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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

정부, 산업 본질 이해 못하는 규제 언제까지?

정부, 산업 본질 이해 못하는 규제 언제까지?
원문날짜
4/23 
등록일
2010년 04월 26일 
출처
겜툰 
등록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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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중복규제 논란’을 불러 온 온라인 게임 규제를 둘러싸고 게임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청소년 보호 정책을 맡은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문화부와 여성부가 동 시기에 발의한 같은 종류의 규제책이 국회에 상정된 것이다.

23일 국회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 중독(과몰입) 예방규정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했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는 22일 역시 인터넷 게임 과몰입 예방책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쪽 상임위를 통과한 이들 두 가지 법률은 오는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본격적으로 충돌할 전망이다. 문화부는 2008년 11월 정부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게임 규제라는 생각인 반면, 여성부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소관 법률인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처벌 등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중복규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의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슈 모으기 규제’싸움이 계속되면서 업계 안팎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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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규제라는 업계 안팎의 지적이 일자 문화부와 여성부는 자신들의 법률이 실효성이 있다며 첨예한 대립을 펼치고 있다. 여성부는 문화부의 게임법 개정안이 처벌 조항이 없는 만큼 선언적이고 실효성이 낮아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는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이미 문화부가 2005년 '건전 게임문화 조성대책'을 발표하고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를 추진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던 점을 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여성부 김성벽 청소년보호과장은 "문화부의 게임법 개정안에는 명시적으로 셧다운이나 심야시간 이용금지 등 핵심적인 조항이 들어 있지 않다"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에 대응해 적절한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부는 업계의 예방조치를 평가해 개선을 권고하거나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인 정책이며 충분히 실효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두 법률 개정안은 방식은 다르지만 취지가 같고 심야시간 이용금지 등 명시적 규정은 위헌 소지에 기술적인 우회 등의 부작용을 낳고 과잉 중복 규제 우려도 크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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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BBC는 한국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 게임중독을 보도했다.
그러나 그 보도의 대부분은 한국 사회의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문화부 김재현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해야 실효성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규제 강화로 중국의 온라인 게임이나 해외로 서버를 이전한 한국 게임에 청소년이 몰리면 중독 예방이 되기는커녕 산업만 침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와 여성부의 중복규제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업계는 안팎으로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과거 게임 산업을 정통부와 문화부 두 곳에서 규제하면서 혼란만 가중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보이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물론 현재 천안함 사태와 스폰서 검사 등으로 정계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라 두 법안이 국회에서 금방 통과될 가능성은 적지만 게임업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 각 부처의 법안 상정은 업계를 뒤흔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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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타임지는 여성부와 문화부의 중복 규제 사태에 대해 다루며 게임 통제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함을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심야시간 셧다운 정책 등 단순한 규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주 내용이다.

타임지는 20일 인터넷판에서 ‘한국이 게임 중독에 강력 대처 나선다’(South Korea Cracks Down on Video Gaming Addiction)는 기사로 지난 12일 발표된 ‘게임 중독 종합대책’을 다뤘다. 6년 동안 매일 PC방에 다닌 서울의 한 16세 청소년의 사례를 들어 현재 상황을 전한 타임지는 “공부는 뒷전이며 그의 영웅은 프로게이머”라고 일부 학생들의 생활을 설명하며 “게임 황제 임요환은 그의 연인인 여배우는 한국의 애쉬튼 커처-데미 무어나 다름없다”며 “게임 챔피언은 록스타와 같은 삶을 사는 나라”라고 게임의 인기를 표현했다.

타임지는 한국에서 있었던 일련의 게임 관련 사건사고들을 소개하고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비단 단순한 게임에 대한 경계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타임지는 “한국 학생들 중 10% 정도가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인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라며 “부모들이 학업을 강요하며 밤늦도록 학생들이 학교에 있게 하는데, 이것이 스트레스와 국가적인 게임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한국의 사회적인 근본적 구조가 학생들과 사회인들의 게임 중독과 사이버 세상으로의 현실 도피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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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지의 지적은 한국 사회의 구조가 게임중독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다뤄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규제만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더욱 큰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타임지와 각계각층의 지적처럼 게임 산업의 규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련의 법안들처럼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슈 모으기’, 혹은 ‘면피용’법안 마련은 더 큰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들에게 강제적으로 게임을 못하게 한다면 술과 담배를 즐기는 방법을 찾게 하고 낮에 공부 대신 게임을 즐기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게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저들로 하여금 중독과 몰입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규제는 오히려 큰 역효과를 만들어 낼 뿐”이라며 정부와 일련의 규제책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겜툰 편집팀 editer@gamtoon.com
http://www.gamtoon.com/new/gs/focus/view.gam?num=694&sele=FOCUS&pageno=1&start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