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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타 잃은 과기… 미래가 어둡다

방향타 잃은 과기… 미래가 어둡다

리더십ㆍ소통ㆍ전략 '3무' 과학기술력 날개 없는 추락

#1. 10년 장기 국가 미래 원천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글로벌 프론티어'가 예산 확보 어려움으로 시행 첫해부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당초 2조4000억 규모로 구상한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1조2000억원으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 예산도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4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줄었다.

#2. 나로호에 이은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 사업도 첫해인 올해부터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다. 당초 700억원을 요청한 예산이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153억원으로 깎였다.

#3. 대전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A본부장은 매주 최소 3차례는 서울로 출장을 온다. 관할 부처가 자주 부르다 보니 연구는 뒷전이다. 그는 "국민 세금을 받고 연구를 하는 데 국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부총리급 과학기술 전담부처를 해체해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한 지 2년4개월이 지난 지금, 과학기술 분야는 리더십ㆍ소통ㆍ전략 3무(無) 상태에서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연구계도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 26곳을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2개 부처 산하로 분할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연구기관 성격을 기초기술과 산업기술로 나눠 2개 연구회 조직을 각각 운영하다 보니 부처간, 연구회간 협업부재로 연구기관간 협력연구와 융합연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 우대정책들도 모습을 감추면서 젊은 이공계 학생들의 이탈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가운데 교과부와 지경부가 R&D 기능을 분담하고, 기획재정부가 예산과 평가 전권을 갖는 현 시스템이 가져온 총체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러시아와의 나로호 발사 계약 역시 오명 전과기부총리의 작품으로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다.

여기에다 과학이 정치와 교육이슈에 밀리다보니 대형 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말만 교육과학기술부지 교육부의 한 국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현 정부의 과기분야 최대 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라는 정치 현안과 맞물려 무산될 위기에 처한 데다, R&D 주무부처인 교과부 내에서조차 과학이 대학입시 등 교육 현안에 밀리고 있다.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과정에서도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우주전략 전체를 내다보는 리더의 판단력 부재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오늘날 경제성장은 역대정권의 과학기술 우대정책 덕분임에도 정책을 거꾸로 가고 있다. 3공화국 시절 국내 최초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하면서 해외 유치 과학자들에게 집과 함께 대통령보다 많은 봉급을 제공하고, 5공 당시 KAIST 대학원생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등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자를 우대, 과학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참여정부도 이공계 출신 공직자 비율을 의무화하고 국가과학자제도를 신설하는 등 우대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실종'에 가깝다. 고려대 최영락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국가 전체 차원에서 과학기술을 고민하는 사람과 집단이 없다는 점"이라며 "세계가 기술주도권 확보를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까지 까먹을 판"이라고 말했다. 국민소득 3만∼4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기술혁신모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수적인 리더십이 3만달러 문턱에서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출연연 한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가운데 과학기술 정책이 미래성장 비전 제시보다는 R&D 속도전, 산업계 지원 등으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며 "예산, 평가 등에서 과학기술 주무부처가 힘을 갖지 못하고 국가 어젠다형 대형사업이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다 보니 과학계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으며, 이는 10년, 20년 후 국가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과학기술자 홀대와 이공계 인력 육성전략 부재로 이어져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출연연과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고급 이공계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과학기술자 우대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3만∼4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기술혁신모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수적인 리더십이 3만달러 문턱에서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출연연 한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가운데 과학기술 정책이 미래성장 비전 제시보다는 R&D 속도전, 산업계 지원 등으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며 "예산, 평가 등에서 과학기술 주무부처가 힘을 갖지 못하고 국가 어젠다형 대형사업이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다보니 과학계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으며, 이는 10년, 20년 후 국가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과학기술자 홀대와 이공계 인력 육성전략 부재로 이어져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고급 이공계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과학기술자 우대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