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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사설] 종편TV 선정, 특혜의혹 피하면서 성공하려면

[사설] 종편TV 선정, 특혜의혹 피하면서 성공하려면
한국언론학회가 지난주 개최한 세미나에서 종합편성 사업자를 몇 곳에 허용할지,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를 놓고 논쟁이 뜨거웠다. 우선 1개 사업자만 먼저 주고 시장 상황을 봐가며 순차적으로 사업권을 주자는 주장과 일정 자격을 갖추면 사업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렸다.

몇 곳을 주느냐는 해답은 집권여당이 왜 종편을 허용하려 했는지 정책목표를 다시 들여다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미디어 관련법 통과 당시 종편사업권 선정 근거로 지상파 중심으로 되어 있는 국내 방송 시장에 다양하고 건전한 콘텐츠를 공급, 시청자 선택권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또 미디어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밝혔었다. 바로 이 초심을 기억해야 한다.

사업권 1개를 먼저 주고 나중에 순차적으로 사업권을 줄 경우 과연 정부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까. 먼저 1개 사업자만으로는 지상파와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도 만들어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특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무슨 근거로, 어떤 기준을 만들었고 어떻게 심사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광고 시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과열 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논리로 종편 사업자를 1개만 선정할 경우 정치적 특혜 논란을 잠재울 방법이 없다. 1개 사업자가 먼저 들어와 광고망을 선점하고 드라마, 쇼 제작 네트워크의 진출 장벽을 높여 놓으면 다음번 사업자가 들어와도 설 땅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종편을 1곳에 우선 허용하고 또 기회를 봐서 주자는 방식은 정권의 유효 시한까지 감안할 때 결국 `1곳에 특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엄격한 자격 기준을 정하고 이를 통과하는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는 준칙주의가 해법이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원리에도 부합한다.

준칙주의로 허용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되는 곳도 생길 수 있고 특정 영역에서는 지상파에 버금가는 인기를 끄는 좋은 콘텐츠를 내는 곳도 나올 것이다. 해외에 나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디어도 생길 것이다. 오는 30일 열릴 디지털컨버전스 포럼이나 다음달 2일과 12일에 열릴 방송학회 포럼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져 정부의 합리적인 종편 사업자 선정에 시사점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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