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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빈트 서프 “인터넷 가장 큰 과제는 국가간 협력”

빈트 서프 “인터넷 가장 큰 과제는 국가간 협력”
지면일자 2010.08.19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람이나 기관이 아닌 기술이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주인공은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이유는 `국가와 인종의 장벽을 허물고 전 세계 사람들의 소통을 촉진, 민주주의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다. 인터넷 발전에 기여한 인물은 많지만 그 출발점은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이다. 서프 부사장 역시 인터넷과 함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943년 미국 코네티컷 뉴헤이븐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 현재의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표준인 TCP/IP를 개발했다. 그는 또 인터넷협회를 창립해 1992부터 1999년까지 회장직을 지내고, 2000부터 8년 동안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의장을 역임했다.

18일 마련된 영상 인터뷰에서 서프 부사장은 세계 평화에 기여한 인터넷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역기능의 심각성도 강조했다. 그는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세계 각국이 참가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서프 부사장과 가진 일문일답.

-인터넷이 인류 평화에 기여한 구체적인 사례는? ▲인터넷에는 많은 정보가 쌓인다. 이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과학과 기술, 교육 분야의 발전이 이어졌다. 인터넷은 긴급한 상황이나 자연재해 상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아이티 지진 당시 인터넷으로 피해 현황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아이티 구호 물결이 이어졌다. 과거에는 대사나 영사가 외교를 전담했지만 이제는 네티즌들이 모두 외교 사절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디지털 외교(Digital diplomacy)의 힘이다.

-인터넷 구조를 만들 당시에도 인터넷이 평화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처음에는 네트워크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기에 급급했다. 평화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야 한다. 그래서 특허도 내지 않았고, 인터넷에 연결하는 데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인터넷은 중앙에서 통제되지 않고 분산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 자발적인 연결이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협력했을 때 얼마나 거대한 일이 가능해지는지 보여준다. 이는 평화에 기여하는 소중한 요소다.

-인터넷이 오히려 갈등을 격화시키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도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인터넷(Victorian Internet)`이란 책이 있다. 19세기에 전보가 처음 발명됐을 때의 얘기다. 당시 전보 발명으로 인해 거의 빛의 속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이상 오해가 생기지 않아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그 이후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 전쟁 등 계속해서 전쟁은 일어났다. 결국 모든 기술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을 통한 협력을 통해 얼마나 큰 성공사례가 가능한지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이 만든 위키피디아는 지금까지 편찬된 것 중 가장 방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백과사전이다.

-인터넷의 부정적인 측면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국가 간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특정 국가의 규제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인터넷에서 어떤 활동이 반사회적이며, 어떤 활동을 용납하지 않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며, 그 대응방침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향후 10년 간 달성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바로 국가 간 협력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