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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무해한 은나노 제품 가능할까 은 자체가 아닌 입자 크기가 문제

인체 무해한 은나노 제품 가능할까 은 자체가 아닌 입자 크기가 문제 2010년 07월 14일(수)

몇 년 전 “살균세탁 하셨나요~”라는 노래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내놓은 은나노 세탁기의 CF음악이었다. “살균세탁 하셨나요~”라는 노래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던 이 CF는 일부에서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줬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CF음악이 아니라 은나노 세탁기 자체에 있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부 나라에서 은나노의 환경 유해성 여부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은나노 세탁기는 물에 녹인 은 입자를 세탁물 안에 침투시켜 살균 효과를 내는 새로운 방식의 세탁기를 말한다.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사항은 미세하게 부서진 은 입자가 공기나 하천으로 방출되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로운 박테리아나 미생물을 죽이고,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이를 농약류로 분류했다.

이러한 은나노 제품에 대한 문제제기는 세탁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특히 살균력을 앞세워 치약, 젖병, 에어컨 등 생활제품 전반에 은나노 제품이 출시되면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논란 많은 은나노 제품, 뚜렷한 기준 없어

이 논란이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09년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은나노 입자의 흡입 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고농도 은나노 입자를 공기로 90일 동안 흡입시킨 흰쥐의 폐에서 염증성 세포 덩어리가 발견됐으며 간조직 이상도 보였다. 이 실험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은나노가 직접 흡입되지 않는 이상 제품의 소재로만 쓰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살균력을 앞세워 생활전반에 파고 든 은나노. 하지만 그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학계에서도 은나노의 유해성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나노기술의 존재이유인 ‘작다’는 것이 그 가장 큰 이유. 보통 나노 입자의 크기는 10억분의 1미터로 기존의 안전성 검사법으로는 부작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너무나도 작은 나노 입자가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검증된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은나노 제품은 이미 생활 전반에 퍼져있지만, 그에 대한 뚜렷한 안전 기준이 없어 많은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이 너무 다양해 소관 부처가 통일돼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은나노 관련 공산품은 지식경제부 소관이지만 화장품과 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담당하는 등 주무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된 규제가 어려운 형편이다.

은 자체가 아닌 입자 크기가 문제

그런데 최근 은나노 물질이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대 정진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은 자체가 아닌 입자의 크기가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독성학 분야 과학 전문지인 ‘나노톡시콜로지(Nanotoxicology)’ 온라인 속보(7월 6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50-100nm(나노미터)의 입자크기가 혈소판 세포 내에 칼슘을 증가시키고 혈소판 세포막의 특이 인지질(PS)을 노출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이 인체에서 분리된 혈소판의 응집을 촉진하고 혈전 생성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나노입자의 형태를 바꾸거나 은 마이크로와 같이 크기를 조절하면, 혈소판 세포 내에 칼슘농도를 조절하고, 특이 인지질 노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정진호 교수는 “나노물질의 안전성 연구는 나노기술 개발과 함께 학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나노물질 개발에 다각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미래 신성장동력이자 의류, 의술, 반도체, 섬유, 우주항공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나노기술은 이미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번 연구로 인체에 무해한 은나노 제품 개발에 청사진이 열릴 것인가? 나노기술이 그 부작용을 극복하고 진정한 과학기술의 개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7.1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