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국가브랜드의 대표선수 · 문화콘텐츠 창조의 원천”
기획대담 / 불교신문 주간 장적스님·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데스크승인 2012.01.13  09:28:26 엄태규 기자 | che11@ibulgyo.com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나라들이 강대국으로 평가받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국가브랜드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요 선진국들은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잘 가꾸고 브랜드화해 품격 있는 나라, 문화가 있는 나라로 국가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 역시 문화강국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유산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가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와 일맥상통하고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문화강국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서원과 전통사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문화유산의 스토리텔링화를 통해 콘텐츠 제작과 확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12월15일 만난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불교신문 주간 장적스님과의 대담을 통해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불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배용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내면의 가치가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동양의 가치인데 동양의 정신은 불교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장적스님도 “사찰은 종교의 공간인 동시에 역사, 문화의 공간”이라며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여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 주간 장적스님<왼쪽>과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지난 12월15일 가진 대담을 통해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불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장적스님 :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브랜드와 이미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출범 이후, 국제사회 기여확대나 문화자산의 가치 확산 등의 사업을 펼치면서 국민들도 점점 국가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배용 위원장 :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통합, 조정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이나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위원회가 출범하고 국가브랜드가 갖는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 매우 의미있는 변화다.

장적스님 : 위원장님은 최고의 스토리텔링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전통사찰 답사차 신륵사를 찾았을 때,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라는 나옹스님의 시를 소개하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니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역사 속 굴곡진 신륵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역사학자와 교육자로 살아온 경험과 문화유산 답사의 경험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장적스님

“진정성·완전성 잃어 안타까워

사찰은 종교, 역사, 문화의 공간”

이배용 위원장 :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다보면 만나는 것이 대부분 불교문화다. 불교문화의 의미를 살펴보면 예술로만 새긴 것이 아니다. 문화가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때문에 시대를 넘어 지금 봐도 숙연해진다. 서산 마애삼존불상(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봐도 그렇다. 마애삼존불상의 미소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문화라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공명을 울려주는 것이다.

장적스님 : 경주 둘레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소개하고 역사, 문화를 바탕으로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화가 중심의 철학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주전자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배용 위원장 : ‘주’체의식과 ‘전’문성을 갖춰야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제 국민들이 관심 갖고 방문하는 만큼 사찰에서도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종교라는 것은 따뜻해져야 사랑이 나오는 것이다. 종교는 생활 속에 그렇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찾아오는 손님을 주인의식을 갖고 친절하게 맞이하자.

또 문화유산에 대해 물어보면 주인이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실력을 갖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사찰을 지키는 스님들과 불자들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자긍심을 가져야 아끼고 보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주전자 정신이다. 진정성과 완전성 차원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물리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조상이 남겨준 정성과 그 마음을 우리 후손과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또 주전자의 물은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나눠주고 후대에도 물이 흘러넘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배용 위원장

“전통사찰, 세계유산 추진 박차

훼손 없도록 보존 노력 필요”

장적스님 : 사실 전통사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고 할 때, 모두들 난해하고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위원장님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고 불교계의 구성원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어떻게 하면 전통사찰을 세계유산에 맞춰 나갈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성이나 완전성의 측면에서 볼 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찰의 모습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런 부분들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된다.

이배용 위원장 : 공감한다. 이 때문에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사찰의 모습을 한 번 점검해야 할 때다.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창의력이 어떻게 조화롭게 스며들어가도록 해야 할 지 점검해야 한다. 개발이라는 흐름 속에서 그대로 간직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현재의 모습을 흐트러트리지 않아야 한다.

옛날 모습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알아야 문화 의식이 생기고 품격, 안목이 형성된다.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고 전국에 있는 사찰과 서원을 많이 답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사찰문화 유네스코 등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어떻게 대상 사찰을 선정할 지는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 나가면 된다.

장적스님 : 불교문화는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찬란한 문화유산이다. 전통사찰은 물론 사찰음식이나 연등회 등의 불교 문화유산이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배용 위원장 :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다. 불교문화는 품격있는 대한민국 문화의 국가대표 선수라고 생각한다. 불교문화에서부터 더 많은 자산들을 찾아내고 이를 알린다면 대한민국을 세계인들에게 경제적인 성장뿐 아니라 그런 성과를 만들 만큼의 문화적 저력이 있는, 신뢰와 품격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앞으로 불교문화가 대한민국의 품격있는 문화콘텐츠를 창조해낼 수 있는 원천으로서 큰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장적스님 : 대중의 눈에 맞게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역사나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청소년들의 역사 교육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배용 위원장 : 국사가 필수 과목이 되었어도 수업시간이 아주 부족하다. 수업일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무엇보다 입시에 안나오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잘 안 가르치고, 학생들 역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입시에도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대학에서도 역사가 교양에서 많이 축소됐다. 우리의 것임에도 알려고 하지 않고 소홀히 한다. 우리 것을 알아야 자긍심이 일어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가 필수다. 역사에는 우리 민족의 혼이 있다. 시대마다 혼을 불어넣는 정신이 있다.

장적스님 : 삶의 향기를 문화를 통해 느끼기도 하고 문화의 현장에서 여유를 찾기도 한다. 또 역사의 현장에서 숙연하게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찰은 종교적인 공간이라는 내용만 떼어내면 문화, 역사의 공간 그 자체다.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들이 사찰에 산재해 있다. 노천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제로 하나의 박물관 형태다. 따라서 문화재가 존재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도록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 국민들이 문화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 관리하기 쉽다.

이배용 위원장 : 사찰은 대부분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다. 답사를 하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새롭게 고쳐지면 옛날의 분위기와 품격이 사라지게 된다. 감동, 설렘을 주던 문화의 의미도 희석되어 버린다.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사찰이나 서원이 갖는 큰 의미는 나무로 지은 건축이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친환경’을 모두 갖춘 것이다. 현대적 느낌의 시멘트 건물이 들어서면 분위기와 품격이 사라질 수 있다. 사찰뿐만 아니라 문화재청,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 이배용 위원장은…

1947년 서울 출생으로, 1969년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이화여대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1984년 서강대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21년 6개월간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화여대 13대 총장으로 근무했으며, 2010년 10월부터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장적스님은…

성진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지난 1977년 해인사에서 일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8년 해인사에서 일타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12.13.14대 중앙종회의원, 대구불교방송 총괄본부장, 총무원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불교신문 주간, 중앙종회의원, 서울 원통사 주지, 세계유산분과 문화재위원 등을 맡고 있다.
 

■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지난 2009년 1월22일 대통령직속기구로 출범했다.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비전 및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고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국가브랜드 관련 사업을 통합.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 기여확대 △글로벌시민의식 함양 △다문화 포용.외국인 배려 △첨단기술과 제품홍보 △문화자산의 가치 확산 등을 5가지 역점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불교신문 2783호/ 1월14일자]