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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DT 시론] `아이폰 탈옥` 어떻게 볼 것인가

[DT 시론] `아이폰 탈옥` 어떻게 볼 것인가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애플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폰 탈옥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고 실제로 탈옥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폰 탈옥은 아이폰을 특정 이동통신망(한국에서는 KT, 미국에서는 AT&T)만을 사용하게 하거나 앱스토어를 통하여 획득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소프트웨어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탈옥(jailbreaking)보다는 무력화(circumvention)가 정확한 용어라 할 수 있다. 아이폰에는 특정 통신망이나 특정 응용프로그램만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펌웨어(ROM에 기록된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마이크로프로그램의 집합)에 잠금장치가 내장되어 있는데, 잠금장치를 무력화시킴으로써 특정 통신망이 아닌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거나 앱스토어 이외의 곳에서 구입한 응용프로그램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아이폰에 접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금장치의 무력화는 미국에서는 이미 아이폰이 시판될 때부터 발생해 온 문제였다. 애플아이폰의 펌웨어에는 특정 통신망을 이용하도록 하는 부트로더 프로그램이 장착되어 있고, 이러한 프로그램이나 운영체계프로그램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하여 소프트웨어 잠금장치가 이용된다. 이러한 잠금장치는 저작권법상 기술적 보호조치로서 접근통제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에 해당한다. 저작권법은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금지하면서 일정한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아이폰 펌웨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이 저작권법상 허용되는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미국 저작권법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금지하고 있으나 한국의 현행 저작권법은 이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아이폰이나 다른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경우 저작권법이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다.

2006년 11월 미국은 기술적 보호조치에 대한 예외를 설정하는 절차에서 "휴대전화기를 무선전화통신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펌웨어 형태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무선전화통신네트워크에 적법하게 연결하기 위한 목적만을 위하여 무력화가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3년 시한으로 무력화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의하여 이용자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제공자와 경쟁하는 서비스제공자의 통신망에 적법하게 연결하기 위하여 휴대폰의 잠금장치를 무력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게 된다. 2009년 예외설정 절차에서는 "무력화가 휴대전화에 내장되어 있는 응용프로그램과의 호환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목적만을 위하여 수행되는 경우, 무선휴대전화가 적법하게 획득된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이 제안되었으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아이폰의 잠금장치 무력화는 특정 통신망이나 특정 응용프로그램의 사용을 강제하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플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을 제한하거나 저작권의 침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응용프로그램의 이용을 제한하여 경쟁 및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가하여지고 있다. 기술적 보호조치규정을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데 무리하게 적용하는 경우 자칫 저작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품시장에서의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는 소프트웨어이지만 저작권 보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뿐만 아니라 잠금장치의 해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감소시킴으로써 제공되는 서비스를 악화시키고 소비자에 대한 비용을 증가시키며, 휴대폰 낭비로 인한 환경재앙이 발생시킨다는 비판도 가하여지고 있다. 사용약정기간이 종료한 후 다른 업체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은 계약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데,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 다른 업체의 통신망을 통하여 계속 사용하려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는 앱스토어 외의 곳에서 획득한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하여 지금 당장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며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봇물 터지듯 이루어져 많은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생산자, 이동통신망 사업자 및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법적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