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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메가 히트 캐릭터 ‘등극’… 한국판 ‘디즈니’ 꿈꾸다

[Special Report] 메가 히트 캐릭터 ‘등극’… 한국판 ‘디즈니’ 꿈꾸다

‘뽀로로’의 힘 - 전 세계 108개국에 수출

비행기 조종사 모자에 고글을 쓴 펭귄이 특유의 ‘1.9등신’ 몸을 뒤뚱거리며 등장한다. 펭귄의 대사 한마디와 표정은 물론 우스꽝스러운 춤이라도 나올라치면 TV를 보던 아이들은 이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주인공 ‘뽀로로’뿐만이 아니다.

루피(비버)·패티(펭귄)·크롱(공룡)·포비(곰)·해리(벌새)·에디(여우) 등의 주인공들은 유아들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다. 이 덕분에 애니메이션은 물론 출판·완구·의류·먹을거리에 이르기까지 ‘뽀로로’ 캐릭터가 없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애니메이션 기획·마케팅 전문 기업인 (주)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아이코닉스)가 만든 시리즈물이다. 올해로 만 일곱 살을 맞은 뽀로로를 단순히 인기 좋은 캐릭터로만 본다면 애니메이션이나 관련 산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분수령을 ‘뽀로로’ 등장 전과 후로 보는 견해도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의 최대 ‘하청 기지’로 불렸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초반부터 봇물 터지듯 창작 애니메이션이 쏟아져 나왔고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나타났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고 지금도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뽀로로와 친구들’이다.

이 때문에 아이코닉스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규모와 매출액 면에서도 국내 최대의 창작 애니메이션 기업이다.

지난 2001년 설립돼 올해로 10년째이지만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건 순수 토종 캐릭터인 뽀로로가 탄생한 2003년부터. 아이코닉스는 올 상반기 128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0년 매출 목표를 300억 원으로 설정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놀라운 성과다. 2009년 현재 관련 캐릭터 상품 누적 매출액은 8300억 원에 달하고 라이선스 제품만 1000여 종, 방영되는 나라 숫자만 108개국에 이르는 초대형 히트작이다. 뽀로로 출시 이후 아이코닉스의 매출액은 매년 30% 이상씩 늘어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30% 이상 고속 성장

아이코닉스가 처음부터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창립 첫 작품 ‘수호요정 미셸’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업 기준으로 보면 실패작이었던 셈.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대형 기획사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던 최종일 대표는 성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창립 초기만 해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여파도 가시지 않았고요. 회사에서 나와 독립한다고 했을 때 사장님까지 만류하더군요. 오히려 ‘투자의 기회를 드리겠다’고 큰소리쳤죠. 처음엔 웃기만 하더니 결국 투자해 주셨습니다. ‘녹색전차 해모수’가 그때 기획사에서 만든 작품이죠.”

뽀로로 시리즈는 ‘시즌 1’이 2003년, 2가 2006년, 3가 2009년에 나왔다. 처음 5명이었던 등장인물은 시즌 3에선 로봇과 외계인까지 등장해 11명으로 늘었다. 등장인물이 많아졌다고 해서 이야기의 큰 틀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눈 덮인 숲속마을’에서 ‘우주’까지 배경이 확대됐지만 아옹다옹 다투다가도 서로를 끔찍이 아끼며 살아가는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뽀로로의 저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요. 선과 악의 개념도 없죠.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로 이야기하고 도움도 주고받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깨닫는 과정은 아이들의 모습과 같아요. 공감대가 높은 이유죠.”

언뜻 쉬운 접근법 같지만 실제로 뽀로로라는 캐릭터가 나오기까지는 값비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했다. 최 대표는 소비자의 평가가 상대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당시 경쟁 작품에 비해 떨어지면 외면 받게 마련이었다.

경쟁 작품을 체크해 보니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연간 10여 개에 불과한 작품 수로 200개가 넘게 쏟아져 나오는 일본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했다.

“일본도 분명 부족한 게 있었습니다. 철저하게 일본인 취향이라는 것이었죠. 내수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해외 수출은 ‘플러스알파’ 개념이었습니다. 폭력과 성적인 묘사가 기준에 맞지 않는 ‘드래곤볼’이 유럽에서 어떻게 전파를 탈 수 있었는지 묻자 ‘드래곤볼이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워낙 경쟁력이 있으니 해외서도 성공하는 식이었죠.”

철저히 엔터테인먼트만을 추구하는 일본 작품에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제일 큰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선 재미와 교육을 함께 추구하는 ‘에듀테인먼트’가 정답이었다. 결국 우리만의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유아 눈높이에 맞춘 게 성공 비결


2001년 12월 첫 기획회의가 열렸다. 주인공이 펭귄으로 결정되기까지 반년,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완성되기까지 또 반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인종과 문화는 물론 금기시되는 소재 등이 많아 ‘동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모두 리스트업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웬만한 동물은 이미 유명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었고 결국 후순위였던 ‘펭귄’까지 내려오게 됐다. ‘핑구(영국)’라는 유명 캐릭터가 있었지만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아닌 3D,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의 얘기라는 데 차별점을 뒀다.

뽀로로 시리즈는 4개 회사가 공동으로 제작한다. 전체적인 콘셉트·기획·가이드라인은 아이코닉스가, 아트워크는 오콘, 포스트 프로덕션과 방송은 EBS, IP TV 등의 투자는 SK브로드밴드(당시 하나로텔레콤) 등이 맡고 있다. 이익 배분은 투자 비율대로이며 이 프로세스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뽀로로가 그려진 상품은 유아들에겐 제일 큰 선물이다. 현재 뽀로로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은 1000여 종에 이른다. 아이코닉스가 순수 영상 콘텐츠(지상파·위성·IPTV·DVD 등)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의 10% 미만에 그친다. 부가 사업이라고 부를 만한 출판이 40%, 완구가 25%, 해외 수출이 10% 정도의 매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내용, 유아들에게 친근한 캐릭터 등은 해외시장에서도 뽀로로의 진가를 확인해 줬다. 2004년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현재는 108개국의 어린이들이 뽀로로에 빠져 있다.

경쟁 작품인 ‘핑구’가 60개국에 수출된 것과 비교하면 뽀로로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004년에는 프랑스 최대 지상파 채널인 TFI에서 57%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고, 2007년에는 ‘아랍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에까지 방영되는 등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게 ‘뽀로로와 친구들’이다.

아이코닉스는 뽀로로 외에도 ‘치로와 친구들’ 등 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설립 초창기 시행착오 덕분에 현재는 모든 작품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다. 8월 말에는 서울시 버스를 모델로 한 ‘꼬마버스 타요’가 새롭게 론칭된다.
 
‘탈것’은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유아 애니메이션 소재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 ‘타요’를 통해 ‘뽀로로의 신화’를 잇겠다는 게 올해 아이코닉스의 목표다.

사진= 김기남 기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