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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드라마

‘김탁구’ 뒷심 안떨어지는 이유

‘김탁구’ 뒷심 안떨어지는 이유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8.20 11:02

KBS 2TV 수목극 '제빵왕 김탁구'는 30회로 예정돼 있다. 미니 시리즈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호흡이 길다. 사전 제작이 어려운 국내 드라마 제작여건상 초반에 시청자의 관심을 끈 드라마도 후반까지 그 이슈성과 완성도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는 20회가 지나서도 40%초반의 시청률을 올리며 저력의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유는 선악구도를 따르면서도 단순한 선악구도가 아닌 캐릭터들의 갈등 구조가 점층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데 있다.

초반 어른들의 탐욕심과 이기심이 저지른 막장적 사건들이 하나하나 발각되면서, 다시말해 '뇌관'들이 계속 터져 적절한 충격을 줌으로써 드라마의 사건의 강도는 계속 유지된다. 이를 두고 대결하는 캐릭터들은 재미를 더한다.

서인숙과 한승재 실장은 구일중회장과 김미순(+공주댁)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미 자신의 어머니인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서인숙의 패륜에 충격받은 구일중 회장은 거성식품을 지켜 착한 탁구를 후계자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서인숙파는 거성식품 지분확보를 위해 많은 주식을 소유한 나사장을 협박한다. 깡패 동원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고 믿는 한실장과 서인숙에 맞서 구 회장은 거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팔봉제빵점에서 벌어지는 탁구와 마준(태조)의 대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마준도 단순한 악인은 아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엄청난 악행을 목격하면서 형성된 혼란함과 반항심이 야망 등과 복합적으로 얽혀 성장한 캐릭터다.

탁구-마준의 대결에는 이들의 스승인 팔봉과 갑자기 나타난 춘배의 대결도 포함돼 있다. 이 시스템이 잘 짜여있기 때문에 후반에 춘배 한 사람 집어넣었을 뿐인데도 갈등구조가 크게 강화된다.

여기에 탁구를 사랑하면서 마준을 선택하는 아픔을 안고 있는 신유경, 탁구와 마준을 지켜보는 팔봉 스승의 손녀 미순 등은 큰 역할은 아니지만 기여도가 충분히 있는 캐릭터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갈등과 대결을 통해 착한 사람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이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하는 가장 큰 힘이다. 착하고 선해야 한다는 원칙과 힘들어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정신 등이 복고 드라마의 외피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탁구는 경합과정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는 '도전'에 처하면서 곤궁을 겪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응전' 정신을 발휘한다. 오히려 당장은 손해보는 듯하고 바보같지만 착한 삶의 진정성이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그렇게 재복을 변화시켰고, 언젠가는 마준의 마음도 움직이게 할 것이다.

탁구는 이미 1차경합에서 1만7천원 밖에 남지 않은 경합비를 가난한 두 모자의 보리와 옥수수를 사버렸다. 재료를 더 이상 살 돈이 없지만 재복과 미순이 다른 재료들을 마련해준다. 이 같은 휴먼 스토리는 시청자를 감동시킨다.

반면 태조는 경합과정에서 발효점을 찾기 위해 아버지 회사 사람들을 동원하고, 탁구의 천부적인 후각을 마비시키는 약제를 준비한다. 하지만 탁구의 진정성까지는 마비시키지 못한다.

탁구의 스승인 팔봉선생의 가르침은 진정성이다. 태조의 빵이 화려하지만 차갑고 인간의 향기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화려한 빵을 잘 만들어도 화학첨가물을 넣는다든가 진심을 결여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 만들기 경합과정에서 잘 보여준다. '재미있는 빵'이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팔봉선생은 '발효일지'를 가지고 달아난 태조에게 실망해 쓰러져 누었고, 명장 타이틀이 박탈될 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착한 스승의 착한 제자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반드시 스승의 명예를 지켜줄 것이다.

'높은 탁, 구할 구'를 쓰는 우리의 탁구가 최종 제빵 경합에서도 이기고, 엄마도 만나게 될 날을 시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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