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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어려운 과학원리, 재밌는 연극으로 이해해요

어려운 과학원리, 재밌는 연극으로 이해해요 제22회 융합카페 ‘연극으로 풀어보는 과학원리’ 개최 2010년 08월 19일(목)

이성적인 ‘과학’과 감성적인 ‘연극’이 만난다면 어떨까.

지난 17일 오후,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 대강당에서 ‘연극으로 풀어보는 과학원리’라는 주제로 ‘제22회 융합카페’가 열렸다. 이번 융합카페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전국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극단 사이꾼, 이화여대의 주최 하에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과학연극을 선보였다.

‘과학연극’이란 사람들이 지루해하고 잘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을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연극에 접목시킨 장르를 말한다.

신데렐라의 좌충우돌 과학도전기

융합카페는 먼저 과학연극 ‘신데렐라 과학도전기’로 시작됐다. 

연극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신데렐라는 호기심왕국의 사이언스 파티에서 노벨왕자가 신부감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세월이 흘러 뚱뚱해졌지만 아직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신데렐라는 어떻게 하면 노벨왕자의 맘에 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커플매니저 집안의 후손인 커플요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커플매니저의 대를 이어야하는 의무감을 가진 요정 또한 신데렐라의 결혼을 위해 함께 고민한다. 그러던 중 노벨왕자가 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낸 요정은 신데렐라를 과학의 신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드디어 사이언스 파티날이 다가오고 노벨왕자의 신부가 되기 위해 멜로디 공주, 쿠키공주, 신데렐라가 과학지식겨루기를 하는데…….

▲ 과학연극 '신데렐라 과학도전기' 

세 공주는 각자의 과학 지식으로 왕자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소리나라의 멜로디 공주는 하프를 연주하며 하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소리는 파장의 일종으로 공기를 매질로 진동해 사람의 귀 속 고막을 진동시킨다. 이 때 진동수에 따라 인식되는 음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하프는 줄마다 길이가 다르며 줄이 짧을수록 빨리 진동해 높은 소리를 낸다.

요리나라의 쿠키공주는 요리도 과학임을 보여준다. 쿠키의 재료인 밀가루, 우유, 버터 등은 뜨거운 열에 의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이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빵을 부풀어 오르게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신데렐라는 모세관현상을 이용해 아름다운 색색의 꽃을 만들어 드레스를 치장한다. 모세관현상은 말 그대로 ‘털처럼 가느다란 관’이란 뜻으로 가느다란 관을 통해 액체가 쭉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신데렐라는 하얀 꽃을 물감 물에 담가 꽃이 모세관현상으로 물감 물을 빨아들여 색이 변하도록 만든다.

왕자는 최종적으로 세 공주에게 소리의 전달과 힘의 분산에 관한 문제를 낸다. 결국 생활 속 과학원리를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가 정답을 맞춰 노벨왕자와 결혼하게 된다.

▲ 연극 도중 질문에 아이들이 답하고 있다. 

연극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 즉 과학대중화전문가 들이다. 첫머리를 따서 사이(sci)꾼이라고도 불리며, 일반 대중에게 과학을 쉽고 친근감을 느끼도록 전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연극, 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과학을 접목시켜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리는데, 이번 융합카페에는 그 중 과학연극을 맡고 있는 ‘극단 사이꾼’이 참여했다. 이들은 2006년에 결성됐으며 현재 다양한 곳에서 무료로 공연을 하고 있다.

연극이 끝난 뒤 관람객들과 전문가 간에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과학교육을 위해선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인 이공주복 교수는 우리나라의 취약한 과학연극 환경에 대해 “오늘 출연하신 분들은 모두 과학전문강사인데 시나리오작성에서 무대소품 만들기까지 모두 직접 준비를 한다. 영국이나 호주는 연극인과 과학자가 함께 작업을 하는 등 과학연극 분야가 잘 발전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전문가가 부족해서 창의적인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보통 과학연극하면 주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것은 과학의 원리를 전달하는 것보단 한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반적인 연극과 다르지 않다”라고 올바른 과학연극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 연극에 나온 과학내용들을 집에서 직접 실험해볼 것을 권유하며 학부모들에게 올바른 아이들의 과학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은 듣고 그 자리에선 잊어버리지만 언젠가 다시 그것을 떠올린다“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 쉽게 눈높이에 맞춰 답을 해줄 사람이 없다. 그렇게 답을 안 해주다 보면 아이들은 커가면서 질문을 안 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토론을 나누고 있는 이공주복 교수 

또 “아이들이 계속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하면 답을 몰라도 당황하지 말고 감탄해주고 함께 찾아보거나 직접 찾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라고 권고했다.

이날은 학부모들과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과학연극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냈다. “자신이 사는 파주 같은 소외된 지역도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각을 자극할 만한 것을 넣었으면 좋겠다”, “실험이 더 잘 보였으면 한다”, “타깃을 좀더 분명히 해서 거기에 맞는 눈높이를 조절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아직 대중에게 낯선 과학연극이라는 장르는 우리나라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과학문화를 대중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혜연 인턴기자 | hy8865@ewhain.net

저작권자 2010.08.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