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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소셜 마케팅

트위터하는 CEO… 직원들은 ‘대략난감’

[2010.04.12 21:36]        


트위터(twitter)를 즐기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면서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CEO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만큼 이들의 트위터는 네티즌과 아이폰족 사이에서는 단연 화제다. 다만 기업 공식 입장과 거리가 먼 사견(私見)까지 언론이나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실무 담당자들로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 소통에 나선 CEO들을 막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CEO는 ‘트위터 스타’=‘트위터하는 회장님’으로 잘 알려진 박용만 ㈜두산 회장의 팔로워(follower·온라인 친구)는 12일 오후 2만9380명을 넘어섰다. 박 회장은 팔로워들에 대한 소탈하고 즉각적인 답변으로 유명하다. 관심 사안도 매우 다양해 그가 트위터의 140자 이내 단문 대화에 푹 빠졌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오후엔 일부 팔로워들에게 “늘 하는 얘기지만 숙취의 특효약은 딱 하나입니다 ‘인내!’”라는 답장을 보냈다. 박 회장은 최근 아들이 다쳐 수술을 받게 돼 속상하다는 팔로워에게 직접 주소를 물어 깜짝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수시로 트위터에 접속, 팔로워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에 쓴소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최근 팔로워들이 크게 늘어 현재 5700여명에 달한다. 특히 몇 달 전만 해도 트위터에서 “메신저와 어떻게 다르죠” 등 질문을 던졌던 것과 달리 요즘엔 팔로워들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기기와 클래식 음악 관련 대화를 주로 나누고 있다.

“쇤베르크의 브람스피아노 사중주의 오케스트라 버전의 4악장 들으시면 피아노파트를 마림바가 연주하는데 들을 만하구여 호스홀름의 카르멘수트 한번 들어보세여”, “아이패드용 이베이엡 다운받아서 하는데…아이폰에서도 저는 페이팔 결제 안됐거든요 아이패드도 컴으로 가서 결제하라는 메시지만 뜰뿐 저를 버려버리네여..ㅠㅠ” 등 이날 하루만 20여건의 답장이나 글을 올렸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다소 코믹한 표정의 사진을 걸어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역시 트위터를 즐긴다. 팔로워는 900여명 정도로 야구, 축구, 골프 등 스포츠 관련 대화를 주로 나눈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도 지난달 24일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다. 현재 팔로워는 450여명이다. 에버랜드 초식사파리 구경 간 얘기, 브라질 법인 갔다왔다는 얘기들이 올라 있고, 지난 2일엔 “화이트 여전사로 변신한 김연아의 Zero 광고, 색다른 광고맛을 느꼈죠”라는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기업, “소통은 좋지만…”=소통에 적극적인 이들 CEO에 대한 팔로워들의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인 편이다. 과거 근접하기 어려웠던 ‘오너가 회장님’들이 일반인과 소통에 나서면서 친숙함이 느껴지기 때문. 덩달아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도 있다. 일부 팔로워들 중엔 경쟁사 CEO 동정을 ‘탐색’하기 위한 경쟁사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 관계자들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CEO가 나누는 대화가 인터넷 등에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도 수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개인적 취미생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좋지만 언론이 내용 하나하나까지 이슈를 삼아 기사화하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또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트위터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블로그는 파워 콘텐츠를 가진 전문가 중심으로 꾸며지는 데 반해 트위터의 경우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콘텐츠에 상관없이 그룹 이미지를 높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 기업 관계자는 “CEO가 트위터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활동으로서 홍보 담당자 등이 따로 전담하거나 모니터하는 일은 없다”면서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정욱 권지혜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