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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일본

“의궤, 침략국 왕실서 열람 기막혀”

조선왕실의궤 반환운동 불교인사·여야의원 일 궁내청 방문
일 여당의원 “한국에 조속반환토록 노력”

경향신문 | 도쿄 | 김석종 기자 | 입력 2010.04.06 18:34 |

문화관광체육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과 약탈 문화재 환수운동을 펴고 있는 불교계 인사들이 < 조선왕실의궤 > 반환 촉구 활동을 위해 6일 일본을 방문했다.

우리측 관계자들은 의궤 반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일본 의원들과 도쿄시내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의궤 반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영토와 주권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됐지만 의궤가 일본에 있는 한 문화광복, 문화독립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며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빼앗은 것을 돌려주고 내주었던 것을 되찾는 데서 과거사의 건전한 청산이 이루어지도록 한·일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의원들도 "한·일 간의 오래된 역사를 평화적·우호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자리"라며 "의궤 반환이 한·일 관계 미래의 역사적 출발점이 되도록 초당적으로 노력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이날 오후 의궤가 보관된 일본 왕궁 도서관 '궁내청 서릉부'를 직접 찾았다. 일본 왕궁은 아키히토 일왕 부처를 비롯한 왕족들이 사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일반인들이 무료로 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서릉부의 출입은 매우 까다롭고 자료의 열람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사전 허락을 얻은 김부겸·이정현·최문순·성윤환 의원과 혜문 스님만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방문단은 서릉부에 보관 중인 우리 문화재 가운데 3건을 열람했다. 일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뒤 주검도 찾지 못한 채 2년 만에 치러진 명성황후 국장의 모습을 담은 < 명성황후국장도감의궤 > , 소실된 옥쇄를 다시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그린 < 보인소도감의궤 > , 그리고 임금을 위한 교양강좌용 서적인 경연(經筵)의 하나인 < 통전(通典) > 이었다. 겉표지가 삼베로 된 의궤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주요 의식과 행사 내용 등을 상세하게 적고 화공들이 채색 그림으로 그려 조선시대 왕가의 의례와 문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책자다.

2007년 < 조선왕조실록 >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명성황후국장도감의궤의 표지에는 '오대산상(五臺山上)'이라고 명기돼 있고, 책 말미엔 '대정(大正) 5년 조선총독부 기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대산 월정사 사고에 보관 중이던 의궤를 조선총독부가 약탈해 일본 왕실에 기증했다는 증거다. 통전에는 책 뒤편에 '고려국십사엽신사세장서(高麗國十四葉辛巳歲藏書)'라는 직인이 찍혀 있었다.

열람을 마치고 나온 최문순 의원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왕실 기록문화의 정수이자 소중한 민족 문화재를 침략국의 왕실에서 봐야 한다는 현실이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 도쿄 | 김석종 기자 sj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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