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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스티브 잡스가 천재였기에 성공?… 애플이 실패 용인했기에 가능

[Weekly BIZ] [Cover Story] 스티브 잡스가 천재였기에 성공?… 애플이 실패 용인했기에 가능 
최종 편집시간 : 2010/08/21 07:56 chosun_eco_n
박종세 특파원 | 2010/08/21 03:00:20

    '분석·직관 중 양자택일' 사고론 실패
두가지 방식 통합 '디자인 씽킹'하라

로저 마틴 교수는 창의성과 혁신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를 해왔다. 저서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디자인 씽킹≫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내놓은 ≪디자인 씽킹≫에선 기업이 분석적 사고에 기반을 둔 완벽한 숙련과 직관적 사고에 근거한 창조성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석이나 직관 중 어느 한쪽을 제거해야만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이 아니라 두 가지 사고 방식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합적인 사고 방식을 그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디자인적 사고)'이라고 부른다.

그는 올해 초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27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디자인 경험은 전혀 없지만 디자인 씽킹 개념을 발전시킨 '비즈니스의 디자이너'로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의 원제는 '상반되는 마인드(opposable mind)'입니다. 이 제목은 엄지손가락을 보면서 만든 것이라고 했죠.

"엄지손가락을 '상반되는 엄지(opposable thumb)'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마주보며 긴장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우리가 글씨를 쓸 수 있는 것은 바로 엄지손가락이 마주보며 펜을 쥘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마주보는 엄지손가락의 존재로 많은 유용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상반되는 마인드'는 여기서 은유된 것입니다. 대립하는 아이디어를 용인함으로써 여기서 생기는 긴장으로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공한 리더들을 연구하면서 내가 발견한 것은,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아이디어들이 바로 반대의 생각을 포괄할 수 있는 마인드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죠.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적인 발견이었습니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를 읽은 독자들이 ≪디자인 씽킹≫을 읽음으로서 어떤 것을 얻어가길 의도했나요.

"앞의 책이 개인적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라면, 뒤의 책은 이를 조직적 차원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기를 원했습니다. 신뢰성(reliability)과 활용(exploitation)에 치우친 조직이 타당성(validity)과 탐색(exploration)에도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로 따지면 누가 당선 확률이 높은지를 알려고 하는 것이 타당성이고, 여론조사를 했을 때 95% 신뢰수준에 ±5% 오차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신뢰성입니다. 신뢰성은 기존에 있는 기술을 더 가다듬는 것이고, 타당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죠. 사업에 적용하면 기업가는 보통 전자이고, 디자이너는 후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가 필요합니다."

―'디자인 씽킹'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조직 형태가 변화되어야 하지 않나요.

"그럴 것입니다. 과거처럼 상하의 수직적 구조이거나 경계가 분명한 조직을 유지하는 건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협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땐 애플처럼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는 천재이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돌이켜 보면 잡스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해왔습니다. 뉴튼(1993년에 나온 최초의 PDA), G4 큐브(데스크톱 PC), 애플TV 모두 실수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놀라운 성공을 거두지 않았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른 기업들은 결코 이런 실수가 없어야 정상에 오른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은 신비하고, 알 수 없으며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라고 함부로 규정해서는 안됩니다. 가령 뉴튼이 완전히 잘못된 아이디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시대를 너무 앞섰던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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