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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도서

‘약탈’한 사료 포함 한국 관련 639종 4678책 보관 [중앙일보]

‘약탈’한 사료 포함 한국 관련 639종 4678책 보관 [중앙일보]

2010.03.24 03:01 입력 / 2010.03.24 05:14 수정

일본 궁내청 서릉부는 역사적 가치 높은 또다른 사료
궁내청 다른 곳에 보관 가능성 … 접근 안 돼 현재로선 확인 불가능

일본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황궁 내 궁내청 서릉부 건물. 4층짜리 건물인 서릉부 내부는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소지품을 다 맡기고, 손 소독을 두 차례에 걸쳐 한 다음에야 열람실 안에 입장할 수 있다.
일본 궁내청 서릉부는 왕실의 족보와 도서·공문서 등의 관리 및 편수를 담당하고 있다. 1884년과 86년에 각각 설치된 도서료(圖書寮)와 제릉료(諸陵寮)의 직무를 이어받은 현재의 서릉부는 1949년 출범했다. 이곳에 소장된 한국 자료는 639종 4678책으로 전해진다. 약탈의 근거가 명확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120종 661책이다. 이 가운데 ‘조선총독부 기증’이란 도장이 찍힌 게 79종 269책으로 그 대다수는 조선왕실의궤다. 원래는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사고 등에 보관돼 전해졌으나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 궁내청으로 불법 반출했다. ‘제실도서’ ‘경연’의 유출 경로는 불확실하다.

이 책들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규장각과 대한제국 제실도서관에서 고스란히 조선총독부로 넘어갔고 그중 일부가 일 궁내청에 기증 형식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제실도서의 경우 개인 소장인이 찍혀 있었다. 총독부 관리들에 의해 여러 경로를 경유해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없는 유일본도 상당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은 “조선왕실 사료 반환은 반드시 이뤄내야 하지만 일 궁내청 서릉부란 협상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상호 존중의 정신 속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역사적 가치가 더 높은 조선 관련 사료와 문화재가 일 궁내청 서릉부의 다른 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정도 있으나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일본 왕실 내부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