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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글로벌 정책 동향

해외 미디어의 한국 공습이 시작됐다

해외 미디어의 한국 공습이 시작됐다

월트디즈니·폭스 등 한국 파트너와 손잡고 방송 시장에 속속 진입… IPTV 외국채널 급증

월트디즈니·폭스·소니·비아컴과 같은 글로벌 미디어그룹들이 국내 방송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매출 규모 40조원대인 월트디즈니는 최근 SK텔레콤과 'TMK'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자본금 400억원의 TMK는 SK텔레콤과 디즈니채널인터네셔널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갖는 구조다. SK텔레콤측은 "대표이사는 우리측에서 선임했다"고 했다. TMK는 내년 초 '디즈니채널', '플레이하우스디즈니' 등 월트디즈니의 2개 채널을 개국, 한국 소비자에게 디즈니 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폭스'(뉴스코퍼레이션의 계열사)는 태광그룹의 케이블TV 티브로드와 합작회사 '티브로드폭스코리아'를 설립했다. 미국 미디어계의 대부 섬너 레드스톤의 비아컴, 소니 계열 엔터테인먼트채널 AXN은 최근 수도권지역 최대 케이블TV 씨앤앰에 전략적 제휴를 맺자며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미디어그룹과 손잡고 손쉽게 돈 벌겠다는 국내 미디어기업

국내 미디어시장은 그동안 해외 글로벌 기업에 '무덤'으로 꼽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강의 음악 채널 MTV(비아컴의 채널). MTV는 2001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전하고 있다. 실패 요인은 한국 내 영업력 부재로 많은 가시청 가구 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

반면 머독의 폭스는 한국의 벽을 뚫기 위해 태광과 손잡았다. 티브로드는 막강한 케이블TV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폭스를 전국적인 채널로 만들었다. 'FX''폭스라이프' 등 채널을 3개로 늘리며 매출 242억원·영업이익 93억원(2009년 기준)의 탄탄한 채널로 안착했다.

SK텔레콤과 디즈니 간 제휴는 이런 '폭스·태광의 성공방정식'과 유사하다. 국내 기업은 위험 부담이 큰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보다 해외의 검증받은 콘텐츠를 확보한다. 해외 미디어 기업은 한국 파트너의 영업력을 통해 한국 시장에 쉽게 진입하는 방식이다.

해외 채널의 국내 진출 통로 역할하는 IPTV

거대 미디어그룹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견 업체들도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프랑스24(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네트웍스(호주), ETTV아시아(대만), DWTV(독일), 러시아투데이(러시아) 등 55개 채널이 최근 2~3년간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외 재송신 채널' 승인을 받았다. 해외 재송신 채널은 자국의 채널을 별도 편집 없이 그대로 한국 시장에 송출하는 채널이다.

4~5년 전만 해도 해외 재송신 채널은 10개 미만이었다. 2008년 말 IPTV 개국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전의 아날로그 케이블TV는 채널 수가 60~70개에 불과, 인지도가 낮은 해외 채널들은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IPTV는 채널 수가 크게 늘어 해외 채널의 수용이 가능해졌다. KT의 쿡TV는 107개 채널 가운데 18개가 해외 채널이다.

방송 채널 관계자는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콘텐츠 투자보다는 해외 채널을 도입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상황"이라며 "해외 콘텐츠를 국내에서 대신 팔아주면서 이것을 글로벌화했다고 주장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