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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도서

iPad에서 <경영학콘서트>를 읽다 - 이북(eBook)과 출판의 미래

iPad에서 <경영학콘서트>를 읽다

드디어 애플의 아이패드가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시장의 추측과 관심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이 빵 터지듯 4월 3일 화려하게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며 시장에 등장했지요.   

아이패드에 저장된 경영학콘서트

저도 아이패드에 <경영학 콘서트> 전자 버전을 넣어 읽어봤는데 사용성과 편리함 그리고 빠른 반응속도에 감탄했습니다 (경영학콘서트 공식 전자버전은 아직 출지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강연이나 저자 개인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지요). 물론 이미 블로그와 신문에 소개된 빛 반사 문제나 옥외 사용시 화면 흐림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아이패드가 지닌 다양한 장점에 비교하면 제 개인적으로는 아이패드의 성공여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보다 아이패드의 성공여부는 스티브잡스가 창조하려는 제 3의 기기 즉 스마트폰도 노트북 아닌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인용 앤터테인먼트  통신 단말기 – personal entertainment information device – (스티브 잡스의 표현에 따르면)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이겠지요. 결국 성공의 관건은 사사로운 아이패드의 성능의 평가가 아닌, 아이패드의 존재의가치를 시장이 수용하느냐란 전략적 문제지요.  

아직 아이패드로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경영학 콘서트>와 뉴욕타임즈 등의 신문을 읽어 본 결과 이북 (eBook)의 용도로는 손색이 없는 기기였습니다. 오늘은 이북이 바꿔놀 새로운 출판환경에 대해 제 의견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북과 출판 혁명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로 이북의 시대는 한 걸음 더 성큼 다가섰다. 이북이 바꿔놀 출판업계의 미래를 예견해 보자.

1. 책속 광고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종이 활자 매체들인 신문, 잡지, 책 중에서 유일하게 광고를 찾을 수 없는 게 바로 책이다. 물론 책 표지 날개나 책 띠지에 출판사 광고가 삽입된 경우가 있지만, 이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단행본의 정보 분량에 비하면 매우 미약한 양의 광고라 할 수 있다. 그럼 신문이나 잡지는 수 많은 광고로 도배된 반면 왜 책에는 광고를 찾을 수 없은 것일까?

광고 성공의 관건은 타이밍이다. 광고를 보낼 시점을 잘 맞추지 못하면 효과적인 광고를 기대하긴 어렵다. 며칠 지난 신문 돈주고 사 읽는 이 없이 없고 몇 달 지나 잡지를 사보는 사람은 없다. 신문과 잡지는 언제 독자들의 시선을 받을지 예상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에게 광고가 노출되는 시점이 명확하다. 하지만 단행본의 경우 출간일에서 서점 배포일 그리고 소비자 손에 쥐어져 읽힐 시간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신문처럼 책 내부에 광고를 넣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만약 경영학콘서트에 광고를 뜬다면을 상상하며 - 넷플릭스 사례위에 넷플릭스 광고

그러나 단행본의 광고 매체로의 가치는 이북이 활성화되면 새롭게 평가 받을 것이다. 특히 이북이 와이파이로 인터넷과 연동된 형태라면 실시간으로 광고를 책을 읽는 독자에게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학 콘서트>에는 DVD렌털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 사에 관한 사례가 있다. 만일 독자가 책에서 이 사례를 읽고 있을 때 넷플릭스 광고가 책 옆에 뜬다면 광고로서의 가치는 최고조에 이른다. 독자가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가질 때 바로 넷플릭스 시선의 바로 옆에 배치되는 것이다. 광고로서는 시간과 공간의 완벽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제까지 종이 활자 책에서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광고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물론 책 읽는 독자에게 책 군데 군데 덕지 붙은 광고가 책의 집중도를 흐리게 할 수 있지만 대신 이로인한 이북 가격의 하락을 조심스래 점처본다. 하지만 이북의 광고시장이 자리를 잡지까진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특히 이북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갑이 출판사가 되느냐 이북 배포자가 되느냐의 치열한 공방으로 인해 이 광고 시장의 활성화가 늦춰질 수도 있다. 마치 현재 미국의 디지털 전송 영화비즈니스에서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들의 서로의 이권을 위해 벌이는 지저분한 싸움처럼, 출판사와 배포자간의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2. 책의 새로운 진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이해하려면 소설의 플롯과 함께 흐르는 음악을 이해해야한다고 평론가인 아이즈카 쓰네오가 이야기 했다. 그의 초기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들리는 비치보이즈의 바닷바람과 같은 목소리와, <노르웨이숲>에서 숲의 적막감과 함께 울리는 비틀즈의 음악들은 활자뒤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태엽감는새>에서 도입부분에 별 의미 없이 등장하는 롯시니와 모짜르트의 음악은 결국 플롯의 복선 역할을 한다. 이들 음악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소설에 등장하는 중요한 배경이자 조연이다. 실제 독자들도 무라카미 소설을 읽으며 이들 음악을 배경으로 틀어 읽었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만일 이북으로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 이들 음악을 배경으로 살짝 깔아준다면? 이북이니깐 가능한 이야기다. 아마 앞으로 소설가는 책을 쓸 때 어떤 부분에 어떤 음악을 선곡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쯤 되면 책이 아니라 새로운 영상 매체가 되고 소설가가 아니라 연출가가 된다.

소설뿐만 아니다. 비소설이나 교재에서 참고로 사용되는 사진이나 도형과 같은 정보가 동영상으로 대체 될 수 있다. <경영학 콘서트>에 IBM의 TV 광고에 관한 설명이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경영학 콘서트>를 이북으로 편집한다면 편집 대상 1호가 바로 이 동영상 광고를 이북에 삽이하는 작업이다. 특히 요리책, 여행서, 다이어트, 운동관련 실용서는 혁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GPS기능이 장착된 이북은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여행자가 있는 위치의 역사와 여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세로운 첨단 여행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북의 여행서가 실시간 여행사 투어 가이드로 변모하게 된다.  

이처럼 이북의 통신 기능과 멀티미디어 기능과 복합돼 책은 문자 미디어에서 새로운 형태의 복합 미디어로 진화될 수 있다.

 3. 새로운 지식 생태계 탄생

 <경영학 콘서트>가 출시된 이후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책을 읽고 있단 사실을 접하면 난 바로 이 독자를 팔로우해 (일종의 일촌 신청) 독자와의 대화 채널을 연다. 팔로우 한다고 반드시 인사하고 대화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트위터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모든 팔로워 (1촌들)에게 공유되고 반대로 내 독자들의 모든 대화도 내가 청취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할 수 있다.

책이 출간된 지 아직 한달이 채 못된 상황에서 그리고 트위터로 소통한지도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자와 저자와의 소통의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은 독자나 저자 서로에게 매우 매력적인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실제로 이 소통을 통해 원고를 집필할 때 도움을 준 전문가들도 찾지 못한 오류를 어느 독자분들이 찾아주었고 (놀랍게도 학생이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책의 새로운 면도 블로그에 올려진 독자의 서평으로 경험했다. 또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는 수 많은 아이디어도 트위터의 대화를 통해 얻었다. 이게 바로 소셜 미디어의 힘이다.

아직까진 책의 저자가 소셜미디어로 독자와 소통은 새로운 개념이다. 현재 종이책과 소셜미디어를 가능케 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책을 읽은 일반인이나 일반 저자가 직관적으로 쉽게 소셜미디어를 접하기는 만만치 않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실제 내가 소통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이IT업종에 일하거나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얼리 어답터다. 하지만 이런 장벽은 이북으로 쉽게 허물 수 있다. 책의 컨텐츠와 소셜미디어가 이북을 통한 융합은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하며, 이북을 통해 책을 접하는 독자는 좀더 자연스레 소셜미디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독자와 독자를 잇는 연결은 자연스레 이뤄지고, 저자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자와의 소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독자는 같은 책을 읽은 다른이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또 저자도 이 공간에 참여해 함께 대화하고 토론한다. 개인의 지식이 함께 공유의 지식으로 향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창조된 것이다. 이쯤되면 이북이 창조한 미래의 독자는 단순히 일방적인 지식 습득자 아닌 서로 토론하고 대화해 자신만의 고유한 지식로 재 창조하는 제 2의 저자가 된다. 책의 저자도 원고를 탈고하는 것이 저자로서의 의무 종료가 아닌 본격적인 저자 역할의 시작이 된다. 저자에게는 자신의 컨텐츠에 책임을 지고 독자들과 끈을 이어나갈 의무가 지워지는 것이다(쓰고나니 무섭다…).

초기 이북이 실패로 끝난 것은 단순히 종이 컨텐츠를 디지털 기기에 담든다는 기계적인 기술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탑제된 이북은 책이란 수 천년을 이어온 컨텐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열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북 2.0이다. 이 패러다임을 수용하면 이북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상을 열 것이다.

4. 명품으로 탄생하는 종이책

이북이 활성화되면 종이 활자책은 사라진고? 천만에! 이북이 보편화 되더라도 종이책을 찾은 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종이책을 선호하기 때문이기 보다는 종이책에 대한 향수 내지는 종이책이 가지는 나름의 매력 때문이다. 또 선물이나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픈 이들도 있을것이다. 이때쯤 되면 종이책은 일종의 명품의 반열에 오른다. 이북으로도 책이란 기능적인 면을 충족 시킬 수 있는데 굳이 종이 책을 가지겠단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일반 중형차로도 교통수단으로 만족하는데 럭셔리 고급 세단을 사겠단 것과 같다. 그렇다고 종이책이 현재 단행본 책처럼 대량으로 유통되진 않을 것이다. 대신 맞춤형 책이 등장해 이 수요를 소화해 낼 것이다.

맞춤형 책이란 독자가 구매한 이북을 독자의 취향에 맞게 종이책으로 제본해 제작된 책이다. 소비자는 책을 양장으로 할건지 페이퍼백으로 할건지 정하고 원하면 책 커버에 자신의 이름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의 활자 폰트도 원하는 것으로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물론 책의 제작은 인쇄소에서 이뤄지겠지만 이때쯤 되면 이북의 활성화로 책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인쇄소는 사라지고 이런 맞춤형 책을 전문으로 제작해 주는 업체가 등장할 것이다. 물론 개인 취향에 맞게 맞춤형 제작이라 기존 책값에 비해 제작비도 비싸고 또 기능성 제품이 아닌 취향이나 선물용임으로 주문 비용도 꽤 비쌀 것이다 (<경영학 콘서트>의 수익경영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아이디어는 사실 10년 전 필자가 대학원 시절 미국 프린터와 인쇄 기기 전문업체인 제록스와 공동 프로젝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본 결과다. 당시 제록스는 전자 문서의 보편화로 당시에 이미 이북에 대한 새로운 시장 대응을 준비 중이었다. 이 대안으로 같은 책을 수 천권 한거번에 인쇄하는 프린터 대신 다양한 책을 신속히 인쇄하는 기기를 연구한 것이다. 이미 이런 수요를 만족할 수 있는 기기는 개발돼 있단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물론 주문형 책 제본은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시장의 규모는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이북의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이 맞춤형 책이 출판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장될 것이다.

이북이 가져다 줄 미래의 출판에 대해 이야기 해 봤다. 앞에 열거했던 이야기가 실제 올지 안 올지, 혹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예단할 수 없다. 그리고 아동용 그림책, 팝업북 등 종이 책이란 매체 자체로 그 가치가 있는 책들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킨들의 성공 사례와 아이패드란 혁신적 기기가 가져다 줄 생활의 혁명을 그려 볼때 이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휠씬 빠르게 우리곁에 다가 올 수 있다. 마치 넷스케입의 브라우저가 과학자들의 전유물이던 인터넷을 일상생활에 불러들여 인류의 정보 혁명을 가능케 했던 것 처럼.

이제까지 이북의 미래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펼쳐 보았다. 이 글에 설명한 세상이 도래할까? 그런 나도 우리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상상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미래가 건설된다.

<경영학 콘서트> 저자 장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