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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영상기술의 현재와 미래

 

가상공간을 실사처럼 그려낸 영화 ‘아바타’가 20억불을 넘어서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면서, 세계 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3D 영상에서도 내가 최고”임을 증명하듯이 기존의 영상문화를 흔들어 놓았다. 2009년 하반기, 영상 관련 단체 주최의 행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국회의 토론회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기관의 대강당까지 휘몰아친 3D열풍에 이번 겨울이 좀 더 빨리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우선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3D입체, 4D 심지어는 5D 등의 새로운 용어들의 개념을 한 번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D’는 Dimensional(차원)의 약어이다. 따라서 3D 라는 것은 넓이를 나타내는 x축, 높이를 나타내는 y축으로 평면을 표현한 2D에 깊이를 나타내는 z축의 입체적 공간 개념이 더해진 것을 뜻한다. 컴퓨터 공학 프로그램과 하드웨어의 개발로 1980년대부터 구현되기 시작했다. 이후 광학적인 촬영 기술의 발달과 컴퓨터 처리 기술의 첨단화와 더불어 디지털 시네마 설비 구축으로 3D 애니메이션1) 이나 영화가 우리 앞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런 3D환경에 움직이는 의자 장치를 구동시켜 영상과 함께 운동감을 느끼는 것을 4D라고 하며, 더 나아가 냄새, 바람, 물, 섬광 등의 촉각적 효과까지 구현해낸 것을 5D라고 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에서는 2009년 하반기, 서울 지역 4곳의 4D Plex를 운영하며 영상의 체감 몰입도를 높였다. 테마파크 내에서는 시뮬레이터 모션 베이스와 연동한 라이드 필름(영상)을 입체로 즐길 수 있는데, 최근엔 대형 할인 매장이나 멀티플렉스극장에서 영화를 기다릴 때도 라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수 년 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유비쿼터스’를 한 방에 물리치고 ‘입체 영상’이 우리나라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 계기로는 영화 한 편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원인으로 새로운 문화적 트랜드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는 한국 국민의 국민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어떤 연출자가 입체영화(3D영화)를 또 들고 나온다면 흥행 성적 또한 성공적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각자의 의견대로 ‘Yes’와 ‘No’ 를 말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현 우리나라의 3D 환경을 살펴보면서 내가 대답한 ‘Yes’와 ‘No’ 가 맞았는지 알아보자.

먼저 형식적인 면에서 분석을 해보면 3D가 보여주는 시각적 신선함을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측면이 있다. 유아기부터 모니터의 그래픽 화면을 즐겨왔던 젊은 세대는 물론 흑백영상은 물론 컬려화면에도 신기해하며 감동을 받았던 중년층도 예외 없이 실감나는 입체영상기술에 열광하고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특정 세대, 특정 국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세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인 권선징악의 대결구도와 해피엔딩의 결말이라는 것이다. 물론 특정 종교에서 문제 재기를 하였지만 전 세계적인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듯하다. 거기에 카메룬 감독의 뛰어난 역량 또한 더해졌으니 그 파급효과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아바타’라는 영화가 3D 영상화의 지향해야 할 목표이거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한국형 3D 입체 영화의 가능성과 미래탐색”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국내 각 분야의 3D전문가들은 각자 주장하는 바가 다르긴 했지만, 3D 산업에 대한 부족한 환경과 인프라를 국가 차원의 지원책을 통하여 조성하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핵심기술 없이 따라만 가는 표준화의 불이익과 오류는 후발업체로서 또는 후진국으로서 이미 수도 없이 겪은 일이다. 한때 유행하고 지나갈 3D가 아니라면, 다들 초기 기술 단계임에 분명한 입체 영상 기술 구현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영역에서 정확한 진단으로 계획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다가서야 한다. 이제는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안에 대하여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때인 것이다.

입체 영상화에는 우선적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몇 가지 기술적 환경이 있다. 촬영, 편집, 영사(디스플레이) 감상의 분야인데, 모든 부분에 걸쳐서 우리는 선진국의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2대의 카메라를 육안처럼 자유자재로 구동하며 찍는 자동화 기술의 촬영 부분, 그것에 입체감을 더 주도록 깊이감을 조절하는 후반 편집 부분, 극장에서든 가정에서든 3D로 다시 분배하여 전달해주는 디스플레이, 영사기술과 자동셔터가 있는 안경을 쓰고 감상할지, 그냥 필터로 된 안경을 쓰고 감상할지, 아니면 안경 없이 봐도 될지에 따른 입체 감상의 척도를 몰입하는 정도로 표현해내는 기술 등이 연구되어야 한다.

진정한 기술이 가미된 한국형 3D 영화의 제작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현재 준비되고 있는 다수의 3D 영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기술 개발 여력이 있는 제작 회사나 연구 인력이 포함된 개발사가 투입된 예는 찾기 어렵다. 유명한 감독과 열의에 찬 제작진, 기술 스탭이 모여 얼마간 투자된 제작비로 3D 입체 영화를 찍겠다고 한다면 큰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예견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청회가 절실히 필요하다. 즉, 일관된 체계를 갖고 있는 컨소시엄(정부, 민간의 각 분야별 대표 급이 참여하는)에서 지원하여 제작과정을 일일이 기록하여 남기고, 필요한 기술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만들어 내며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할리우드 거대자본에 대항하는 ‘한국형’ 3D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실패를 겪고 나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획단계에서 부터 실무적인 수준에서 협의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구난방식 요청이 아닌 체계적인 요청과 그에 따른 지원이 뒤따라 한다.

지금까지 제작 실무 입장에서 살펴본 것이라면, 산업적인 면으로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대중들이 극장 이외의 곳에서 3D 영상을 감상할 곳은 안방, 거실에 설치되는 TV와 모바일 기기이다.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밴쿠버 설원 위에 허옇게 뿌려지는 눈가루가, 월드컵으로 시끄러운 요하네스버그 축구장의 힘찬 발길질을 TV를 통해 입체 영상으로 보기 위해서 3D TV를 구입하였고 앞으로 수요량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시청자로서 우리는 입체 영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극장은 한 방향을 일정하게 응시하며 2시간 이내의 영상을 어두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마음을 다지며 비용까지 지불하며 앉아 있던 곳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면 가정에서는 긴장감이 풀어진 마음으로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안경을 착용하고 봐야 하는 곳이다. 때로는 그 안경이 무겁거나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옆으로 잠깐 고개를 눕히고 시청하면 입체감이 없어진다. 극장 관람과는 다른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얼마만큼 대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아무리 비싼 홈시어터를 설치했다고 해도, 거실에서 극장관람의 자세를 기대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또 이동통신회사에서는 기존의 2D영화를 3D로 전환하여 핸드폰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포함한 몇 나라에서는 유료방송 채널을 중심으로 하루 24시간 3D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 이렇게 다양한 채널에 서비스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확보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150편 이상의 국산, 외산 영화가 배급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모두 3D영화도 아니며, 제작된 3D 영화가 모두 개봉되는 것도 아니다. 방송환경 변화로 3D TV까지 보급되면 그 많은 수요에 공급할 콘텐츠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영화를 3D로 다시 찍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에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기존의 영상을 입체적인 시각효과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1995년 3억불이 넘는 매출로 화려하게 등장한 최초의 장편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14년이 지난 2009년 말, 입체 전환 작업을 통하여 3D로 재개봉 되었다.

3D로 장편영화를 제작하면 더 많은 촬영장비, 인력, 후처리 공정이 늘어나 편당 예산이 최소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기 때문에 기존의 인기 흥행작을 몇 십 억 원에라도 3D로 전환하는 것이 더 큰 이윤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부족한 3D콘텐츠의 빈자리를 채워줄 3D 영상 기술의 하나로 통용되는 상황이다.

2008년도에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 인텔, 소니, 디즈니, 터너방송,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외 대표적인 기업과 연구기관 40여 개 간에 맺은 ‘3D@home 콘소시엄’ 같은 국제적인 네트워킹이나, 2010년 2월초 ‘글로벌 3D 콘소시엄2)’ 처럼 국내 네트워킹으로 3D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나서 교류하는 방법으로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해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그 개념을 전파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아바타’를 만들고 난 캐머런 감독은 연이은 속편을 만들것이라 하고, 영화제작사 ‘웨타 스튜디오’는 극장 하나 규모의 4D 체험관이 아니라 대규모 라이드 테마파크를 건설 중이라고 한다. 즉, 관객이 기차를 타고 철로 위를 달리다가 탈선하여 떨어지면 그 라이드를 거대한 킹콩이 실제 출현하여 건져내는 느낌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은가?

3D 영상기술이 가져다줄 막대한 선물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젝션, 홈시어터, 게임, 마켓 인텔리젼스, Digital-시네마, 다양한 산업 트렌드 연결, 디스플레이, TV, 모바일 3D, 3D 글래스, 콘텐츠, 디코드와 플레이백, 2D-3D 전환, 방송과 배급, 표준 제정 등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3D 입체 영화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3D 기술이 단순히 영화 제작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산업화를 이루어야 하는 영상, 국방, 의료 분야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차세대 사회발전의 핵심 기술인 것이다. 이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개인, 기업 나아가 국가가 최고의 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1) 우리나라에서는 ‘3D애니메이션’이라는 용어가 전통적인 2D애니메이션에 상대적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CGI (computer generated image: 컴퓨터로 구현된 이미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의미하기에 혼동할 염려가 있다.

(2)국내 3D 핵심기술을 보유한 20개 벤처기업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글로벌 3D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레드로버와 프로옵틱스, 한진정보통신, 드래곤플라이, IR큐더스, 스테레오픽처스 등 3D 기술 및 콘텐츠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글로벌 3D 펀드 운영사인 G3L, KT캐피털, 한화기술금융, 보광창업투자,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하였다.

2) 2010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