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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엑스포] 상하이는 지금 무한질주, 무한팽창 중

[상하이 엑스포] 상하이는 지금 무한질주, 무한팽창 중
중국대륙 첫 F1 경주장… 長江 하저터널 개통
127층 초고층 빌딩… 2014년엔 디즈니랜드
엑스포가 개막된 중국 상하이(上海)에는 최고속도 431㎞의 자기부상열차 ‘츠셴푸(磁懸浮)’가 있다. 츠셴푸는 자기(磁)의 힘으로 떠서(浮) 매달려(懸) 간다는 뜻. 2006년 1월 상하이에 갔을 때 상하이의 동쪽 관문인 푸동(浦東)공항에서 탄 츠셴푸는 30㎞ 떨어진 시내 룽양루(龍陽路)역까지 8분 만에 기자를 내려놓았다. 이후 최고속도 300㎞의 KTX가 빠르다는 소리를 중국에 가서는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2006년 당시 상하이의 최고층 빌딩은 높이 420m에 88층인 진마오(金茂)타워였다. 진마오타워 옆 동방명주(東方明珠)탑도 구름을 찌르고 있었다. 지난해 8월 푸동을 찾았을 때는 높이 492m의 새 빌딩 세계금융센터(100층)에서 진마오타워와 동방명주를 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뿐 아니다. 세계금융센터 옆에는 높이 632m 127층 상하이센터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하이센터는 2014년 완공 목표다.

엑스포의 도시 상하이가 무한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1842년에 난징(南京)조약으로 개항한 뒤 한때 동양의 진주로 불리던 상하이는 공산당 치하의 침체기를 벗고 1990년대 중국 개혁 개방의 상징적인 도시로 주목받았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중국 내에서는 홍콩을 제치고 제1의 경제 도시로 떠올랐다. 지난해 상하이의 지역내총생산(GRP)은 1조4900억위안이었고 홍콩은 1만4300억위안이었다. 상하이시 위정성(兪正聲) 공산당 서기는 신화통신에 “엑스포를 기회로 상하이를 중국 최고의 국제무역교역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상하이는 동아시아의 최대 경제 도시 일본 도쿄를 넘보고 있다.

▲ 상하이 자딩구에 있는 F1경주장. 질주하는 상하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 photo AP연합뉴스
서울+인천의 4배 규모

2009년 말 기준 상하이의 인구는 1912만명, 전체 면적은 7037㎢. 서울시 인구(1046만명)의 약 2배, 전체 면적(605㎢)의 11배가 넘는다. 상하이의 전체 면적은 서울과 인천(1002㎢)을 합친 것보다도 4배 이상 크다. 상하이의 도시 경쟁력은 이 도시의 무한 팽창에서 확인된다.

푸동공항에서 북쪽으로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푸동신구 촨샤(川沙)진. 촨샤공원 내의 7층 탑 학명루(鶴鳴樓)에 올라서면 탁 트인 들판과 텅빈 저층 연립주택 수백여 동이 내려다보인다. 이곳 촨샤의 116만㎡ 부지에는 2014년 놀이공원 디즈니랜드가 들어서게 된다. 장량(姜樑) 푸동신구 구장(구청장)은 지난 3월 14일 회견을 갖고 “상하이 디즈니랜드 건설을 앞둔 1단계 주민 이주작업이 97% 이상 완료됐다”고 밝혔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아시아에서 도쿄, 홍콩에 이어 세 번째이고, 전세계에서 6번째다. 상하이에는 1985년에 들어선 서울대공원 수준의 금강낙원(錦江樂園)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놀이공원이 없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홍콩 디즈니랜드를 비롯 한국의 에버랜드, 롯데월드로 가는 상하이 관광객의 상당수를 흡수할 전망이다.

상하이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져 있는 상하이시 자딩(嘉定)구. 상하이의 명물 음식인 난샹(南翔)만두의 본고장인 자딩은 요즘 ‘중국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린다. 2004년 포뮬러1(F1) 경주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상하이-폴크스바겐의 본사를 비롯해 각종 자동차 부품공장이 자딩에 즐비하다. 지난 3월 28일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도 신설법인의 본사를 자딩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딩의 F1 경기장 주위로는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상하이 도심에서 F1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11호선도 개통돼 도심과 30분 생활권이 됐다. 2004년 ㎡당 2000위안(약 34만원)에 불과하던 이곳 아파트의 ㎡당 가격은 9배가량 폭등해 1만8000위안을 호가한다. F1 경주장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형 아파트는 최고 인기다.

상하이 북동쪽 황푸강 하구에 있는 충밍다오(崇明島). 장강(長江)과 황푸강에서 흘러나온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충밍다오는 총면적 1083㎢의 세계 최대 모래섬이다. 상하이시 충밍현 소속인 이곳은 대만(臺灣)섬과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다.

67만명에 달하는 충밍다오 주민은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황푸강 하구 우쏭커우(吳淞口)에서 1시간30분가량 배를 타고 섬과 상하이를 오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상하이와 충밍다오를 연결하는 총길이 22.5㎞(하저구간 8.9㎞) 의 장강(長江)하저터널이 개통되면서 불과 자동차로 20분 거리로 바뀌었다. 이후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인까지 충밍다오로 건너가 휴양형 별장을 마련하는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충밍다오에서는 엑스포와 별개로 오는 5월 5일부터 9일까지 국제자전거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엑스포 단지 상하이 간판으로

상하이는 온통 공사장이다. 1990년대에 개발의 시동이 걸려 도시 개발 20년에 근접해 가지만 아직도 상하이는 성장기에 있다. 성숙 단계에 근접해 가고 있는 서울, 도쿄 등과는 그 젊은 열기에서 다르다.

5월 1일 막이 오른 상하이 엑스포 주요 시설물들이 들어선 엑스포 단지 일대는 최근까지만 해도 상하이시의 외곽이었다. 1990년대 푸동개발계획이 입안되고 동방명주, 진마오타워, 세계금융센터 등이 들어서며 일찍부터 국제금융지구로 발전한 푸동신구 루자주이(陸家嘴)와 달리 엑스포 단지 일대는 푸동개발 열풍에서 사실상 소외됐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로 1991년 난푸(南浦)대교가 놓이기 전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배를 타고 누런 황푸강을 건너다녔다. 하지만 엑스포 개최와 함께 엑스포 단지 일대는 상하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한국기업연합관을 비롯해 기업관과 도시관들이 들어선 황푸강 서안 난푸대교와 루푸(盧浦)대교 사이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청나라 말의 실력자 이홍장(李鴻章)이 세운 장난(江南)조선소가 있던 루푸대교 아래는 쇠 깎는 소리와 망치소리가 끊이질 않던 불량 주거지역이었다. 하지만 상하이시는 지난 2008년 장난조선소를 상하이시 외곽의 창싱다오(長興島)로 전격 이전시키고 루푸대교 아래를 상하이에서 가장 각광받는 개발구역으로 변모시켰다.

거제도와 맞먹는 조선기지

장난조선소가 들어선 창싱다오는 우리의 거제도와 맞먹는 조선기지로 탈바꿈했다. 창싱다오에서는 6만5000t급의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베이징함’의 건조가 한창이라고 홍콩 문회보 등 중국 언론은 보도한다. 충밍다오 남쪽에 있는 창싱다오는 행정구역상 상하이시 충밍현에 속한다.

비행기를 타고 푸동국제공항 상공으로 진입하면 붉은 색깔의 육중한 골리앗 크레인 수십 개가 내려다보인다. 골리앗 크레인 위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직접 쓴 ‘장난창싱(江南長興)’이란 하얀색 친필휘호가 선명하게 보인다. ‘창싱도 장난조선소’란 의미지만 ‘장난조선소가 오래도록(長) 흥한다(興)’란 뜻도 담고 있다.

상하이시 외곽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는 교통망 확충세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지하철(1974년 개통)보다 20년 가까이 뒤진 1993년 처음 개통된 상하이 지하철은 현재 총 연장 420㎞로 서울지하철(340㎞)을 넘어섰다. 지난 4월 10일에는 한인타운인 민항(閔行)구 룽바이(龍柏)와 도심을 잇는 지하철 10호선도 개통했다. 상하이시 측은 “오는 2020년까지 모두 20개 노선 810㎞로 확충해 지하철 수송분담률을 51%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인타운과 가까운 홍차오공항은 지난 3월 16일 제2 여객청사를 개관했다. 1921년 장제스(蔣介石) 정부의 군용공항으로 태어난 홍차오공항은 1999년 푸동공항 개항으로 보조공항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엑스포를 계기로 활주로 정비를 마치고 세계 최대의 여객기 A380을 맞을 준비도 끝냈다.

홍차오 종합교통계획에 따르면 홍차오공항은 오는 2015년까지 항공, 자기부상열차, 고속철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교통허브로 태어나게 된다. 특히 상하이와 베이징을 연결하는 최고속도 350㎞의 징후(京     )고속철도는 향후 홍차오 교통허브를 종착역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상하이시는 행정구역 개편에도 적극적이다. 상하이시는 지난해 5월 푸동국제공항이 있는 푸동신구와 세계 1위의 항만 양산심수항(洋山深水港)을 배후에 두고 있는 난후이(南匯)구를 전격 통합시켰다. 2개구를 합한 ‘통합 푸동신구’의 면적은 1012㎢로 서울이나 인천보다 더 크다. 푸동공항을 통해 반입된 각종 부품과 반(半)제품들은 푸동신구 내의 진차오(金橋)수출가공구에서 조립된 뒤 양산심수항을 거쳐 선박을 통해 다시 수출된다. “행정구역 통폐합을 통해 하늘길과 바닷길을 연결하는 복합물류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행정구역 통폐합 거론… 쿤산市 흡수 추진

최근에는 시 경계를 넘어서 인근 장쑤성 쿤산(昆山)시와 상하이를 통폐합시키는 방안도 솔솔 거론되고 있다. 인구 69만명의 쿤산시는 장쑤(江蘇)성에 속한 현급 시지만 상하이의 위성도시로 기능한 지 오래다. 고속열차로는 상하이 도심에서 20분 거리다. 단일 생활권인 만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자는 것이 상하이시의 주장이다. 적지않은 쿤산 주민도 상하이와의 통폐합을 바라고 있다. 상하이시 후커우(戶口·호적)를 갖고 있는 게 장쑤성 후커우보다 복지나 연금 등에서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쿤산 같은 도시가 상하이와 통합을 거론하며 경제성장을 가속화하자 상하이 남쪽의 저장성 항저우(杭州)는 자기부상열차 카드를 꺼내들었다. 항저우는 최근까지만 해도 상하이와의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상하이가 모든 자원을 흡수해 갈 것”이란 ‘빨대 효과’를 우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상하이 북쪽 쿤산, 쑤저우, 우시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마음이 바뀌었다. 지난 3월 13일 정젠(鄭健) 중국 철도부 총괄계획설계사는 “상하이~항저우 자기부상열차 입안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최고속도 431㎞의 자기부상열차가 개통되면 199㎞ 떨어진 상하이와 항저우는 30분 생활권으로 바뀌게 된다. 상하이의 무한 팽창이 어디에서 멈출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