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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창고형 할인점·도매업 진출 신세계교향곡은 계속됩니다"

"창고형 할인점·도매업 진출 신세계교향곡은 계속됩니다"

인터뷰=김영수 산업부장 yskim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정리=김승범 기자 sb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김소현 조선경제i 기자 hi-ligh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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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鄭溶鎭·42) 부회장은 19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 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창간 기념 인터뷰에서 "오는 10월 말 창고형 할인점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서울 충무로 신세계 신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 가을 이마트 구성점(경기 용인)을 시작으로 효율이 떨어지고 구조상 변경이 가능한 점포들을 창고형 할인점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외에 대형 창고형 매장을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다.

창고형 할인 매장은 기존 대형마트보다 상품 가짓수나 서비스를 대폭 단순화하고, 포장 단위도 대형화해 가격을 더 낮추는 매장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코스트코 홀세일이 창고형 할인점을 7개 운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또 동네 수퍼마켓에 이마트 상품을 대주는 '상품 공급업'에 대해 "복잡한 공급선 때문에 고생하는 동네 수퍼가 경쟁력을 갖게 되고, 이마트는 바잉 파워(buying power·구매력)를 갖게 된다"며 "이마트는 그로부터 얻는 혜택을 싼 가격과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체의 가격 경쟁을 제조업체가 막고 있다며 제조업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그 동안 제조업체들은 총판 등 자체 유통망을 유지시키기 위해 유통업체의 가격 할인을 막아왔다"며 "유통 선진화와 생필품 가격 인하는 이런 틀을 깨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피아노 실력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19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 신관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집무실에 있는 피아노로 쇼팽의‘녹턴’과 모차르트의‘판타지’를 연주했다. 그는“배운 지 2년밖에 안 됐다”고 했지만 수준급 실력이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대형마트(이마트)와 백화점(신세계백화점)으로 구성된 신세계가 상반기 두 부문에서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원인은.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구조조정해 놓은 덕도 컸다. 임직원이 열심히 해놓은 일에 나는 '숟가락 하나 놓은 것'뿐이다."

―신세계가 성장하려면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지 않나?

"트럭을 몰고 와 쇼핑한 물건을 싣고 갈 만큼 많은 양을 구매하는 자영업자 등 고객을 위해 창고형 할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1호점은 경기도 용인 구성점을 리모델링해 10월 말~11월 초에 오픈할 것이다. 반응이 좋으면 확대해 나갈 것이고, 교외에 수만 평 부지의 대형 점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상품 공급업 진출설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이마트가 중소 수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일종의 도매업이다. 상품 공급업은 이마트와 중소 상인 모두에게 유리하다. 이마트의 매장·재고 관리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소 상인은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마트는 상품 공급 확대를 통해 바잉 파워를 올릴 수 있다."

―중국 경영 실적이 안 좋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책은.

"중국 사업은 초기 진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안 해 시행착오가 있었다. 힘들여 상권을 개척하면 중국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됐다. 중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월마트·까르푸 등도 이익을 못 내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 출점할 때 장기 임차(50년)를 통해 토지를 사실상 사들이는 방식을 검토하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2~3급 도시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시장 진출도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마트의 상시 저가정책을 경쟁업체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객이 판단할 문제다. 경쟁업체는 우리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다. 이마트의 물건값이 가장 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객은 안다. 우리가 잘못한다면 경쟁업체가 우리를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상시 저가정책에 부정적인 제조업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제조업체가 주인이 돼 '이 가격에 팔겠다'고 하는 유통구조는 낙후된 것이다. 선진화된 시스템은 소비자가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측면에서는 유통업체가 소비자를 대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조업체가 대리점 위주로 물건을 공급하며 유통을 주도하고, 대형마트도 물건을 싸게 팔지 못하게 했다. 소비자보다 자신들의 유통망부터 챙긴 것이다. 신세계는 이익을 적게 보더라도 생필품 가격 인하를 반드시 관철할 것이다."

―최근에 이마트몰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잘 운영되고 있나.

"열심히 준비했지만 막상 해보니 허점이 보였다. 이마트몰에 들어가 직접 등록하고 주문해봤는데 아직도 불편한 점이 있다. 또 주말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니까 주문 후 2시간 안에 배송한다는 고객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개선하고 있다."

―유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객·협력업체·부동산 등 세 가지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고객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우리의 서비스와 상품에 만족할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우리가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사업을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

―서비스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트위터를 하다 보면 고객들의 불평이 상당히 많다. 맨 처음 불평을 들을 때는 마음이 아팠는데 지금은 무척 감사하다. 불평 안 하고 떠나는 고객을 보면 안타깝다. 100% 만족하는 고객도 중요하지만 신세계를 계속 이용하면서 불평·불만을 호소하는 고객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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