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인터뷰

[DT 광장] 국경이 사라진 디지털콘텐츠 시장

[DT 광장] 국경이 사라진 디지털콘텐츠 시장

전창준 게임물등급위원회 정책지원팀장

IT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해 오래 전부터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을 예상했다. 누구나 이러한 환경에서 음악이나 비디오, 게임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 유통에 있어 더 이상 물리적인 국경의 개념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다양한 저장장치의 공급, 네트워크 비용의 절감으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쉽게 확장될 것으로 생각됐지만, 의외로 유선망 기반의 초고속인터넷을 근간으로 한 기술혁신은 여전히 지역이나 국가 영토의 개념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큰 변화와 혁신의 사례로 들 수 있는 아이폰의 경우를 살펴보자. 아이폰은 기본적인 음성통신 기능 외에 와이파이(WiFi), 편리한 UI, 세련된 브랜드 마케팅 뿐 만 아니라, 누구나 편리하게 제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오픈마켓을 열었다.

오픈마켓은 과거 인터넷 전용선,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서비스구성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고가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 않고도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하여 다양한 정보화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임대 서비스)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즉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 앱을 등록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장소, 결제나 정산의 수단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즉,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서 각종 응용프로그램이나 게임, 영화,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하고 제작하는 데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놓치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앱스토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높은 점유율에 기반한 세계 공통서비스, 즉 글로벌스탠다드를 강점이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다국적기업의 독점적인 유통플랫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제까지의 시장의 질서를 규정했던 국내법률의 효력이 더 이상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전통적으로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를 영토, 국민, 주권이라고 할 때, 이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현재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는 사라지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먼저, 라이센스 사업의 위기가 발생한다.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R&D 비용을 투입하여 적절한 규격을 획득하거나, 자원이 한정된 경우 적절한 사용료나 출연금을 지불하고 사업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의 흐름에 따른 큰 변화가 예상된다. 통신시장의 예를 들자면, 앞으로 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단독가입 허용정책이 시행되고, 통신사의 화이트리스트 정책이 폐지되거나, 스마트폰 보급에 기반한 모바일 별정통신(mVoIP)사업자의 활성화 등이 예상된다. 또한, 이통사와 단말기제조사와의 일대일 전략적 결합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는 인정하더라도, 국내상황에서의 통신보안 규제의 불가피성, 최소한의 소비자보호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재산권의 개념과 행사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콘텐츠 판매에 있어, 국내에 기반을 두기보다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해외사업자의 서비스권이나 판매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해 질 수 있다. 또한, 개인에 의한 콘텐츠의 창작이 활성화되고 이를 판매함에 따라, 지재권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플랫폼을 제공하는 개별기업의 신뢰성과 처리방침, 기간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불합리함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세금의 문제다. 이미 국세청이 오픈마켓의 콘텐츠 거래에 대해 기본방침을 정하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문제점은 바로 제조와 소비행위가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 영토에서 발생하지만 해당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역외거래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정확한 거래규모와 세원의 파악은 원천적으로 오픈마켓 서비스 제공회사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장과 상품, 이용자는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장개방의 추세를 따르는데 있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