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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도서

'선군(先軍)' 북한은 '선경(先經)'으로 바뀌어야

 

  • 박준영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입력 : 2009.01.31 06:21

전쟁과 평화: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김영사|376쪽|1만8000원

김정일 건강 악화설이 불거진 이후, 한반도의 정치 상황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정일이 곧 국가인 북한은 지금 누가 움직이는가, 새로 출범한 오바마 정부를 향해 핵개발을 카드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외교전략을 한층 치밀하게 진행 중인 북한의 정확한 의도는 무엇인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문가 분석과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하지 않다.

《전쟁과 평화: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는 북한 권력동향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이러한 한반도 위기상황의 본질을 전략적인 시각에서 흥미롭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북한의 정치·사회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이자, 라디오 시사토론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치 평론가이다. 전시작전권을 지휘하는 총참모부가 공개적으로 전쟁위기를 강력 경고하고 나선 북한의 실체와 그들의 시나리오를 차분하게 분석한 이 책은 한반도 영구평화의 가능성과 그 방법론을 '절대권력자 김정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김정일은 '벼랑끝 전략'을 펼칠 때에도 미국과 한국, 그리고 주변 국가들이 자신의 전략에 어떤 반응과 행동을 보일 것인지 모두 계산하고 행동에 들어간다."
조선일보 DB

그는 김정일이 실패한 독재자인지 아니면 '통치의 연금술사'인지를, 인간 김정일에서 정치 리더로서의 김정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분석한다. 특히 김정일의 건강은 어떠한 상태인지, 김정일 후계자로서 김정남(김정일·성혜림 사이의 장남)은 어떤 캐릭터의 소유자이며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이 권력 승계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정철(김정일·고영희 사이의 차남)과 김정운(김정일·고영희 사이의 삼남)은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은 있는지 등등 '김정일 이후'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과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북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북한이 군대를 국가의 근간으로 하는 정치체제, 즉 '선군정치' 개념에서 탈피하여 경제우선의 '선경(先經)정치'로 전환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인민의 생활을 최우선시하는 '선민정치'로 승화되도록 남한이 주도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남북한 당국 간에 이미 합의한 6·15 선언, 10·4 선언의 정신을 상호존중하는 가운데,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일의 남한 답방을 성사시킴으로써 정상외교를 통한 일괄타결 방식의 해법도 제안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도 사대주의적 통미봉남 정책이 결코 체제안정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민주적 평화통일의 달성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BookZine 조선일보 북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