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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사설] 삼성투자 IT산업 활성화로 이어져야

[사설] 삼성투자 IT산업 활성화로 이어져야

입력: 2010-05-17 21:03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등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 규모인 26조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회사는 올해 반도체 16라인 신설투자 4조원을 비롯 반도체 설비투자에만 11조원을, 8세대 LCD 신규라인 건설을 비롯 LCD 설비확충에 5조원 등 생산라인과 장비구매 등 하드웨어 구축에 16조원을 쏟아 붓는다. 지난해 설비투자 8조원에 비해 100%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 투자에는 300mm 신규 16라인에 대한 투자를 비롯 15라인의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한 3조원 가량의 설비 보완투자가 포함돼 있다. 또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시스템LSI에 대한 2조원대 투자도 이뤄진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는 삼성이 그동안 보여온 위기국면에서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후위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넓히는 동시에 선발 업체로의 위성을 굳건히 하는 1등 전략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동안 이같은 전략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판 등에 따른 오너십 부재로 부수적 투자에 머무르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메모리 부문의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었다.

삼성은 이번 11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시설 투자로 이같은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켰다. 이 회장의 공격적 투자패턴의 복귀로 삼성은 세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갖게됐으며, 상당기간 이같은 구도는 변하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세계 반도체 경기가 2007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지속된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의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며, 경쟁업체들의 투자여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LC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부문의 설비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LCD는 LG(LG디스플레이)라는 재계 라이벌과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공격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은 이같은 공격적 시설투자가 국내 IT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져야 더욱 빛날 수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삼성의 16조원의 설비투자는 부품소재 산업, 특히 장비 산업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의 16라인의 경우 이번 4조원의 투자 이외에도 내년 가동전까지 12조원이 투자된다. 대규모 설비투자 자금이 내년에도 부품소재와 장비 산업에 흘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반도체 장비 부문의 국산화율은 20% 내외에 머물러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해외 장비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쓰여서는 대규모 설비투자에 대한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후방 협력업체들의 전략적 상생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반도체와 LCD 생산라인에는 대당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장비가 수십대씩 들어간다. 이 중 상당부분이 해외 장비업체들의 몫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LCD의 경우 장비 국산화율이 50%를 넘어서고 있지만, 반도체는 아직 갈길이 멀다. 물론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공동으로 2015년까지 장비 국산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소재로 넘어가면, 국산화율은 더욱 열악해진다. 삼성과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LCD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육성을 위한 상생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