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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한국서 글 쓰는 건 행운"

"급변하는 한국서 글 쓰는 건 행운"

국제비교문학대회 '한국작가의 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모든 면에서 아주 빠르게 변하는 나라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김영하)
"한국은 변화가 극도로 빠르게 진행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죠. 사랑과 고독 등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문제도 보려고 노력합니다."(조경란)
제19차 국제비교문학회 세계대회 이틀째인 16일 오후 서울 중앙대 대학원 대회의실. 각국의 문학 연구자들은 역사적, 경제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은 특수한 환경 속 한국의 현대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한국작가의 밤' 행사는 황석영, 김영하, 조경란, 김연수, 김중혁, 편혜영, 안도현, 김행숙 등 한창 활동 중인 한국의 유명 작가와 한국문학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황석영 작가는 '이야기와 현장'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현장이란 당시 거기서 살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로, 작가는 현장에 버려진 진짜 삶의 이야기들을 그러모으는 존재"라고 했다.

   이어 "수많은 현장과 이야기의 전파는 분명히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며, 그것은 구름처럼 바람처럼 천변만화하면서 서로 다른 세상의 경험과 꿈들을 뒤섞이게 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미지를 강자의 이야기로 생산해 소비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이야기가 다양성으로 여름의 화원처럼 각양각색을 이뤄낼 세계를 꿈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는 "한국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천안함 사태 같은 거대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서 '소화'되는가를 지켜보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60년간의 불안정한 휴전이 지속되는 한반도에서는 다른 평화로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그때마다 한국인들은 그 공포를 집단적으로 처리해왔다"며 "그 트라우마의 이면을 파고드는 것만은 다른 어떤 나라의 작가들도 할 수 없는, 오직 여기, 이곳의 작가들 몫"이라고 역설했다.

   김중혁 작가는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고, 합리와 불합리를 분간할 수 없고, 사랑과 증오가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도시를 그리고 싶다"며 "대한민국 서울은 그런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공간으로, 서울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은 내게 축복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편혜영 작가는 "작가로서의 나는 내가 사는 한국에 대해서, 그곳에 사는 한국인에 대해서 쓰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소설 속에서 정치적, 사회적, 지역적 기표를 의식적으로 생략하는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은 그저 존재하면 되지, 한국인으로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고 했다.

   반면 한국문학이 전통적인 세계를 제쳐놓고 빠르게 변하는 흐름만을 따라가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있었다.

   황석영 작가는 "19세기 말 서구문학이 들어오면서 한국 현대문학이 다시 시작된 것처럼 돼 있지만 그 아래 흐르는 것이 있다"며 "잃어버린 우리의 고전적 서사 방식을 새로운 양식으로 살려내 세계보편적인 문제를 담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데이비드 댐로시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카프카 등 서양 작가의 문제의식과 굉장히 상통해 놀랐다"며 "외부에서 보기에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보편적 주제에서는 세계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16 23: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