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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애플 개발자도 쩔쩔매게 만든 당찬 고교생 [중앙일보]

[Close-up] 애플 개발자도 쩔쩔매게 만든 당찬 고교생 [중앙일보]

2010.06.15 00:18 입력 / 2010.06.15 03:20 수정

대박 앱 개발한 유주완군
“인문학·예술적 감성 있어야 좋은 앱 개발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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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아이폰4 신제품 발표는 재미난 원맨쇼 같았어요. 스피치 도중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을 때 발휘한 순발력도 놀라웠지요.”

서울 경기고 졸업반인 유주완(18·사진)군은 그날 행사 참관을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고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월드와이드 개발자콘퍼런스(WWDC)’ 개막행사에 참가해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들었을 때 느낌이다.

“WWDC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 스토어의 두뇌라 할 앱 개발자들에겐 꿈의 행사예요. 잡스의 빼어난 연설과 최고의 앱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국내 최연소 개발자로 WWDC에 참가한 유군은 KT에서 200여만원의 항공권과 2박3일간의 체류비 지원을 받아 행사에 참가했다. 젊은 나이에 이미 유명 앱 개발자로 이름을 날린 덕분이다. 아이폰 이용자라면 알 만한 ‘서울버스’ 앱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서울·인천과 경기도의 실시간 버스 배차 현황과 노선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앱으로, 지난해 12월 서비스 이후 국내 75만 아이폰 가입자가 총 56만 번을 내려받았다.

스마트폰용 앱을 사고파는 앱스토어는 아이디어 하나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다. 기자는 유 군이 미국에 가기 직전과 갔다온 직후에 한번씩 만났다.

“앱을 만들면서 쌓인 궁금증을 뛰어난 전문가들한테 몽땅 물어보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패드(애플의 태블릿PC)용 앱을 개발하면서 자꾸 버그가 생기지 뭐예요. 현지 애플 개발자들에게 ‘운영체제(OS) 3.2 버전’의 버그가 왜 생기는지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난감해하더군요. ”

10대 학생의 정곡을 찌른 지적에 애플 개발자들이 쩔쩔맸다. 유군은 현지에서 ‘웹클립스(가칭)’라는 앱을 소개했는데 “neat(깔끔하다)”하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 개발 중이라는 ‘웹클립스’는 어떤 앱인가.

유주완군이 자신이 개발한 아이패드용 앱 웹클립스(가칭)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아이패드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여러 개 띄울 수 있다. 드라마 다시보기, 트위터 쓰기, 뉴스 검색 등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일반 PC에선 되지만 아이패드에선 아직 안 되는 기능이다. 아이패드 화면을 쪼개 여러 명이 동시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아이패드가 마우스가 아니라 터치 기반이라 가능하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아이패드 화면은 커서 좋은데 인터넷을 볼 때는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러 창을 띄워 작업할 수도 없고 기존의 노트북처럼 1인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인 것 같다. 참, 아이패드를 미국에 있는 친구를 통해 받았는데 인천세관에서 걸려 못 들여올 뻔했다. 앱 개발용이라고 설득해 간신히 통관이 됐다.”

-‘웹클립스’는 언제 나오나.

“사실 이미 완성해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달라고 승인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번 샌프란시스코 WWDC 행사에 가서 앱 승인 담당자들과 의견을 나눈 뒤 생각이 바뀌었다. 한두 달 더 사용자환경(UI) 등을 보완해 완벽을 기하겠다.”

-앱 개발에 몰두하다 보면 학과 공부를 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수험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지난 달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에 다녀왔다. 내가 개발한 ‘서울버스’ 앱을 시연하기 위해서였다. 오자마자 WWDC로 날아갔다. 행사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10일 새벽 귀국해 좀 아쉽다. 이날 오전 시작한 정보보호올림피아드 본선 출전 때문이다. 해킹 대결을 펼쳤는데 10개 팀 중 내가 속한 ‘20101118’팀만 고교생으로 구성됐다.”

-팀 이름이 독특하다.

“2010년 11월 18일, 즉 수학능력시험일을 뜻한다. 고3이면 수능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대회에선 아쉽게 2등을 했다. 상금 400만원을 3명의 팀원이 나눠 가지기로 했다. 아마 석 달 뒤에 애플 개발자 등록을 연장하는 비용(99달러)과 아이폰4G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 보탤 것 같다.”

-앞으로의 꿈은.

“수능을 잘 봐서 수학과나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고 싶다. 인문학 소양도 넓혀야 하는데 독서 이상 좋은 것이 있겠는가.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문학·예술적 감성이라는 가르침이 옳다. 그래야 사람을 위하는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를 먼저 내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공익 목적의 앱도 만들고 싶다.”

글= 이지은 기자
사진= 김도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