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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탐방기] 일을 게임처럼 즐기는 '블리자드 사람들의 일상'

[블리자드 탐방기] 일을 게임처럼 즐기는 '블리자드 사람들의 일상'
원문날짜
4/26 
등록일
2010년 04월 27일 
출처
베타뉴스 
등록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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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정문, 대학교 캠퍼스 정문과 비슷하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블리자드 본사를 찾았다. 첫 인상은 마치 옛날 서랍 속을 다시 열어보는 듯 낯익다.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세계적인 히트작을 배출한 블리자드 사옥 치고는 의외로 소박하다. 치열한 개발실 분위기와는 달리, 대학교 캠퍼스처럼 여유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블리자드 사람들도 자신들의 사옥을 블리자드 캠퍼스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캠퍼스 안에는 3층으로 된 소박한 건물 3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프로젝트 팀별로 따로 건물을 쓴다. 정갈한 건물 외관이 화려함을 강조한 한국의 빌딩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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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오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블리자드 상징으로 유명한 오크 동상

 

오크 동상에서 블리자드의 철학을 읽다

건물 중간에는 블리자드의 상징인 오크 동상이 세워져 있다. 늑대를 타고 포효하는 모습이 제법 역동적이다. 동상 아래에는 블리자드의 개발 철학을 담은 8가지 핵심역량이 적혀 있다. 회사의 사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블리자드와 오크종족은 인연이 깊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오크는 늘 천덕꾸러기였다. 악당의 대명사로 나오는 오크는 블리자드를 만나 명예로운 전사로 변신했다.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오크 종족은 하나같이 명예와 전통을 존중한다.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종족으로 나온다. 배신과 협잡을 반복하는 인간과는 달리 오크는 늘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명예로운 전사들이다.

블리자드는 자신의 피조물인 오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사옥 곳곳에 오크 조형물과 그림들이 전시 되어 있으며, 오크에 관련된 노래까지 만들어 부른단다. 5년 전, 블리자드 로비에서 방문자들을 맞아주던 것도 오크족 영운 스랄 동상이다. 블리자드가 오크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오크의 변함없는 용맹과 신의가 블리자드의 철학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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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곳곳에 블리자드 게임 캐릭터들의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콘솔게임으로 개발되다 아쉽게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 고스트 누님도 볼수 있다

 

박물관에서 20년의 역사를 만나다

카운터에 들어서자 귀여운 와이번 인형 2개가 손님을 맞아준다. 본사 1층에는 블리자드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박물관이 있다. 블리자드 역사는 그들의 게임 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1991년, 앨런 애담, 프랭크 피어스, 마이크 모하임 3명은 ‘실리콘앤시냅스’라는 이름으로 게임 개발사를 설립했다. 이것이 블리자드의 시작이다.

처음부터 잘나가는 회사는 아니었다. 초창기 블리자드는 PC게임을 콘솔게임으로 이식하는 외주 하청업체였다. 경영자가 개인 카드로 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주는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로스트 바이킹’, ‘로큰롤 레이싱’ 등 PC게임을 개발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블리자드의 이름을 알린 타이틀은 ‘워크래프트2’다.

사실 워크래프트 1편은 웨스트우드의 명작 ‘듄2’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2편과 3편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신화를 써내려갔다. 1997년 발매한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블리자드의 글로벌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전 세계 천만 유저를 확보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성공으로 블리자드는 정상에 서게 된다.

박물관에는 블리자드의 20년 외길 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블리자드는 10년 근속한 직원들에게 게임에 나오는 검과 방패를 수여한다. 5년 된 직원에겐 검을 주고, 10년이 넘으면 방패를 준다. 검과 방패는 블리자드 직원에겐 애사심의 상징이다. 몇년전엔 마이크 모하임 대표 등 몇몇 경영진만 받았지만, 지금은 10년 근속한 직원들이 많아 검과 방패가 모자랄 지경이란다.

검과 방패에 대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블리자드 코리아에서 한정원 지사장이 5년 근속으로 검을 받았는데, 한국에 가져오기 위해 미국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고생 꾀나 했다고 한다. 세관원은 게임회사에서 '사람 찌르는 무기를 주냐'며 딴지를 걸었고, 결국 공문까지 발송하고 나서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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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앞엔 블리자드 깃발도 나부낀다. 그 옆에는 블리자드 식당.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직원들

 

일을 게임처럼 즐기는 회사

박물관을 지나 블리자드 개발실을 들렀다. 분위기는 한국 개발사와 사뭇 달랐다. 블리자드 개발자들은 파트별로 방을 따로 쓴다. 보통 한방에 3~4명 정도가 근무한다. 방들은 하나의 테마 공간처럼 개성 넘친다. 관리 위주의 한국 사무실과는 달리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구조다.

개발자들이 한방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회의실을 따로 두지 않은 점도 독특하다. 직원들은 곳곳에 마련된 게시판과 미팅품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블리자드 한국인 개발자 데이비드 킴은 “문제가 생기면 따로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토론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스스로 질서를 지켜가는 모습이다.

복도는 마치 게임 속을 걷듯 화려하다. 어디를 가나 게임관련 포스터와 피규어 들이 한아름 장식되어 있다. 현실이 게임인지 게임이 현실인지 분간 못할 정도다.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회사 조명까지 바꾸었단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실은 실제 게임처럼 약간 어두운 분위기로 꾸며졌다. 블리자드측도 “항상 직원들은 게임과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게임 개발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의 출근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다. 그러나 실제 출근은 개발자들의 자율에 맡긴다. 출근 풍경도 다채롭다. 고급 스포츠카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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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실은 오피스텔처럼 각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방에 보통 3~4명이 근무한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복도는 마치 게임속에 들어간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

 

블리자드 도서관에서 한국의 추억을 보다

아쉽지만 스타크래프트2 개발실은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발매직전, 마무리 작업 중이라 개발자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져 있다고 한다. 건물 로비를 지키는 캐리건 동상만이 기자를 반겼다. 스타2 개발실을 건너 블리자드 도서관에 들어섰다. 블리자드 도서관에선 각종 도서와 게임 등 다양한 자료들이 모아져 있었다. 대부분이 블리자드 사원들이 기증한 자료로 운영된다. 분위기는 일반 도서관과 비슷하다.

게임 관련 기술서적을 비롯해 경영, 리더십 관련 서적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도서관 한켠에선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출시된 다양한 게임들도 있다. 게임 패키지 종류는 의외로 많다. 시대별 유명게임은 물론 미국에서만 발매된 게임들도 만나볼 수 있다. 90년대 블리자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웨스트우드의 '커맨드앤퀀커' 1편 패키지도 보였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반가운 물건이 나왔다. 한국 대표 게임인 ‘리니지’와 ‘킹덤언더파이어’도 있었다. 10년 전, 스타크래프트에 맞서 한국 전략게임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킹덤언더파이어. 지금은 기억에서도 잊혀진 한국고전 게임을 바다 건너 블리자드에서 보게 되다니... 한편으로 반갑고 다른 한편으론 미안하다.

블리자드는 단순한 게임 회사가 아니다. 회사 자체가 작은 게임 테마파크였다. 회사의 철학부터 근무환경까지 모두 ‘게임’에 맞춰져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게임'만 생각하고 '게임'만 꿈꾸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블리자드의 저력이 나온다.

블리자드의 입사조건 중 ‘게임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첫번째 조건이라고 한다. 화려한 스펙이 요구되는 지금, 너무 순박한 조건이라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본사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들의 순박한 확신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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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즐기고 있다. LA의 날씨가 오늘따라 더욱 화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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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방물관에 전시된 스타크래프트 미공개 아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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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로비 카운터, 근엄한 오크 조형물 대신 귀여운 와이번 인형을 세워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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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실 풍경, 검과 방패가 있는 것으로 보니 10년차 직원의 자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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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약도도 게임맵 처럼 만들었다! 터치스크린 안의 맵을 누르면 사무실 위치가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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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자체가 거대한 미술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아트컷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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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도서관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발견! 블리자드도 인정하는 한국게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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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식당. 식장에서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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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피규어도 가득 전시되어 있다. 정말 하나 가져오고 싶다~~

이덕규 기자 (ldkgo1234@naver.com)
http://www.betanews.net/article/493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