10㎝의 14살 소녀 아리에티와 인간 소년 쇼의 교감을 그린 <마루 밑…> 또한 이런 본질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다. 50년 전 영국 판타지 소설 <마루 밑 바로어스>를 미야자키 감독이 일본을 배경으로 새롭게 기획하고 각본을 썼다. 특히 자연을 표현한 장면에서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섬세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1996년 입사해 <벼랑 위의 포뇨> 등의 작화를 맡았던 요네바야시 감독은 “나뭇잎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거나 벽돌 끝이 부서진 느낌 등 소인이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를 표현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먼저 작품을 제안했고, 울 때 큰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등의 장면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아리에티와 쇼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표현으로 신선함을 더하려고 했지요.”

다른 지브리 작품들처럼 <마루 밑…>도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등 어리지만 강한 아리에티의 모습이 눈에 띈다. 스즈키는 “지브리가 설립된 지 25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여성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네바야시는 “미야자키 감독과 스즈키 프로듀서가 아리에티를 관능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서 그렇게 작업했다”며 웃었다.

<이웃집 토토로> <벼랑 위의 포뇨> 같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사랑받아온 지브리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스즈키는 “스필버그 감독처럼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라도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데서 나온다”며 “일본은 일본을 무대로 일본 것을 만든다. 한국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적 색채가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