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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글로벌 임밸런스 오히려 더 커진다

글로벌 임밸런스 오히려 더 커진다
선진 - 신흥국 경상수지 격차 2014년 1조달러
G20 리밸런싱 논의도 각국 이해 엇갈려 갈등
"신흥국으로 富의 이동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

"일부 국가 경제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편 내수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 우려된다."

지난달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 이런 문구가 담겼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글로벌 임밸런스(imbalanceㆍ불균형)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리밸런싱(rebalancing)은 G20 회의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이번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도 G20 정상들은 신흥 흑자국에 대해 `사회 안전망 강화, 인프라스트럭처 지출 확대, 환율 유연성 제고를 위한 구조 개혁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2008년 찾아온 금융위기는 선진국들의 수요 위축에 따른 수입 감소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는 듯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도 지난해 418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무려 2881억달러나 줄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세에 들어서며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지난해 선진국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줄었지만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감소 때문이었지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었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8년 1조2380억달러에 달했던 선진국 경상수지 적자와 신흥국ㆍ개발도상국 간 경상수지 흑자 격차는 2010년 6054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IMF는 이 격차가 2012년에 8750억달러로 다시 벌어지고 2014년에는 1조654억달러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흐름을 보면 추세를 읽을 수 있다. IMF는 지난해 4180억달러로 줄어들었던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올해 4872억달러로 늘고 2011년 5239억달러, 2015년 6382억달러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1213억달러에서 2015년 1528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시욱 KDI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직후 선진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든 것은 수입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었으며, 경기가 회복되고 수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상수지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지 않는 한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이며 이 때문에 G20 내 글로벌 균형을 되찾기 위한 논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IMF의 전망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미국의 IMF에 대한 입김이 세기 때문에 미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IMF가 전망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를 통해 중국 측에 위안화 절상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신흥국으로의 `부(富)`의 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자본 이동이 올해 7000억달러(순유입 기준)를 초과해 지난해의 5310억달러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조2800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이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IIF는 내년에도 신흥국으로 자본 이동이 전년보다 40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이 소비를 위해 돈을 풀면 이 돈은 신흥국으로 흘러갔고 신흥국은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이며 `재환류`가 일어났다"며 "미국이 저축을 늘리지 않고 소비도 줄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경상수지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 용어설명 >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 :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상수지 흑자로 대비되는 지역 간 불균형 현상을 뜻한다. 경상수지 불균형이 빚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역 불균형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교역에서 1433억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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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6 16:51:51 입력, 최종수정 2010.07.06 19:4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