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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게임, 스마트 모빌리티, AR VR

[이군의 게임산책] `마그나카르타 2`

[이군의 게임산책] `마그나카르타 2`

낯익은 스토리ㆍ음향 재미만끽 '토종 RPG'
김형태 원화 느낌 잘 살린 그래픽 눈길
한글화 탁월…브랜드 가능성 최고 수확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시작하자. 금번 `마그나카르타 2'의 리뷰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 훨씬 관대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콘솔 게임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순수 국내 개발사가 이 정도의 게임을 완성해 내놓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당한 수준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애국심'만을 강조해야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의 완성도는 애국심에만 호소해야 할 정도의 레벨은 한참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래픽적인 면에서 최상급의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 것 같다. 비슷한 계열에서 `로스트 오딧세이', `스타오션 4', `인피니트 언디스커버리' 등의 대작들이 버티고 있는 것도 그렇고, 개발사의 하드웨어 활용 능력이 최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은 엔씨소프트로 이적해 `블레이드 앤 소울'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원화가 중 한 명인 김형태의 원화를 상당히 잘 살려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쭉쭉빵빵의 극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이 HD로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다.

하지만 시리즈 자체가 음악으로 유명했던 만큼, 음악 역시 충분히 훌륭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타 장르처럼 정교한 사운드디자인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겠다.

시스템 적으로는 몇가지 참신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게임만의 독특한 부분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인챈트 방식이나 필살기 사용 등의 시스템이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 쪽 장르의 게임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고, 새로 접하는 이용자들이라면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리더를 바꿔가면서 연속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체인 시스템 정도가 특이하지만, 사실 이 역시 이 때문에 게임을 해야 할 레벨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좋게 말한다면 `안정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나쁘게 말한다면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마그나카르타 뿐 아니라 2000년대의 모든 일본식 필드 RPG가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숙제라는 점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예외가 있다면 `파이널 판타지 12 정도일까).

때문에 이러한 계열의 게임들은 스토리와 게임 외적인 요소들로 승부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할만한 게임이다. 적당히 빠져들면서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재미도 있고, 스토리도 즐길 만한 수준에 적당한 볼륨을 가지고 있다. 전작과는 별 연관이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작을 즐기지 못했다고 해서 이 게임을 망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따라서 게임을 즐기는 감각도 이전의 RPG들과 상당히 흡사하다. 레벨업과 스토리 진행을 기본으로 하면서 중간중간에 수집 요소가 있는, 집중해서 며칠 정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예전 일본 RPG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이라면 반길 수 있을 만한 딱 그 정도의 볼륨과 게임 진행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 게임이니 한글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모든 메뉴와 텍스트, 음성까지 한글화되어 있다. 성우의 경우도 TV 등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꽤 많이 나오니, 제작사가 이 게임에 대해서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순수하게 한글로 만들어진 이 쪽 장르의 게임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봐도 될 것이다.

즉, 게임 전체의 수준은 좋은 의미에서 `무난하다'라고 보면 되겠다. 비록 몇몇 버그들이 있지만 제작사 측에서도 버그에 대한 악몽이 있는 만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제외하면 딱히 모나게 `후진 부분'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거의 대부분 해외 게임에 의존해야 했던 스토리 중심의 필드형 RPG를 완벽한 우리말과 익숙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 하더라도 이 게임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이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기반까지는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사실 마그나카르타라는 브랜드를 계속해서 가지고 가는 일은 개발사인 소프트맥스 입장에서도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버그나카르타' 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을 정도의 시작, PS2용 마그나카르타 역시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마그나카르타 2가 보여준 완성도에 못 미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스토리 적인 연관성이 없는 이 게임을 독자 브랜드로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번 마그나카르타 2가 얻은 가장 큰 수익은 바로 `브랜드화'가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달성했다는 데 있겠다. 개발사의 의지만 있다면, `마그나카르타 3'는 충분히 믿을 만한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하자면 한국 게임 시장이 한단계 높이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나의 게임을 응원해가면서, 즐겨가면서, 같이 커 가는 느낌은 좋지 아니한가. 더군다나 국산 게임이라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