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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

국회에 갇힌 IT법안… 시장은 `한숨`

국회에 갇힌 IT법안… 시장은 `한숨`

콘텐츠진흥법ㆍ전파법 등 잇단 표류… 처리지연 부작용 속출

 
콘텐츠산업진흥법ㆍ미디어렙법ㆍ개인정보보호법ㆍ전파법 등 산업과 시장 진흥을 위한 핵심 정책을 담은 법률안들의 처리가 정치 논쟁으로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일부 법률안은 몇 년째 표류하고 있어, 정부와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콘텐츠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근거법으로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콘텐츠산업진흥법` 제정이 4월 국회에서도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또, 방송광고 시장의 경쟁 도입을 위한 미디어렙법안은 4월 국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사실상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서 법률 공백 상태가 4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시 개인에게 유출 사실을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안 역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처리가 무산됐다.

이와 함께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파법개정안도 지난 2월 소관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4월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픈마켓 게임의 자율심의와 게임 중독(과몰입) 해소 방안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역시 이번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전체회의의 벽은 넘지 못했다. 게임법 개정은 지난 2008년부터 3년 가까이 표류상태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회가 본연의 업무인 법안 처리는 뒤로한 채 정치 논쟁에 빠져 산업과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미 이들 법률안을 근거로 한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콘텐츠산업진흥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범 부처 차원의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설립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콘텐츠 육성 정책들이 제자리걸음이다. 콘텐츠산업진흥법은 옛 정보통신부의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기본법을 기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핵심 콘텐츠 육성 정책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는 사실상의 콘텐츠 근거법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 부처 차원의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설치, 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콘텐츠 분쟁조정을 위한 독립기구인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콘텐츠 이용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거법인 콘텐츠산업진흥법이 처리가 되지 않아 각종 정책들이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며 "시행령 작업에만 다시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반드시 이번 국회에는 통과돼야 정책들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문방위는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 및 전체회의를 열어 콘텐츠산업진흥법 제정안의 처리에 나설 예정이나,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특별법안과 맞물려 있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파법 처리지연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주파수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편, 패키지 법안인 방통기본법 후속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파업무 뿐만 방송통신 진흥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파진흥원의 기관명 변경과 산업진흥 기능확대 계획도 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방선거에 발목을 잡혔다. 26일 문방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법안의결을 유예했다. 상당수 위원이 지방선거 운동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프마켓 게임에 대한 자율심의 허용은 물론,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도 기약 없이 늦어지게 됐다. 문방위는 28일 전체회의에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방송광고 시장은 4개월 째 법률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말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 판매를 위헌이라고 결정 내리면서 제시한 입법 보완 시한이 지난해 말로 끝났지만 미디어렙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변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28일과 29일 본회의 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야간 이견이 커 타결 가능성을 기대해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디어렙 입법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은 각각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의 광고판매를 공사에 위탁하자는 사실상 `1공영1민영안`과 특정방송사를 공사에 위탁 지정하지 않는 사실상 `1공영다민영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민옥기자 mo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