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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뛰어넘는 전자책…e북

전자책을 뛰어넘는 전자책…e북
  • 입력 : 2010.02.18 16:22
삼성전자 제공

자유롭게 읽고 쓰고 업무용으로도 활용…끊임없이 진화 한다
화면 넘김 빨라지고 인터넷 접속 개선돼… 삼성의 新 성장동력으로
신문사·전자제품 업체 등 전자책 개발 뛰어들어

"앞으로 e북은 자유롭게 읽고 쓰는 것은 물론, 각종 데이터를 여러 IT기기와 공유할 수 있는 지식 플랫폼(기반)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e북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삼성전자 한석주 상무)

삼성전자 e북 개발팀은 요즘 초비상 상태다. 오는 3월 국내에 이어 4월 미국·유럽 등 세계 시장 제품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기자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16일은 물론, 설날 연휴에도 전자책 개발팀원 50여명 대부분이 출근해 작업을 했을 정도다. 한 상무는 "시간에 쫓기면서 일을 하는 게 힘들지만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보람이 있다"면서 "e북의 글로벌시장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이제 갓 출범한 e북 시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전시회(CES)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전자펜으로 e북에 직접 글씨를 써보며 관심을 표명했었다. 삼성전자 영상사업본부 윤부근 사장도 1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니터가 성장 한계에 도달한 만큼 e북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e북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특히 네트워크 연결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CES에서 선보인 6인치 제품 외에도 5인치, 컴퓨터 자판을 부착한 6인치, 잡지와 신문 등을 편집된 상태로 볼 수 있는 9.7인치 제품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 와이파이 무선망 외에 이동통신망에 직접 접속하는 통신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국내외 이동통신업체와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반응 속도와 인터넷 연결성 등 성능 크게 개선"

삼성전자가 3월 본격 출시하는 6인치 크기의 와이파이 e북은 작년 출시된 파피루스 e북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대표적으로 화면을 넘길 때 나타나는 '깜빡임' 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e북은 TV나 모니터의 디스플레이로 쓰는 LCD와 달리 전자잉크를 사용하는 'e페이퍼'를 쓴다. e페이퍼는 종이처럼 오래 보고 있어도 눈이 편안하지만, 화면을 넘길 때 나타나는 잔상 현상이 약점이다. 하지만 개발팀은 사용자 환경(UI)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통해 이런 약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또 와이파이를 통한 무선인터넷 접속, TV와 모니터 등과의 연결성, 같은 e북 제품끼리의 무선 데이터 공유 등 외부 연결성도 크게 확장됐으며, 문장 읽기 중 영어단어 찾기, MP3플레이어 음악 듣기, 밑줄 긋기, 메모, 오디오북, 이메일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갖췄다. 전자펜을 활용한 필기체 메모 기능도 인식률 등에서 이전 제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변호진 수석연구원은 "e페이퍼가 지닌 단점을 소프트웨어적 기능으로 끊임없이 보완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제품은 책읽기뿐 아니라 일정 관리 등 업무 노트용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e북 개발팀의 한석주 상무(맨 아래)와 팀원들이 올해 출시될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e북 시장 매년 2배씩 성장 가능

삼성전자가 e북 개발에 나선 것은 3년여 전부터이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 내부에서마저 흑백 화면에 반응속도도 느린 e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강했다. 심지어 "삼성 브랜드로 도저히 팔 수 없는 제품"이라는 혹평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세계 1위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e북 '킨들'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면서 삼성전자의 e북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미국 가전협회에 따르면 세계 e북 시장 규모는 2009년 320만대, 2010년 640만대, 2011년 960만대로 매년 껑충 뛰고 있다.

여기에는 e페이퍼 디스플레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크게 향상된 것도 한 요인임은 물론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흑백 화면의 e북이 책읽기에 있어서는 컬러 화면의 애플 아이패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LCD 화면을 쓰는 아이패드는 야외에서 사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e북은 햇빛 아래서 훨씬 더 선명하다. 한 전문가는 "아이패드의 무게(680~730g)는 e북의 두 배에 달해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하기가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아이패드 공개 이후 아이패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갈수록 강해지는 것도 e북 진영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前) 회장도 아이패드에 대해 "아이폰을 접했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아이패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혹평했다.

소니·후지쓰 등도 차세대 제품으로 육성

현재 전자책 단말기(e북) 시장에는 아마존 외에도 소니·반스앤노블스·허스트·뉴스코퍼레이션·후지쓰 등 거대 서점에서 출판사·신문사·전자제품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세계 1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일본 소니는 e북을 '워크맨과 같은 히트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소니는 현재 '소니 리더'로 세계 시장의 30~35%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말 터치스크린 방식(손가락으로 화면을 만져 조작)의 신제품 '리더 데일리 에디션(Reader Daily Edition)'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아마존 추격에 나섰다. 소니는 기존 '소니 리더' 제품군은 중국의 전자제조업체에 위탁·생산했지만, 신제품은 일본 내 자회사에서 생산한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아마존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 200개 잡지와 15개 일간지, 38개 주간지를 보유한 미디어그룹 허스트도 e북 경쟁에 뛰어들었다. 허스트는 올해 초 CES에서 '스키프 리더(Skiff Reader)'를 선보였으며, 연내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허스트가 주도하는 스키프 리더에는 뉴스코퍼레이션·타임·콩드나스트(Conde Nast)·메레디스(Meredith) 등 4개 신문·잡지사가 협력 관계를 맺었다. 도서·잡지·신문을 만드는 콘텐츠업체들이 직접 전자제품의 유통에 뛰어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단샤 등 50개 출판사가 소니·샤프·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전자제조업체들과 함께 '잡지 콘텐츠 디지털추진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2011년까지 독자적인 e북을 만들어 내놓을 계획이다. 이밖에 일본의 후지쓰가 e북 시장 진출을 발표하고 제품 개발에 나섰으며, 미국의 플라스틱로직·스프링디자인·아이렉스 등도 올해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