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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글로벌 정책 동향

북미, 만화-애니 결합ㆍ새로운 매체로 성장 견인

북미, 만화-애니 결합ㆍ새로운 매체로 성장 견인

유럽은 국가간 합작 통해 할리우드 애니에 '도전장'

■ 디지털 콘텐츠 강국 만들자
3부. 글로벌 속 디지털 콘텐츠
(1) 북미ㆍ유럽 콘텐츠 시장


디지털타임스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동기획 `디지털 콘텐츠 강국 만들자'의 3부는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북미를 비롯 전통의 콘텐츠 시장인 유럽, 그리고 최근 신흥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콘텐츠 한류(韓流)의 길을 모색해 본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이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의 콘텐츠 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의 후폭풍을 가장 거세게 겪은 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라베이스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9년 미국의 콘텐츠 시장은 전체 규모가 전년대비 6.3% 감소해 4222억 달러 규모로 줄었으며, 유럽 시장 역시 5% 감소한 4300억 달러 규모로 줄어들었다.

북미와 유럽의 콘텐츠 시장은 이같은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자책과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이라는 화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과감한 인수ㆍ합병 등 시너지 전략을 통해 재기를 노렸다. `유연성'이 핵심이었다. 만화 시장의 경우 업계 1위 사업자 마블 코믹스는 월트디즈니에 스스로 합병되는 길을 선택했으며 2위 DC코믹스 역시 거대 워너 브로스에 흡수되는 등 통합 바람이 거셌다. 유럽 역시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3국이 합작해 `드래곤헌터스'라는 TV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는 등 융합과 제휴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과 함께 세계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걷혀감에 따라, 북미 콘텐츠 시장은 2014년까지 3.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499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권 역시 같은 해까지 3.3%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509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와 유럽의 콘텐츠 시장은 이제 회복을 넘어 다시 성장세로 돌입했다는 평가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략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미, 매체간ㆍ콘텐츠간 융합이 대세=북미에서는 전자책과 만화-애니 산업의 성장을 주목할만하다. 세계 경기 침체를 맞은 최근 3년간 북미 콘텐츠 시장은 `융합'이 주된 화두가 됐다. 출판사들은 종이책만 팔아서는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만화책을 출간하던 전통적인 기업들 역시 애니메이션과 결합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아마존의 킨들,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튠스 등 새로운 매체공간의 성장이 북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미권 도서 시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학도서 4.5%, 초중고도서 4.5%, 전문서적 4.0%, 학술서적 3.9%의 성장세를 나타낸 반면, 성인도서 -2.3%, 종교서적 -10%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미국 도서 구매자의 57%가 여성으로 나타나 남성보다 여성들의 도서 구매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 유통 경로를 살펴보면, 일반 소매 서점을 통한 판매는 2007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온라인 서점을 비롯한 할인점 판매는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절대적인 판매액 비중은 오프라인 서점이 훨씬 높은 편이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 온라인 서점으로의 소비자이동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권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과 소니를 필두로 애플의 아이북스스토어가 가세하며 전자책 콘텐츠업체들에게 풍부한 시장 기회를 제공하며 태동기에 있는 세계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소비자들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통한 도서 구매 의사는 2008년 23%에서 2009년 33%로 증가했으며, 스마트폰이나 아이팟 터치를 비롯한 휴대단말에서 읽고 싶다는 비율도 2008년 23%에서 2009년 27%로 증가했다.

기업의 융합, 합병 전략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양대 만화회사가 거대 미디어회사에 인수돼 `마블코믹스-월트디즈니 대 DC코믹스-워너브로스' 대결구도를 형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슈퍼맨, 배트맨, 판타스틱4 등 작품들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올 수 있게 됐으며, 그결과 그동안 일본 만화 콘텐츠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망가'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이하 JETRO)가 발표한 `북미 콘텐츠 시장조사 실태 보고서'는 그 동안 비교적 견실한 판매고를 기록하던 만화책 매출이 2008년 4분기 이후 급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망가출판을 전문으로 해 온 도쿄팝, 비즈미디어 등의 사업자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미국 현지 법인 철수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정부 보호 속의 콘텐츠=유럽 시장은 디지털과 결합한 음악 유통사업의 성장과 정부간 협의가 활발했던 영화와 TV애니메이션 분야를 주목할만하다. 유럽 콘텐츠 시장은 저작권 보호와 융합 콘텐츠 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2009년 영국 최대 음반 유통업체 자비(Zavvi)의 파산은 유럽 콘텐츠 산업에 주는 충격이 컸다. 영국 오프라인 음반유통 시장의 붕괴를 의미한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스카이송과 스포티파이 등 디지털 음반 유통업체들의 성장은 두드러졌다. 프랑스에서도 디저(Deezer)라는 음반 스트리밍 업체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론칭 2년만인 2009년 약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아이팟터치와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매체들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스트라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유럽 오프라인 음악시장규모는 향후 5년 동안 연평균성장률 -11.6%로 감소하여 2014년에는 27억 4000만 달러 수준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 디지털 음악 시장규모는 2009년 8억4200만 달러에서 연평균성장률 20.5%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2014년 21억 3900만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 인터넷 음악 시장규모는 2009년 5억 7600만 달러에서 2014년 18억 1000만 달러까지 급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권에서 애니메이션 시장은 특히 디지털온라인 시장이 18.8%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ISP와 저작권자 사이의 공조체제인 `라이트 에이전시(Rights Agency)' 창설방안이 제안되는 등 정부의 보호 노력이 크다는 평가다.

유럽권 전체 애니메이션 시장은 2009년 36억 8700만 달러로 추정되며, 4.1%의 연평균 성장률로 성장해 2014년에는 45억 13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애니메이션 발전의 원동력은 정부의 진흥 정책과 법률적 혜택, 제작사들을 보호하는 합리적인 수익 분배 시스템이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게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국가로,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유럽 제작사들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럽 극장판 애니메이션시장은 픽사, 드림웍스와 같은 헐리웃 제작사들이 거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동향에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 애니메이션이 자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극장용으로 제작한 `드래곤 헌터스'는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3국 합작 애니메이션이며 헐리웃 애니메이션에 근접할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헐리웃의 최근 트렌드를 쫓아,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입체 방식 제작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CG 애니메이션 일변도인 헐리웃 북미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달리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던 스톱모션 작품들을 제작하는 등 유럽 만의 개성을 잘 살려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취재팀=팀장 한민옥기자 mohan@
서정근기자 antilaw@
박지성기자 j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