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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입법

'음원마저도 배신?' 스트리밍 10배 오르나

'음원마저도 배신?' 스트리밍 10배 오르나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 입력 2012.04.02 06:01 | 수정 2012.04.02 11:10

지난해 11월 홍대의 유명 인디밴드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씨가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이씨가 숨을 거두자 그의 어려운 생활에 관심이 쏟아졌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인디 음악계의 유명 밴드였지만 실제 생활은 음악 활동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특히 이 씨가 음원 수익을 싸이월드의 인터넷 결제수단인 도토리로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음악인들의 열악한 환경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 30일 열린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 음원 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멜론의 무제한 요금제.

◆ 음원 정액제? 종량제?

음원 정액제를 종량제로 바꾸는 디지털 음원 징수규정 개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음악권리자 3단체(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을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발표될 징수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정액제를 폐지하고 종량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 음원 이용은 이용자가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숫자의 곡을 다운로드 받거나 무제한 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 실시간 재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멜론의 경우 'MP3 40+플러스 요금제'를 이용하면 한 달 7000원에 MP3 40곡을 다운로드와 무제한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다운로드 곡당 가격이 175원에 불과하고, 스트리밍까지 합치면 음원의 가격은 한없이 떨어진다. SK텔레콤 회원은 50% 할인까지 받기 때문에 가격은 더 낮아진다.

이렇게 정액제로 들어온 금액은 점유율에 따라 음원 제작자(권리자)들에게 나눠진다. 정액제는 정해진 음원 매출을 많은 수의 권리자들이 조금씩 나눠갖는 구조라 제작자들의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종량제는 이용하는 곡 수만큼 가격을 지불하는 구조다. 권리자들은 자신의 음악이 이용되는 만큼 수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김민용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월 정액상품 평균 단가는 곡당 63.9원으로 현저히 낮기 때문에 제작자들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며 "권리자의 희생과 디지털 음원시장을 왜곡하는 월 무제한 상품을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트리밍 가격 10배 오르나

종량제가 도입되면 음원 스트리밍 가격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음원 유통업계는 현재 3000원인 무제한 스트리밍 가격이 종량제가 도입되면 최소 2만7725원(스트리밍 1000회 기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음원 유통사의 수익금은 1725원으로 동일하지만 권리자(제작자)에게 돌아가는 권리료가 1275원에서 2만6000원으로 대폭 오르기 때문이다.

다운로드 가격도 곡당 600원에서 1000원 정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음원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음원 제작사들이 종량제가 도입되면 신곡은 900원에서 1000원 정도로 다운로드 가격을 책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원 이용자들은 높아지는 음원 가격에 불만이다. 문화부가 최근 유료 음원 서비스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9%의 이용자가 '현재의 유료 음악 서비스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다운로드 음원 곡당 적정 가격도 432.39원으로 집계됐고, 600원 이상이 적정하다고 대답한 이용자는 18%에 그쳤다. 스트리밍 1회 적정 가격은 12.82원으로 1000회 기준시 1만2820원으로 조사됐다. 정액제 요금인 3000원보다는 높지만 음원 제작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요금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는 "종량제가 도입되면 일일권, 일주일권, 월정 200회 이용권 등 음원 유통사마다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오히려 월정액 상품보다 저렴한 선택 기회가 소비자들에게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음원 서비스사들도 동상이몽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는 '2012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엠넷을 운영하는 CJ E&M과 벅스를 운영하는 네오위즈인터넷(104200), 소리바다, KMP홀딩스 등이 참여한 음악산업선진화포럼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음악산업 발전을 위해 종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전익재 네오위즈인터넷 이사는 "음악 스트리밍 가격이 10년 전에도 3000원이었고 지금도 3000원이다. 커피 반 잔이면 한 달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라며 "종량제가 도입되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생겨나 소비자의 만족도도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 YG, JYP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모인 미디어공급 업체인 KMP홀딩스의 이승주 이사도 "무제한 정액 서비스는 획일화된 서비스와 가격으로 시장 정체를 가져왔다"며 "종량제 도입을 통해 서비스 방식을 다양화하고, 수익배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음원 유통시장 1위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세미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로엔은 다른 유통사와 달리 종량제 도입 자체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엔은 음원 가격이 높아지면 이용자들이 불법다운로드 시장으로 갈 수 있다며 종량제를 반대하고 있다.

음원 유통업계 관계자는 "멜론은 벅스, 소리바다, 엠넷 등 2위 사업자들과 2배 가까운 차이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요금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반대로 2위 업체들은 이번 징수규정 개정을 계기로 요금제 경쟁에 불을 붙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공룡 '아이튠즈' 호시탐탐

음원 서비스업계에서 종량제 도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에는 종량제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징수규정 개정을 기정사실화했고, 음원 권리자들의 요구도 어느 때보다 완강하다.

특히 전 세계 음원 서비스 시장을 장악한 애플 아이튠즈의 국내 상륙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애플은 음원 가격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 70%는 저작권자에게 주고 있다. 이미 종량제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애플 아이튠즈는 국내에 종량제가 시행되면 곧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음원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아이튠즈가 국내에 들어오면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아이튠즈를 표방한 KT의 음원 서비스인 '지니'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니는 KT가 만든 새로운 음원서비스로 음악 권리자가 직접 가격을 정하는 종량제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KT는 KMP홀딩스 등 국내 주요 제작사들과 함께 종량제 모델을 이끌고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번 달 중으로 저작권위원회가 권리자들과 음원 서비스업계, 이용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징수규정 개정안을 만들 것"이라며 "저작권위원회가 개정안을 확정하면 심의를 거쳐 5월 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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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홍대의 유명 인디밴드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씨가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이씨가 숨을 거두자 그의 어려운 생활에 관심이 쏟아졌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인디 음악계의 유명 밴드였지만 실제 생활은 음악 활동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특히 이 씨가 음원 수익을 싸이월드의 인터넷 결제수단인 도토리로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음악인들의 열악한 환경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 30일 열린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 음원 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멜론의 무제한 요금제.

◆ 음원 정액제? 종량제?

음원 정액제를 종량제로 바꾸는 디지털 음원 징수규정 개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음악권리자 3단체(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을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발표될 징수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정액제를 폐지하고 종량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 음원 이용은 이용자가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숫자의 곡을 다운로드 받거나 무제한 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 실시간 재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멜론의 경우 'MP3 40+플러스 요금제'를 이용하면 한 달 7000원에 MP3 40곡을 다운로드와 무제한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다운로드 곡당 가격이 175원에 불과하고, 스트리밍까지 합치면 음원의 가격은 한없이 떨어진다. SK텔레콤 회원은 50% 할인까지 받기 때문에 가격은 더 낮아진다.

이렇게 정액제로 들어온 금액은 점유율에 따라 음원 제작자(권리자)들에게 나눠진다. 정액제는 정해진 음원 매출을 많은 수의 권리자들이 조금씩 나눠갖는 구조라 제작자들의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종량제는 이용하는 곡 수만큼 가격을 지불하는 구조다. 권리자들은 자신의 음악이 이용되는 만큼 수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김민용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월 정액상품 평균 단가는 곡당 63.9원으로 현저히 낮기 때문에 제작자들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며 "권리자의 희생과 디지털 음원시장을 왜곡하는 월 무제한 상품을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트리밍 가격 10배 오르나

종량제가 도입되면 음원 스트리밍 가격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음원 유통업계는 현재 3000원인 무제한 스트리밍 가격이 종량제가 도입되면 최소 2만7725원(스트리밍 1000회 기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음원 유통사의 수익금은 1725원으로 동일하지만 권리자(제작자)에게 돌아가는 권리료가 1275원에서 2만6000원으로 대폭 오르기 때문이다.

다운로드 가격도 곡당 600원에서 1000원 정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음원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음원 제작사들이 종량제가 도입되면 신곡은 900원에서 1000원 정도로 다운로드 가격을 책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원 이용자들은 높아지는 음원 가격에 불만이다. 문화부가 최근 유료 음원 서비스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9%의 이용자가 '현재의 유료 음악 서비스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다운로드 음원 곡당 적정 가격도 432.39원으로 집계됐고, 600원 이상이 적정하다고 대답한 이용자는 18%에 그쳤다. 스트리밍 1회 적정 가격은 12.82원으로 1000회 기준시 1만2820원으로 조사됐다. 정액제 요금인 3000원보다는 높지만 음원 제작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요금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는 "종량제가 도입되면 일일권, 일주일권, 월정 200회 이용권 등 음원 유통사마다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오히려 월정액 상품보다 저렴한 선택 기회가 소비자들에게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음원 서비스사들도 동상이몽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는 '2012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엠넷을 운영하는 CJ E&M과 벅스를 운영하는 네오위즈인터넷(104200), 소리바다, KMP홀딩스 등이 참여한 음악산업선진화포럼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음악산업 발전을 위해 종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전익재 네오위즈인터넷 이사는 "음악 스트리밍 가격이 10년 전에도 3000원이었고 지금도 3000원이다. 커피 반 잔이면 한 달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라며 "종량제가 도입되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생겨나 소비자의 만족도도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 YG, JYP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모인 미디어공급 업체인 KMP홀딩스의 이승주 이사도 "무제한 정액 서비스는 획일화된 서비스와 가격으로 시장 정체를 가져왔다"며 "종량제 도입을 통해 서비스 방식을 다양화하고, 수익배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음원 유통시장 1위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세미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로엔은 다른 유통사와 달리 종량제 도입 자체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엔은 음원 가격이 높아지면 이용자들이 불법다운로드 시장으로 갈 수 있다며 종량제를 반대하고 있다.

음원 유통업계 관계자는 "멜론은 벅스, 소리바다, 엠넷 등 2위 사업자들과 2배 가까운 차이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요금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반대로 2위 업체들은 이번 징수규정 개정을 계기로 요금제 경쟁에 불을 붙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공룡 '아이튠즈' 호시탐탐

음원 서비스업계에서 종량제 도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에는 종량제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징수규정 개정을 기정사실화했고, 음원 권리자들의 요구도 어느 때보다 완강하다.

특히 전 세계 음원 서비스 시장을 장악한 애플 아이튠즈의 국내 상륙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애플은 음원 가격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 70%는 저작권자에게 주고 있다. 이미 종량제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애플 아이튠즈는 국내에 종량제가 시행되면 곧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음원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아이튠즈가 국내에 들어오면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아이튠즈를 표방한 KT의 음원 서비스인 '지니'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니는 KT가 만든 새로운 음원서비스로 음악 권리자가 직접 가격을 정하는 종량제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KT는 KMP홀딩스 등 국내 주요 제작사들과 함께 종량제 모델을 이끌고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번 달 중으로 저작권위원회가 권리자들과 음원 서비스업계, 이용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징수규정 개정안을 만들 것"이라며 "저작권위원회가 개정안을 확정하면 심의를 거쳐 5월 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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