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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블로그] "우리야말로 홍길동 신세"… 삼성전자, KT 회장 발언에 부글

 

입력 : 2010.04.26 03:06 / 수정 : 2010.04.26 16:13

삼성전자이석채 KT 회장의 '홍길동' 발언에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22일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KT를 차별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회장은 KT가 판매하고 있는 쇼 옴니아폰을 홍길동에 비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庶子)"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한 신문 광고에서 SK텔레콤LG텔레콤에 공급하는 옴니아폰을 각각 'T옴니아폰2' '오즈옴니아'라고 밝힌 반면, KT의 쇼 옴니아폰에 대해서는 숫자만 나열된 모델명만 표기한 것을 빗댄 것이지요.

이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입니다. 삼성전자 휴대폰은 올 들어 내수(內需)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30% 정도를 내수 시장에서 벌어왔지만 지난 1분기에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G전자 휴대폰과 팬택도 수출로 그럭저럭 버티지만 내수에서는 참담한 성적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제조사 보조금 때문"이라고 하소연합니다. 휴대폰 할인 판매를 위해 SK텔레콤이나 KT 같은 통신업체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들이 분담해서 휴대폰 보조금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도입 이후 통신업체들은 '공동 마케팅'을 명분으로 제조사 보조금을 갈수록 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조사 보조금은 2007년만 해도 대당 7만~8만원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20만~25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통신업체의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자 통신업계는 이 부분까지 다시 제조사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입니다.

휴대폰업체들이 더 섭섭해 하는 것은 제조사 보조금 증액을 촉발시킨 애플 아이폰은 단 한 푼의 제조사 보조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휴대폰 제조업체 사이에서는 "아이폰에 들어간 보조금은 결국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에 납품하는 을(乙)의 입장에서 정면으로 반박할 수도 없다"면서 "우리야말로 할 말이 있어도 말 못하는 홍길동 신세"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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