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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DT 시론] 제품 중심 IT융합 탈피해야

[DT 시론] 제품 중심 IT융합 탈피해야

오 경 수 롯데정보통신 대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산업분야 가치사슬이 변하기 시작했다. IT를 중심으로 산업간 융합 및 서비스 결합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가 만나고 PC와 통신기기가 결합하더니 자동차, 조선, 의료, 건설과 만나 생산 및 고용,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제품간 컨버전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휴대폰 하나에 MP3, PDA, 카메라, GPS 등 다양한 기능들을 결합시켰다. 여기에 인터넷 접속까지도 가능하다.

IT컨버전스 중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자동차 분야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에 레이더와 센서를 활용해 자동차간 거리를 유지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운전자의 스티어링 방향에 따라 전조등이 움직이는 어댑티브 헤드 램프, 타이어 압력측정시스템 등을 적용하여 IT와 자동차를 유기적으로 융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T서비스 업계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다. 롯데정보통신은 전력과 결합한 스마트그리드, 카드와 접목한 u-페이먼트, 조명과 묶은 u-LED 등을 통해 IT컨버전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광주시 u-페이먼트 사업, 조선대 u-캠퍼스, 제주실증단지 스마트그리드 등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사실 컨버전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고객지향적인 가치가 더해져 새로운 유형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연관성이 없던 기업들이 파트너 관계를 맺기도 한다. 구글이 선보인 구글TV를 위해 컴퓨터와 가전분야 최고의 기업인 인텔과 소니가 손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

컨버전스가 주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생산적인 측면에서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 결합을 통해 인건비, 운영비용 및 연구개발비 등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개별적으로 사용해야 했던 제품을 하나로 통합하여 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 편의성과 효용성을 증가시킨다. 산업적인 면에서는 잠재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 재도약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IT기반 융합사례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만보더라도 세계 IT컨버전스 산업의 시장규모는 2008년 1102조원 규모에서 2018년에는 2519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T와의 컨버전스가 활발한 조선분야는 2012년부터 e-내비게이션이 의무 적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5~10%인 IT기자재 비중이 15%까지 증가해 30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분야도 IT응용기술과 패션이 접목되는 스마트의류를 중심으로 세계시장 규모가 2014년 70억 달러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는 컨버전스를 통해 IT산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다른 산업의 발전도 촉진시키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IT컨버전스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첫째,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제품 중심의 융합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이 중심이 된 창조적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신기술 및 시장 정보를 파악하고, 제품 반응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하여 시장전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의 무분별한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 기업이 가진 핵심 경쟁력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장되기 쉽다. 컨버전스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R&D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한편, 지속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정보교류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법규를 완화하는 한편, 부처 간,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과 조정, 협력방법을 제시하며 IT컨버전스 시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u-헬스케어의 기반 인프라가 구축되었음에도 의료법에 막혀 `원격진료'라는 말조차 쓰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성장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IT컨버전스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IT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출해야 할 때다. IT를 통한 제2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