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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핀테크

디지털교과서 시대 `성큼`

디지털교과서 시대 `성큼`
태블릿PC 열풍 맞물려 도입 확산… 가격인하땐 가속 전망

박상훈 기자 nanugi@dt.co.kr | 입력: 2010-07-25 22:39

2013년부터는 교과서 대신 태블릿PC로 공부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전국 초등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25일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전국 초등학교에 본격적으로 보급한다는 구상으로, 600억원을 투입해 시범 적용 학교 운영, 콘텐츠 개발,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텍스트 중심의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 달리 태블릿PC를 이용해 동영상과 사진, 인터넷 상의 방대한 자료 등을 함께 활용, 이른바 `책없는 학교'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더구나 태블릿PC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조만간 교과서는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해 학교 내에서 학업 성취도를 높여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고, 학생 개인의 가정 환경에 따른 성적 편차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교과서는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 전자칠판 등 관련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매년 수조원 대의 IT 신규 시장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검증되지 않았던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효과도 입증돼 당초 예상보다도 도입이 빨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충북대 변호승 교수가 지난 2년간 디지털 교과서 시범사업을 진행중인 전국 110개 초등학교, 1만67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효과를 세차례 분석한 결과,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들이 일반 종이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의 효과가 뚜렷했고, 2008년에는 농산어촌 학생들의 효과만 확인됐지만 2009년 연구에서는 도시학생들에게도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점은 디지털 교과서가 사교육이 학업성취도나 학습태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학습 주체들의 만족도도 높아 교사의 87%, 학생의 89%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표본 집단을 3년 이상 장기간 관찰하는 종단 연구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보급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200만원 안팎의 단말기 가격도 가격경쟁으로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디지털 교과서 단말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 노트북 형 태블릿PC를 휴대성이 간편한 아이패드와 삼성 S패드로 대체키로 하고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 S패드의 경우 기존 단말의 절반 이하인 60만원 전후여서 가격경쟁력이 크다.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 문제로,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교사가 외부 자료를 이용할 때 자기반 학생에게 수업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이를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리거나 다른 반 학생에게 보여줄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교육의 본질 측면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원주민)'인 초중등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교 수업에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철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는 처음부터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정보화라는 사회적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학업성취도보다는 자기주도학습, 능동적인 학습태도, IT 역량 제고 등 측면에서 디지털 교과서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