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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아이패드…불어라 ‘콘텐츠 바람’

닻 올린 아이패드…불어라 ‘콘텐츠 바람’
기술적 혁신보다 ‘아이북스’ 활성화 여부가 성패 가를 것
한겨레 구본권 기자
» 닻 올린 아이패드…불어라 ‘콘텐츠 바람’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문만 요란한 잔치였나, 게임의 규칙을 바꿀 변화의 전주곡인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애플의 태블릿 피시(PC) ‘아이패드’(iPad)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회장의 발표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제품은 그 성능과 쓰임새가 드러났지만, 아이패드를 둘러싼 논란은 ‘신제품 피시의 성공 여부’ 차원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탄생한 것인가’ ‘기존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 소비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인가’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일고 있다.

■ 엇갈리는 평가 정보기술계와 시장의 기대가 컸던 아이패드가 공개되자 실망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제껏 보지 못한 ‘혁신적 기술’을 선보이지 않았다며, 애플의 주가는 하락했다. ‘화면이 커진 아이팟터치’ ‘최고의 어린이용 장난감’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매킨토시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아니라 아이폰 운영체제 3.2가 탑재됐고, 위성위치인식(GPS) 칩과 카메라가 내장되지 않은 점 등도 낮은 평가의 이유다. 특히 표준화되다시피 한 외부기기 연결장치이자 저장장치인 유에스비(USB)를 쓸 수 없다는 점과 2개 이상의 작업을 동시수행(멀티태스킹)할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 약점으로 지목됐다.

25㎝(9.7인치)의 큰 화면에 비해 얇은 두께(1.27㎝)와 가벼운 무게(680g), 멀티터치 기능 추가와 빨라진 구현속도는 장점으로 언급된다. 잡스가 발표회장에서 소개한 신문 읽기, 동영상, 게임 등의 기능은 새로운 정보단말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이폰 운영체제를 그대로 사용하는 덕에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 있는 14만건의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그동안 구입한 애플리케이션들을 무료로 아이패드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용으로 만든 문서작성기, 표 계산,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등을 묶은 사무용 프로그램인 ‘아이워크’(iWork)를 쓸 수 있다.

아이폰 열풍으로 국내에서도 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국내의 액티브엑스 환경과 애플의 전자책 온라인장터인 아이북스 스토어의 국내 서비스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판매 전망은 어둡다.

■ 아이패드 성패의 관건 아이패드는 문서 작성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넷북보다 가볍고 멀티터치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넷북을 위협하는 기기가 될 수 있다. 전자잉크 기술을 써서 흑백의 화면만을 보여주는 아마존 킨들과 달리 훨씬 넓은 컬러화면으로 책과 신문, 잡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는 기존 전자책과 경쟁하게 된다.

아이패드는 넷북, 전자책, 휴대용 멀티미디어재생기(PMP)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태블릿 피시이지만, 아이패드를 태블릿 피시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중간에 있는 기기”라고 소개한 것처럼, 아이패드는 ‘새로울 것이 별로 없는 새로운 기기’다. 아이팟터치가 엠피(MP)3 플레이어와 모바일인터넷기기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 제품인 것과 유사하다.

그동안 출시된 태블릿 피시는 선 채로 입력하거나 이동 중 데이터 입력이 필요한 병원이나 건설 공사장 등과 같은 현장에서 쓰임새가 큰 ‘업무용’이었고 값도 비쌌다. 아이패드는 특수현장에서의 데이터 입력보다는 일반 이용자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널리 쓸 수 있는 ‘개인별 미디어재생기’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터치스크린 기반의 직관적 사용자 환경을 통해,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유용성이 높은 정보기기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앞날은 현재 시점에서 가늠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성패 여부가 애플이 아이패드와 함께 출범시키겠다고 한, 출판·교육용 콘텐츠 장터인 ‘아이북스 스토어’에 달렸기 때문이다. 애플의 디바이스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디지털음원 온라인장터인 아이튠스 스토어는 무단복제 공유의 인터넷 음악감상 문화에 유료 구입과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앱스토어는 무료와 소액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 모델이 아이팟과 아이폰 성공의 배경이다.

아이북스에 어떤 출판 콘텐츠가 올라올 것이며 얼마에 어떤 조건으로 제공될지와 기존의 서점에서 만날 수 없던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아이패드의 운명을 결정한다. 단 한국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아이튠스 스토어가 서비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이북스 스토어 또한 서비스를 낙관하기 힘들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