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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글도입 1년` 印尼 바우바우 시장 [연합]

[인터뷰] `한글도입 1년` 印尼 바우바우 시장 [연합]

2010.07.26 19:06 입력

`찌아찌아족에 정착 성공적, 세종대왕도 몰랐을 일`
`他 소수민족 사이에도 한글 배우려는 욕구 커져`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市) 아미룰 타밈(56) 시장은 한글이 지난 1년간 이 지역 찌아찌아족 주민 사이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찌아찌아족은 지난해 7월21일 바우바우시 현지 초등학교에서 한글교육을 시작했다.

타밈 시장은 최근 바우바우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글이 워낙 쉬운 문자여서인지 학생들이 빨리 배우고 있다. 한글과 한국어의 매력을 알게 된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도 이를 배우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한글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또 "한글 도입의 필요성을 두고 정부 각 부처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온 끝에 최근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냈다"며 "한글 등을 통해 여러 종족의 다양한 문화를 보전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바우바우를 국제적 관광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타밈 시장과 일문일답.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쓰게 된 지 1년이 지났다.

▲한글을 찌아찌아어 표기문자로 채택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가르친 결과 많은 발전이 있었다. 쉬운 문자여서인지 학생들이 매우 좋아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시내 다른 소수 종족들 사이에서도 한글이나 한국어 교육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수세기 전 한글이 창제됐을 때 먼 훗날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하게 될 줄은 세종대왕도 몰랐을 것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를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일로 기록할 것이다.

--1년 동안에 파악된 문제점을 꼽는다면.

▲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비딘씨와 정덕영씨만으로는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 최근 한국의 대학생 봉사단이 수차례 시를 방문해 한글ㆍ한국어 교육 활동을 해 큰 도움이 됐다.

--훈민정음 학회에서 교사를 더 파견할 계획이라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보내주는 선생에 너무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한글 사용이 다른 소수민족으로 확대되기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다. 시는 아비딘씨 같은 교사 자원을 한국에 보내 교육할 준비가 돼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정부는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최근 정부에서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시는 찌아찌아어는 문자가 없으며 그대로 두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관계 부처에 명확하게 설명했으며 언어관리국과 외무부가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한글을 시내 다른 소수민족에게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나.

▲특정 소수민족이 언어 보전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것은 그 민족만의 자산이 아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볼 때 이웃 민족에게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찌아찌아족 외의 다른 종족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해당 언어의 발음 구조가 한글과 어울리는지를 일차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찌아찌아어처럼 잘 어울린다면 한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한글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한글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의 주장대로 알파벳을 사용하면 찌아찌아어의 단어와 문장을 완전하게 표기할 수 없어서 언어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는 찌아찌아어를 보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위험한 현상이다. 그러나 한글을 사용하면 찌아찌아어를 제대로 표기할 수 있다.

세계는 글로벌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과거 여러 왕국이 있었지만 결국 하나가 됐고 여러 민족이 상호작용 하며 발전하고 있다. 한글 도입은 학술적 성과임과 동시에 글로벌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찬성하는 시민은 이런 역동성과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바우바우시를 관광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바우바우에는 인근의 발리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성벽인 부톤성(Keraton Buton)과 같은 수많은 유적이 있다. 현재 항구와 공항, 숙박 등 관광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그저 유흥만 즐기는 휴양지가 아닌 문화와 전통이 숨 쉬는 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글 등을 통해 다양한 소수민족의 문화를 보전하면 이는 곧 시의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