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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글로벌 정책 동향

중국, 빗장 풀고 세계시장 선점 `야심`

중국, 빗장 풀고 세계시장 선점 `야심`

일본은 콘텐츠 수출 적극 지원… 한ㆍ중ㆍ일 공동 제작도 추진

■ 디지털 콘텐츠 강국 만들자
3부. 글로벌 속 디지털 콘텐츠
(2) 중국ㆍ일본 콘텐츠시장


전통적인 콘텐츠 시장의 70% 이상을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그만큼 신흥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특히 개별국가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 콘텐츠 시장인 일본과, 세계 최대의 소비 파워를 바탕으로 `신 문화제국주의'를 꿈꾸는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강국 꿈꾸는 중국=중국중앙방송국(CCTV)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으로 꼽히는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지난달 30일 찾은 SMG 상하이 본사에서는 미디어를 비롯한 중국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장따종 SMG 부총재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중국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으며, 그에 발맞춰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9월 `문화산업진흥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골자는 미디어 시장을 개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조차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미디어 시장의 제작과 송출을 분리, 뉴스 등을 제외한 모든 방송콘텐츠의 민영화를 사실상 허용했다.

물론 중국 미디어 시장에서 민영화는 우리와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방송국은 여전히 국영기업으로 유지한 채 방송콘텐츠의 제작에 대해서만 기업화를 허용하는 개념이다.

미디어 시장 뿐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개방 정책은 게임, 영화, 출판, 만화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포춘 100대 기업에 중국기업 30개를 포함시키자'는 중국 정부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박철홍 한국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 소장은 "중국 정부는 올해를 `뉴미디어의 해'로 지정하고 중국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자국 콘텐츠를 집중 육성해 향후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각종 문화산업육성지원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형태야 어찌됐든 세계 최대 콘텐츠 소비 시장의 빗장이 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임에 분명하다. 이미 중국 기업간 콘텐츠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중국 진출추진하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의 오랜 숙원인 외국 콘텐츠에 대한 수입 규제 완화와 인터넷 불법복제 단속 강화가 현실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들은 근본적으로 자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육성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칫 콘텐츠 제작 노하우만 뺏기고, 역으로 중국 콘텐츠 업체들에게 역습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는 이유이다. 실제 한때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평정했지만, 현재 중국 게임업체들은 역으로 국내 게임업체 인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철저한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면 더 이상 한국 업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국내 CJ와 중국 SMG가 합작으로 설립, 대표적인 국내 콘텐츠 업체의 중국 진출 성공사례로 꼽히는 동방CJ의 경우 처음부터 이에 주목했다. 즉, 지분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내 홈쇼핑 노하우를 중국 현지화하는데 주력했다는 게 동방CJ측의 설명이다.

상하이 동방CJ 본사에서 만난 김흥수 부사장은 "매년 매출이 80% 급성장세를 타, 올해는 7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며 "여세를 몰아 상하이 지역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 오는 202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체 JCE의 중국법인 JC차이나의 강병종 대표도 "과거에 비해 중국 게임 시장이 크게 성숙,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 게임을 성공하려면 단순히 한국 게임을 가져와서는 안 되고, 철저히 중국 현지에서 중국화 된 게임으로 다시 개발을 해야 한다"며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콘텐츠 수출 지원=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콘텐츠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현재 `지적재산 추진계획 2010'을 추진 중이다. 또 경제산업성에 `쿨 재팬'실을 출범, 100억엔 규모의 민관 공동 펀드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이 펀드는 아시아에서 방송되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콘텐츠 유통회사 인수와 해외 유통경로 구축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첨단 의료와 물, 로봇 등 7개 국제 표준화 특정 전략 분야에 콘텐츠를 포함시키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화 등의 국제 공동 제작 및 촬영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제작비의 세금 우대 등을 검토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또 향후 3~4년 안에 중국, 한국 등과 국제 공동제작 협정 체결도 목표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으로 일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2008년 약 1조4000억엔에서 2020년 7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전통적인 콘텐츠 시장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세를 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일본 게임 시장은 153억달러 규모로 세계 게임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온라인 게임은 6% 정도로 아직 미미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도쿄에서 만난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아직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아케이드나 콘솔에 비해 미비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과 폭넓은 연령층의 이용자가 존재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기획취재팀=팀장 한민옥기자 mohan@
서정근기자 antilaw@
박지성기자 j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