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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등 연구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한국의 옛 건축물은 우리 중국인들이 지어준 것이 분명하군."

한국을 찾은 일부 중국 학자들이 확신에 차서 하는 말이다. 목재나 색깔 등 일부의 차이를 빼고는 한국의 옛 건축물이 중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칸으로 구분된다거나 도리의 개수로 지붕 구조를 짐작할 수 있다거나, 큰 기와지붕을 올리면서 지붕과 몸체 사이에 공포를 사용하는 구성이 똑같다.

중화(中華)사상이 깃든 중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으면서도, 저런 말을 들으면 한국인들은 발끈하곤 한다.

건축뿐이 아니다. 많은 문화 분야에서 한국문화가 중국의 아류라는 것이 중국인들의 뿌리깊은 인식이다. 심지어 서양인들까지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생각을 내비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중국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또 한국인 나름대로 한국 문화가 모두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고유성을 주장하기만 바빴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가 각 분야 소장학자들과 함께 펴낸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소나무 펴냄)는 이런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의 비교연구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동안 학계의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잃어버린 고리'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

중국인들의 중화사상과 국내 국학자들의 자존심 어린 연구가 가진 한계를 모두 뛰어넘는 기획이다. 간단히 정의해 중국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은 그대로 인정하되, 동시에 우리 고유의 양식과 문화가 있으면 이를 당당하게 밝히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옥을 예로 들어 "우리 고유의 것으로 아는 아름다운 처마 라인은 중국 당송(唐宋) 대의 건축에 가까운 모습"이라며 "한옥의 겉모습은 전적으로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어 "한옥 안으로 들어가면 중국과는 완전히 판이한 내용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온돌과 마루를 겸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난방 방법이 전혀 다르고, 방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 등도 다르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옥이란 외부 양식은 중국의 것이되 내용은 한국의 것인 건축물인 셈이다.

다른 문화적 요소도 마찬가지다. 도자기음악, 복식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 문화는 완전히 고유한 문화와 중국 문화의 '짝퉁' 그 사이 어디쯤 있다.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는 이를 분야별로 하나하나 검토한 결과물을 묶어낸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여러 저자의 관련 연구를 골라 묶어낸 '편저서'가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최 교수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 학자들이 함께 발표ㆍ토론하고 중국 답사까지 하며 내용을 직접 확인한 연구서다.

책에는 한국의 옷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예식을 위한 옷이나 상류층의 옷이 아닌 일반 백성의 옷은 고유의 것이 많이 남아있다는 내용을 비롯해 양국의 음식 문화도 숟가락 사용 여부와 밥의 주식 개념 여부 등 크게 다르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최 교수는 이 책이 중국을 상대로 일하는 기업인들에게도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업무 이야기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나 술자리에서는 문화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때 한국과 중국의 문화에 대해 알아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7일 오후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이 책 다음의 프로젝트일본을 다룰 것"이라며 선불교가 젠 부디즘(Zen Buddhism. 禪佛敎)으로 널리 불리는 것처럼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가 일본 문화로 오인되는 사례 등을 학술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