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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특별인터뷰] 박용만② "올해는 M&A 않고 기존 사업 집중할 것"

[특별인터뷰] 박용만② "올해는 M&A 않고 기존 사업 집중할 것"

김현진 기자 bor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송현 기자 songhyu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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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 인수합병(M&A)하지 않고 기존 사업에 집중할 것.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관심 없다”

두산 박용만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밥캣 외에도 영국 밥콕, 체코 스코다 파워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박용만 회장은 “올해는 최근 2~3년간 인수해 다져놓은 기존 사업분야와 기업들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업분야 진출 계획은? M&A 대상으로 꼽고 있는 기업은 구체적으로 있나?
“늘 수백개의 기업들을 M&A 대상 리스트에 올려놓고 살펴보고 있다. 그렇지만 M&A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해도 상대방이 안 팔 수 있고, 매물이 안 나올 수 있다. 연구와 협상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매년 포트폴리오 세션을 열어 새 사업분야 진출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녹색산업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이미 이 분야 진출해 있다.”

-두산은 이머징 마켓에도 활발히 진출 중이다. 이머징 마켓 중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나 현재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인도, 중국, 브라질 등 눈 앞에 팍 떠오르는 나라다. 브릭스 국가가 대부분 다들어간다. 이머징 시장에는 M&A 기회가 많지 않다. 우리는 기술과 제품력을 보고 M&A를 하는데 기술은 우리가 이들보다 앞선다. 특히 인도와 브라질이 유망하다. 브라질에는 조만간 현지 공장 건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주)두산 박용만 회장이 동대문 두산타워빌딩 집무실에서 두산의 미래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일본 기업들은 M&A를 통해 실패한 경우가 많은데 두산은 어떻게 성공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가?
“6년 전 인도갔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1주일 예정으로 인도를 돌아본 후 인도의 세계적인 헤드헌팅업체 사장을 만났다. 그의 첫마디가 ‘박 회장 미안하지만, 인도 최고 인재를 한명도 채용 못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가 한국, 일본 글로벌 기업들의 CEO 리스크를 보여줬다. 여기엔 인도인 CEO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인도 최고의 머리 좋은 인재들은 기업에서 CEO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당신 회사에 들어가서 기껏해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뉴델리 지점의 부지점장 정도인데 최고의 인재들 중 누가 당신 회사에 가려고 하겠는가’ 라고 말했다. 여기서 최고의 인재를 얻는 회사는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두산 임직원의 50%는 한국인이 아니다. 또 이들의 직책도 한국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회사의 외국 중역이 120명을 넘는다. 우리가 이상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조직 운영이 안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중역의 경우 내가 뭘 하자고 얘기하면 ‘왜 해야 하지?’하고 직선적으로 묻는다. 내가 명령을 하면서도 꼼꼼히 되짚어보고 말이 되는지 고민한다. 이미 우리는 안토니 헬샴을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CEO로 영입했다. 유럽 DPS 사장은 알스톰 출신이다. 앞으로 인도인 사장도 중국인 사장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우건설 인수에서 실패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포기하는등 최근 국내 M&A는 성사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우건설은 (인수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다만 평가에서 2등이 됐다. 평가 방식이 뭐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떨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우리가 먼저 (인수 생각을) 접었다. 당시 인수 가격이 높았다, 낮았다는 것은 말해도 소용이 없다. 가격은 원래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다시 좋은 가격에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다시 인수할 생각은 있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더이상 관심 없다. 당시에 우리는 그게 우리가 원하는 사업분야가 아니라고 판단해 그만 두었다. 그 가격을 갖고 다른 것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 변함없다. 지금보다 훨씬 싼 값에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다른 기업 가격도 떨어질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헐값이라고 보기 힘들다. 헐값에 나오지도 않겠지만.”

-주류 사업은 왜 처분했는가?
“물론 주류 사업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류 사업은 매출이 1조원은 넘을 수 있지만 글로벌로 커지는데는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봐도 이렇게 단기간내에 업종이 바뀐 기업은 흔치 않다.
“별로 없다. 있다고 해도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는 없다. 외국에서는 자본이 브랜드를 대변하지 않고 회사가 브랜드를 대변한다. 우리는 반대로 두산이라는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군을 기업들과 우리 기업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위기 처했다가 위기 후 10배 이상 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이를 해냈다. 그 원천엔 인재들이 있었다. 오래된 두산맨은 나같은 사람밖에 없다. 임직원의 97% 이상이 입사 10년 이내의 사람들이다. 그룹사 전 사원이 신입 사원인데 역사는 114년된 회사. 이게 우리의 현재다.”

-두산은 소비재에서 B2B 기업으로 업종을 완전히 바꿨다. 업종을 완전히 바꿀때 두려움은 없었나?
“주류 사업은 기술보다 마케팅이 중요하지만 중공업 부문은 스케일이 크고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다. 물론 두려웠지만 두산의 장래를 위해 당시 한국중공업을 인수해야 한다는 열망이 컸다. 당시 실무를 맡았는데 혹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도 못잤다. 잘못되면 죽어서 용서를 빌어야 하는데 당시 나는 어려 죽는 것도 억울했다.(웃음) 내가 원하는 것을 못이루는 것은 차라리 낫다. 하지만 나때문에 100년 전통의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죽는 것보다 괴로울 것 같았다. 이런 정신으로 성공에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